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야구인줄" 투구하다 휘청→꽈당, 너무도 위험했던 질퍽한 마운드…누굴 위한 '우천 강행'인가
- 출처:스포티비뉴스|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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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도 열악했던 마운드와 그라운드 사정에 한 선수가 남긴 말이다.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4일 포항야구장에서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치렀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상됐고, 실제로 경기 개시 2시간 전인 오후 4시 20분쯤부터 1시간 가까이 경기장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인조잔디구장 특성, 그리고 꾸준히 그라운드와 마운드 컨디션 관리가 어려운 제2구장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우천 취소 또는 그라운드 사정 취소가 유력해 보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비에 젖은 경기장을 바라보며 "인조잔디라 비가 오면 타구도 빠르게 튀고, 선수들이 다칠 위험이 크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경기는 진행됐다. 경기 개시를 앞두고 비가 잦아들긴 했어도 저녁 내내 비 예보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 내내 비가 내려 관중 4182명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있어야 했다. 9회쯤부터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 종료 뒤에는 폭우로 이어졌는데, 적은 양이더라도 경기 내내 내린 비가 그라운드에 영향을 주지 않을 리 없었다.
질퍽한 마운드는 실제로 두산과 삼성 투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줬다. 삼성 선발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는 5이닝 무실점으로 버티긴 했으나 투구수가 110개에 이르렀다. KBO리그 데뷔 이래 개인 한 경기 최다인 4사구 5개를 기록한 탓이다. 수아레즈는 마운드가 미끄러운 탓에 밸런스를 잡기 힘들어 제구가 잡히지 않아 2회와 3회 연달아 만루 위기에 놓이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도 2차례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에는 미끄러운 마운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며 버텨 나갔다.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 역시 3⅔이닝 62구 3실점으로 고전했다.
불펜투수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7회말 등판한 두산 김명신은 디딤발이 미끄러운 마운드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자 주심에게 어필했다. 심판진은 8회초 수비를 앞두고 그라운드 정비팀에 지시해 마운드에 한 차례 마른 흙을 뿌리도록 했다.
그래도 마운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8회말 박치국의 공을 이어받은 정철원은 연습투구를 하다 별안간 마운드 앞으로 꽈당 넘어졌다. 디딤발이 완전히 미끄러지면서 벌러덩 누워버린 것. 그런데도 1⅓이닝을 버티며 던진 게 용할 정도였다.
7회초 등판한 삼성 양창섭도 투구 내내 스파이크를 털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 결과 ⅔이닝 2피안타 1사사구 2실점에 그쳤다. 3-0으로 앞서다 이때 두산에 3-3까지 추격을 허용했고, 연장 10회 오승환이 김재환에게 결승 투런포까지 얻어맞았으니 어찌 보면 삼성이 훨씬 큰 피해를 봤다고도 볼 수 있다.
A 선수는 "(투수가 밟는) 플레이트가 새것이라 미끄럽기도 했고, 마운드 앞에도 진흙이 돼서 미끄러웠다. 어쨌든 던져야 하니까 상황에 맞게 던지려 노력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디딤발이 미끄러질 정도로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이 빗속에서 경기를 뛰도록 한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포항이 제2구장이라 1년에 열리는 경기 수가 귀한 것은 맞지만, 프로야구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그라운드나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은데 강행한 것은 문제가 된다. 만에 하나 부상선수가 나왔더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날 시구에 나선 김남일 포항 부시장은 직접 마운드 근처를 밟아 봤으니 선수들의 고충을 더 잘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빗속에서 함께 버틴 팬들이 있었기 때문. 연장 10회까지 무려 4시간 24분 동안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응원가를 부르고, 경기장을 지킨 포항 야구팬들의 열정은 현장에 있던 야구 관계자들이 감탄할 정도였다.
B 선수는 "팬분들이 있어 우리도 야구를 하고 있다. 관중분들이 계시니까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다. 물론 경기장 사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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