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롤모델이었던 안드레 감독과 대구FC의 관계가 이제는 악연이 돼 버렸다.

브라질 출신의 안드레 감독과 대구는 K리그에서 외국인 지도자와 구단이 동반 성장한 좋은 예로 평가받아왔다. 안드레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조광래 대구 사장이 사령탑을 맡았던 안양 LG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사제 관계의 인연으로 2015년 대구 코치로 부임했고, 2017년에는 감독대행을 맡은 뒤 시즌 직후에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안드레 감독은 2018시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기 리그 14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며 팀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대구는 안드레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사령탑 교체 카드를 쓰지 않았다. 결국 대구는 월드컵 휴식기에 외국인 선수를 대거 교체하는 등 전력 보강을 통해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하면서 1부리그 잔류를 이뤄냈다. 게다가 2018년 FA컵 정상에 서면서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처음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예상을 깨고 조별리그 3승을 거두며 큰 무대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리그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하면서 2020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오프시즌 시간에 안드레 감독과 대구는 석연치 않은 결별을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대구는 이미 지난시즌이 종료되기 전에 안드레 감독에게 재계약 제의를 했다. 안드레 감독은 P급 라이선스 교육을 위해 시즌 종료 직후 브라질로 향했고, 이후 재계약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안드레 감독은 중국 쿤밍 전지훈련에 뒤늦게 참가했지만 결국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양 측은 결별하게 됐다.

문제는 이후 양측의 행보다. 대구는 안드레 감독이 중동 클럽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상황에서 재계약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무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안드레 감독은 대구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직후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해 1부리그 알 하즘과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안드레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기사를 보고 나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 전지훈련에 참석한 자들은 진실을 안다. 나는 대구FC에서 떠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10일동안 재계약을 안한 상태로 일했다”면서 재계약 불발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와 안드레 감독은 재계약 불발의 이유를 상대의 탓으로 돌리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양 측 모두 팬들에게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대구는 팀의 수장인 사령탑과의 재계약 협상을 지난해 안에 매듭지었어야했다. 안드레 감독이 연말 브라질에 머물고 있었더라도 충분히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일찍 협상이 결렬됐다면 새로운 사령탑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라도 가질 수 있었다. 안드레 감독도 결과적으로 타 클럽의 러브콜을 받은 상황에서 대구와 재계약 협상에 나선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빠른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지난 5년간 몸담았던 대구를 일종의 ‘보험용’으로 고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