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 지적 없으면 어색"...한 뼘씩 자라는 김하경의 토스
출처:MHN스포츠|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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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점수요? 음, 한 50점쯤?"

지난 19일, 용인 소재 연수원에서 본지 기자와 마주앉은 IBK기업은행 주전세터 김하경은 자신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21-22시즌 개인적인 총평을 내리면 딱 ‘절반‘이라고.

코로나19 확산세로 리그가 아쉽게 중단되고, 내홍을 겪으며 혼란했지만 기업은행은 소중한 원석을 다듬고있다. 세터 김하경이다.

조송화가 떠나고 빈 자리를 얼떨결에 맡게 되며 선발로 올라온 김하경과, 그런 김하경을 키워내는 ‘컴퓨터 세터‘ 출신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서사에 팬들이 크게 늘었다.

김하경은 지난 2014-15시즌 2라운드 2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다. 그러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김사니가 당시 건재했고, 돌아오고 나니 이나연과 조송화가 버티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을 여러번 거쳤지만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그의 인생도 완전히 바뀌었다.

오리를 닮아 ‘대왕오리‘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진 김하경은 팀의 얼굴인 김희진에 이어 팬들의 발걸음을 화성 홈 구장으로 이끄는 또 다른 존재다. 특히 지난 1월,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8연패를 탈출한 뒤 김 감독의 격려를 받고 울음을 터뜨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팀의 구심점이 되는 포지션에서 버티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의미다.

 



 

"휴가때는 주로 제주도를 다녀오고 친구와 만나 놀았다"고 말문을 연 김하경은 "최근 들어 다시 한창 기본기 훈련에 들어갔고, 다시 감독님이 자세를 잡아주시는대로 감각을 살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전으로 한 시즌을 누구보다 진땀나게 보낸 그에게 ‘지난 시즌이 꽤 정신없었을텐데 개인적으로 어땠나‘를 물었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그는 "나도 잘 배우면서 팀원들과 잘 어울리면 할 수 있구나,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분위기가 좋았을때 배구가 되게 재밌다고 느꼈다"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아울러 김하경은 "주전이 된 후 기준으로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에는 50점을 주고싶다"며 "감독님이 막 오신 뒤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았으니 절반 정도는 가져가고싶다"며 미소지었다.

포지션 특성상 감독에게 가장 많이 지적받을 수밖에 없지만, 김하경은 경우가 더하다. 김호철 감독은 1980년대, 당대 최고 리그였던 이탈리아리그에서 ‘황금의 손(Mani d‘Oro)‘으로 불렸던 세계적인 명세터 출신이다. 이후에도 한국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며 여러 세터들을 지도해왔다.

 

 

그런 감독이니 내로라하는 남녀부를 막론하고 국내 어떤 세터가 암만 잘해도 눈에 들 리 없다. 되려 톡톡히 혼나기 일쑤다. 막 백업을 벗어나 한창 자라나고 있는 김하경은 더하다.

그는 "오히려 이젠 작전타임에 지적이 없으면 그게 어색하다, ‘이거 그냥 좋아해도 되는건가?‘ 싶기도 하다"고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감독님이 (배구선수치고) 키가 단신이신데 토스를 저렇게 잘하신다,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감독님은 항상 상대 센터 블로킹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하라고 지시하시는 편인데, 사실 감독님만큼 플레이하려면 머리도 좋아야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세터‘ 그 자체를 물었다. 한 마디 정의도 좋고, 필수요소도 좋고, 본인만의 철학도 좋다고 했다. 입을 비죽 내밀고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던 김하경은 이내 "세터는 코트 안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도 빨라야하고, 판단력도 좋아야한다, 공격수 컨디션 판단도 이뤄져야하고 계산을 많이 하는 포지션이다, 볼이 어디로 뛰어가야하는지도 알아야하며 상대방에 대한 파악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시즌 팀 우승외에 개인적으로는 세트 성공률을 높이고 싶고, 일단 속공을 좀 많이 써보고싶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보강해야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은 정확성과 스피드를 좀 더 키우는 것을 비시즌 성장 목표로 잡았다.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한 손가락에 ‘양꼬치‘를 망설이지 않고 꼽았다. 버블티는 생각날 때마다 먹는다고.

‘혹시 상에는 목적이 없느냐‘를 살짝 물었더니 "그건 시기상조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연, 한창 자라고 있는 ‘성장기‘ 세터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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