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서 날아다닌 김민재와 번번이 막힌 튀니지. 이 둘을 합치니 한국의 무실점 대승이 탄생했다.

하지만 승리가 좋더라도 짚을 건 짚어야 한다. 아시안컵까지 약 3개월 남은 현재, 클린스만호의 뒷공간은 ‘시한폭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0월 A매치 평가전 튀니지와의 홈경기에서 이강인의 두 골로 4-0 승리했다.

후반 10분 선제골이 나왔다. 박스 바로 중앙 오른쪽에서 얻은 한국의 프리킥을 이강인이 왼발로 그대로 감아찼고, 수비벽을 넘겨 가까운 포스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골이 나왔다. 이강인의 A매치 15경기 만에 첫 골.

이강인은 이 득점 직후 2분 만에 추가골까지 넣었다. 후반 12분 박스 안 경합 상황 때 이강인은 재빠르게 일어나 한바퀴 돈 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강인의 미친 활약으로 단숨에 2-0이 됐다.

후반 22분에는 오른쪽에서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올린 코너킥을 가까운 포스트에서 김민재가 헤딩슛을 했고 튀니지 수비 야신 메리아 맞고 굴절돼 한국은 3-0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에는 상대 골키퍼의 골킥이 짧게 간 것을 헤딩 전진 패스했고 교체투입된 황의조가 달려가 일대일 기회에서 오른발로 4-0을 만들어 승리했다.

이날 김민재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상대가 스피드를 믿고 한국의 측면을 노리자 김민재가 어느새 달려가 공 소유권을 되찾았다. 직접 공을 몰로 전진하는 드리블, 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긴 패스 등 김민재의 공격성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공-수에서 빛나던 김민재는 후반 22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이강인의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이 상대 자책골로 이어지며 승리에 큰 지분을 갖게 됐다. 튀니지는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섰지만 대단한 위협없이 물러났다.

클린스만호는 이 승리로 사우디전에 이어 A매치 2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이 두 경기 모두 승리의 기쁨 뒤 감춰진 그림자가 있었다.

전반 중반까지 경기를 주도했지만 위협적인 슈팅은 기록하지 못했던 한국은 전반 6분 조규성, 24분 이기제가 슈팅했지만 모두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반 34분에는 박용우가 중거리슈팅을 했지만 하늘 위로 날아갔다.

오히려 전반 39분 튀니지의 라이도우니가 때린 오른발 감아찬 중거리슈팅이 한국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간담을 서늘케했다. 동료가 위험지역에서 뺏긴 공을 김민재가 되찾아 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반 28분 조규성이 김민재의 패스를 상대에게 뺏기자, 김민재가 공을 잡은 튀니지 미드필더 한니발 메즈브리를 압박해 공 소유권을 되찾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클린스만호가 공격 자원들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다 보니, 상대가 이를 뚫고 나올 시 수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이날 선발로 포진한 5명의 미드필더 중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홍현석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이다보니 상대의 역습을 방어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 혼자 수비진을 보호하는 상황도 나온다, 이날은 김민재가 좋은 컨디션과 활약을 보였지만 만약 그의 몸상태가 좋지 않거나 결장한다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국은 지난 9월, 클린스만호의 첫 승이 나왔던 사우디전에서도 전반 27분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이 샌터서클 부근에서 상대에게 공을 뺏기면서 공격 3명-수비 3명의 치명적인 역습을 맞기도 했다. 김승규 골키퍼가 각을 잘 좁히고 나와 살렘 알 도사리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조규성 행운의 헤더골로 이겼지만 전반전 해당 장면 포함 후방에서 위기를 많이 맞이했기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64년간 우승하지 못한 아시안컵에서 일본, 호주, 이란 등 경쟁자들을 꺾으려면 전방 압박의 실패와 후방 연결 불안에서 오는 뒷공간 문제에 대해 고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