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식 같은 친구들이잖아요.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정용 감독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월드컵 이후 두 달여간을 정신 없이 보냈다. 강연, 포럼 같은 행사에 자주 참여했고,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 두 자녀와 해외 여행도 다녀왔다. 바쁜 와중에도 빼먹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제자들의 근황을 살피는 것이다.

26일 목포축구센터에서 만난 정 감독은 “월드컵 멤버들은 자식이나 다름 없는 친구들이다. 누구보다 애착이 간다”라면서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경기 나가는지, 잘하는지, 팀에서 어떤 상황인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직접 소통을 하기도 하고 기사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다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U-20 월드컵 주역들의 상황은 각자 다르다. 이재익은 카타르 알 라이안으로 이적해 최근 데뷔골을 넣었다. 황태현(안산)도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맹활약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선수는 팀에서의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정 감독은 “제자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잘하는 선수는 문제가 없지만 어려운 선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사실 얼마 전에 우연히 한 선수 아버지를 3년 만에 만났다. 그 분께서 이제 선수들을 놓아달라고 하더라. 그래야 제가 마음 편히 산다고. 막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월드컵 준우승 주역인 이강인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감독은 “강인이가 많이, 잘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기를 바랐다. 발렌시아는 정말 좋은 팀이고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지만 감독과는 안 맞는 게 사실이다. 그 감독(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강인이는 재능, 실력이 뛰어난 선수이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 감독 말대로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강인을 측면에 배치하는데다 출전 시간도 충분히 부여하지 않는다. 만 18세로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 놓인 이강인에게 적절하지 않은 팀이다. 이로 인해 이강인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이적을 시도했으나 발렌시아에서 만류해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 감독은 “전에는 다른 선수들이 질투할까봐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는데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새 팀을 찾아 떠났으면 하는 생각이다. 강인이를 잘 쓰는 감독을 만났으면 좋겠다”라며 이적시장 막판에라도 이강인이 새 팀을 찾아 떠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