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런 은퇴 경기가 있을까요' 김연경도 놀랐다 "드라마·영화? 이런 시나리오 못 짜, 상상해온 별 하나 달고 아듀"
- 출처:노컷뉴스|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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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다운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감동적인 마무리였다. 김연경(37·흥국생명)이 국내 복귀 후 3번의 실패를 딛고 4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16년 만의 V리그 우승으로 커리어 마지막 경기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관장과 여자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팀 최다 34점을 몰아치며 세트 스코어 3 대 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흥국생명이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그러나 김연경에게는 2008-09시즌 이후 무려 16년 만의 V리그 우승이다. 2005-06시즌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이룬 김연경은 4년 동안 3번째 정상에 오른 뒤 김연경은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 뛰었다.
김연경은 2020-21시즌 흥국생명으로 복귀해 2번 정규 리그 1위와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그러나 챔프전 우승컵은 얻지 못했다. 2020-21시즌 GS칼텍스, 2022-23시즌 한국도로공사에 밀렸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 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랐지만 현대건설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 김연경은 올 시즌 정규 리그 도중 은퇴를 시사했다. 반드시 우승을 이루고 화려하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였다. 정규 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뒤 김연경은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미안하지만 3경기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경의 바람처럼 3경기에서 끝나지는 않았지만 챔프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가 됐다. 흥국생명이 3 대 0으로 이긴 1차전을 빼고 2~5차전은 모두 풀 세트였다. 정관장은 1, 2차전을 내줬지만 3, 4차전에서 이겼다. 5차전에서도 1, 2세트를 뺏겼지만 3, 4세트를 따내는 투혼을 보였다.
결국 김연경이 마무리했다. 5세트 12 대 12에서 김연경은 메가의 백어택 강타를 몸을 날려 걷어냈고, 투트쿠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14 대 13에서도 김연경은 부키리치의 후위 공격을 받아내 투트쿠가 경기를 끝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경기 후 "김연경의 몸을 던진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울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첫 질문에 "마지막 포인트를 내고 살짝 눈물이 나긴 했는데 펑펑 울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차전 들어갈 때부터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3, 4차전을 내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은퇴를 앞두고 이런 역경이 다가오는구나 생각했고, 이겨내려고 했는데 멋진 마무리를 시켜준 선수단에 너무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이 현역 선수 생활의 마지막 경기다. 김연경은 "오늘 기억이 많이 남을 거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에 다시 와서 4번 결승을 모두 다른 팀과 했는데 정규 리그 2번 우승하고 이제 별 하나 달았다"면서 "별 하나 달기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연경은 "3차전이 끝나고 ‘뭐가 문제인가, 나는 항상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돌아오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5차전이 되니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 편해졌다"면서 "선수들도 홈이라 좋은 경기를 했는데 드라마나 영화도 이런 시나리오를 짜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명승부를 만들어준 상대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고 감독과 끝나고 인사할 때 ‘연경아, 니 수비가 우승시킨 것‘이라고 하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면서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배구 보여드려 좋다"고 말했다. 이어 "2 대 2가 되는 순간 ‘왜 스포츠는 비기는 게 없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1명이 승리하면 다른 1명은 패배라 그게 조금 그렇더라"면서 "저쪽도 고생했고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에 우승하니까 아이러니했다"고 짠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동안 쭉 상상해왔던 은퇴 경기가 현실이 됐다. 김연경은 "정상에 있는데 왜 은퇴하느냐고 하시는데 오늘 끝난 모습이 내가 원했고, 상상했던 은퇴"라면서 "4년 동안 이뤄내지 못해서 안타까웠지만 별을 하나 달고 정상에서 은퇴하는 게 내가 원했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김연경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김연경은 "김연경 재단이 있어서 올해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배구 외에 다른 것을 한다기보다 쉬면서 뭘 하면 좋고 원하는 방향일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행도 다니고 가족과 시간 갖고 그냥 쉬고 싶다"고 홀가분하게 말했다.
일단 우승의 기쁨을 즐겨야 할 때다. 김연경은 "오늘 회식을 제대로 좀 하고 싶다"면서 "애주가인데 올 시즌 들어서 금주를 오래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회식을 하면서 선수들과 그동안 에피소드도 많이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전했다. 김연경은 "오늘 팬 분들이 너무 많이 와서 응원해주시니 힘을 내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나이가 같이 들어가는 팬, 새로운 팬 등 다양한 팬층도 있는데 모두에게 에너지를 받고 인생을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팬들 때문에 더 정상에 오래 있고 싶었다"면서 "이제 다른 일을 해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2005-06시즌 데뷔하자마자 우승과 챔프전 MVP를 거머쥐었던 김연경. 오랜 해외 리그와 올림픽 등 19년이 지나 은퇴하는 시즌에도 우승과 MVP를 이루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배구 여제다운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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