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에릭 텐 하흐 감독(54)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텐 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7일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0-4로 완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로써 맨유는 승점 54점에 그치면서 8위로 추락했다.

이날 맨유는 전반에 2골, 후반에 2골을 헌납했다. 중앙 수비수의 줄부상으로 미드필더 카세미루가 수비를 맡는 변수가 빚어낸 참사라지만 시즌 내내 불안정했던 경기력이 한계를 노출한 결과라는 평가다.

맨유는 이번 시즌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긍정의 역사는 아니다. 맨유는 크리스털 팰리스전 패배로 이번 시즌 EPL에서 13번째 패배를 당했는데, 1992년 EPL 출범 이래 최다 패배다. 맨유가 EPL에서 기록한 최저 실점(2021~2022시즌·58점)을 경신하지 않으려면 남은 3경기(아스널·뉴캐슬 유나이티드·브라이턴)에서 5점을 얻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맨유 최악의 지도자로 불렸던 데이빗 모예스와 올레군나르 솔샤르를 뛰어넘을 지경이다.

텐 하흐 체제의 맨유가 부진한 것은 수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모든 대회(EPL 35경기·유럽챔피언스리그 6경기·FA컵 5경기·EFL컵 2경기)에서 81실점으로 1976~1977시즌 이후 한 시즌 최다 실점 타이가 됐다. 남을 일정을 감안하면 최다 실점은 이미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맨유의 공격력이 만족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강팀의 기본 덕목이라는 골득실에서 1989~1990시즌 이후 처음 마이너스(-1)로 돌아섰다.

다만 텐 하흐 감독이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는 있다. 바로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FA컵이다. 맨유는 FA 결승전에 올라 25일 맨체스터 시티와 마지막 대결을 치른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 두 번 모두 패배했지만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우승컵만 들어올린다면 이번 시즌의 실패를 덮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