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랑 밥 먹고 싶어요” 솔직했던 문성곤이 돌아본 '우상 양희종'
출처:점프볼|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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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양)희종이 형처럼 농구를 하고 싶었다. 식사 자리라도 마련해줄 수 없나(웃음). 함께 뛰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문성곤(29, 196cm)이 고려대 재학 시절 남긴 말이다.

안양 KGC 프랜차이즈 스타 양희종은 묵묵하지만 빛났다.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틀어막았고,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몸을 내던지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양희종을 동경했던 문성곤은 2015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의 선택을 받아 양희종과 ‘팀 동료’가 됐다. 상무 전역 후 2019-2020시즌을 기점으로 ‘포스트 양희종’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활약했고, 현재는 3년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한 ‘문길동’으로 성장했다.

굳이 과거를 꺼내지 않아도 양희종을 향한 문성곤의 마음은 현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2일 발표된 양희종의 은퇴 소식 이후 첫 경기였던 26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그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KGC는 전반까지 가스공사에게 끌려갔으나 3쿼터에 승부를 뒤집었고, 4쿼터에는 승부 굳히기에 나섰다. 66-56인 경기 종료 4분 44초 전 문성곤은 변준형의 패스를 받아 탑에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쐐기포를 꽂은 그는 하늘 위로 양손을 번쩍 뻗었다.

문성곤의 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손 모두 검지만 펴친 채 숫자 ‘11’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희종의 등번호 11을 뜻하는, 자신의 롤모델에게 전하는 세리머니였다. KGC는 73-64로 승리했다. 

 

 

문성곤에게 세리머니에 대해 묻자 “경기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슛이 계속 들어갔다 나갔다. 그러다 4쿼터에 들어가서 그 타이밍에 세리머니를 했다. 앞으로 홈경기에서는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문성곤은 은퇴 소식을 들은 당시에 대해 “기사 보고 희종이 형에게 가서 기사가 잘못 나온 거냐고 물어봤다. 팀이 잘 나가고 있어서 일부러 얘기 안 했다고 하더라. 바로 은퇴하는 거 아니니까 끝까지 잘 치르자고 하셨다. 사실 나는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SNS에 아무것도 안 올리고 있는 거다. 기사가 나온 후 매일 정정보도가 나왔으면 싶다. 우승을 노리고 있어 기분 좋게 시즌을 치르고 있었는데 기사가 나온 후에는 딱히 즐겁지 않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성곤에게 양희종은 같이 밥 먹고 싶은 선배였고, 닮고 싶은 동료였고, 자신을 가장 이해해주는 친형이었다. 문성곤은 그렇게 우상이었던 선수와 9년을 함께했고, 팀 동료로서 은퇴하는 순간을 함께하게 됐다.

 

 

문성곤은 우상과 동료로 함께한 것에 대해 “너무 좋다. 단순한 선배가 아니다. 나에겐 그 이상의 의미다. 티는 안 내도 친형처럼 따랐다. 인생의 멘토다. 친구든 후배든 더 나아가 선배든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멘토라고 생각한다. 그게 길잡이고 진정한 후배, 선배, 친구다. 나에게 그렇게 해준 형이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은퇴를 말리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다. 팀이 아니라 KBL 전체에서 나라는 선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희종이 형이라면 내가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문성곤의 영광의 시대는 우상 양희종과 함께한 9년이었을지도 모른다. 양희종의 은퇴는 어쩔 수 없이 다가오겠지만 아직 둘에게는 남은 시즌이, 시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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