중국전 결승골 주인공 이강인이 중국의 두터운 만리장성을 향해 ‘립 서비스‘를 날렸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최종전서 전반전을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마쳤으나 후반 16분 터진 이강인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지난 싱가포르 원정서 7-0 대승을 거두며 조 1위로 3차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던 대표팀은 중국을 우여곡절 끝에 잡아내며 다소 수월한 조 편성을 받아들 수 있게 됐다.

이강인의 왼발이 빛난 경기였다. 지난 싱가포르전 멀티골에 이어 또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황희찬, 손흥민과 함께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경기 내내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을 시도하며 중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중국의 만리장성은 높고 두터웠다. 대표팀이 줄기차게 두드려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중만 이후 중국 선수들이 매섭게 몰아치면서 대표팀이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전반전을 득점 없이 0-0으로 마치며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이강인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강인은 후반 16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의 컷백 패스가 박스 안에 있던 공격수들을 모두 지나쳐 뒤에 있던 이강인에게 흘렀다. 이강인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대표팀은 추가골 기회를 몇 차례 잡았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1-0으로 승리했다. 이강인의 득점이 아니었다면 중국과 비겨 3차에선에서 일본, 이란 같은 까다로운 팀들과 같은 조에 묶일 수도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이강인은 "골을 넣은 것보다 2경기에서 2승을 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좋은 축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 세리머니로 손흥민에게 달려갔던 이강인에게 손흥민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너무 정신 없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라며 "형도 너무 기뻐해줬고, 다른 팀 도욜들도 너무 기뻐해줬다. 열심히 뛰었다"라고 답했다.

중국 CCTV 소속 기자가 중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립 서비스‘도 날렸다.

이강인은 "중국이 할 수 있는 축구에서 최선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상대방 플레이도 집중력 있었다. 상대를 평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기자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었는지 재차 묻자 "수비적으로 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로 수비적일 줄을 몰랐다"라면서도 "승리해서 좋다"고 답했다.

그러자 중국 기자는 ‘중국이 수비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집요하게 물었고, 이강인은 "(원정에선) 3-0이었다. 이번엔 1-0으로 끝났으니까"라고 중국 수비가 잘 했던 것 같다고 립 서비스를 날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시작으로 조금씩 대표팀 내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이강인은 "어떤 포지션이 편한지는 매 경기, 매 순간마다 다른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 하려고 하시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며 "대표팀에 처음 왔을 때 말했던 것처럼 매 순간 팀을 최우선으로 돕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포지션 생각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