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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 오자마자 '선수 12명 바꿔라'…사유화 논란 휩싸인 안산
출처:연합뉴스|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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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가 신임 단장 체제 후 갑작스럽게 선수단의 20%가 무계획적으로 물갈이되는 등 혼란에 빠졌다.

23일 축구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성남FC를 상대로 2024시즌 최종전을 치렀을 때만 해도 안산의 다음 시즌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2025시즌 K리그2는 예년보다 1주일 정도 이른 2월 22∼23일에 1라운드를 치르기 때문에 발 빠르게 시즌 대비에 나서야 했다.

특히나 안산은 35명의 선수 중 무려 31명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터라 속도전은 더 중요했다.

다행히 안산에서는 유망주 발굴에 정평이 난 송경섭 감독이 18세 이하(U-18) 감독을 맡고 있다.

송 감독과 프런트들이 좋은 선수를 발굴하려고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며 강행군을 펼쳤다. "링거를 맞을 정도로 힘들어한 분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안산은 지난해 선수 선발 비리로 당시 지도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선수 선발 방식이 투명해졌다. 선수와 계약하려면 안산시 체육진흥과장과 1군 감독, 프런트 등이 꾸리는 선수강화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열린 선수강화위에서 다음 시즌 안산 성인팀에서 뛸 30명의 선수가 정해졌다.



이들 30명의 선수를 바탕으로 이관우 안산 감독이 그려나가던 청사진은 19일 김정택 신임 단장이 부임하면서 백지화되다시피 했다.

김 단장은 자신이 뽑아온 12명의 선수 리스트를 보여주며, 이들을 30명 선수단 안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선수강화위 의결 사항을 뒤엎으라는 지시였고, 코치진과 프런트들은 반발했다.

옥신각신한 끝에 이미 뽑은 30명 중 6명을 내보내고, 김 단장 리스트 중 8명을 영입해 32명으로 선수단을 꾸리는 쪽으로 ‘합의 아닌 합의‘가 이뤄졌다.

졸지에 다음 시즌에 뛸 팀을 잃을 위기에 몰린 선수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6명 중 하나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강수일이다.

37세로 나이가 많지만, 몸 관리를 잘 해 K리그2 조커로는 여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다문화 가정 출신인 그는 외국인 이주민이 많은 연고 특성상 안산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해왔다가 느닷없는 재계약 불발로 ‘강제 은퇴‘ 당할 처지가 됐다.

지난 시즌 K리그1 대구FC B팀에서 여러 경기를 뛴 풀백 임지민도 적잖은 기대를 모았으나 실력과 상관없는 이유로 안산과 계약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더 상황이 심각한 건 나머지 4명의 선수다.

고교 졸업반인 4명의 선수는 안산 입단이 확정적이었기에 대학 수시 지원을 안 했다.

이대로 계약이 불발되면 내년 1년을 ‘백수‘로 보내야 할 상황이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고교 졸업 직후 1년은 축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그라운드 밖에서 보낸 선수를 데려갈 팀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일 터다.



6명 모두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을 뿐 계약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밟았다. 임지민과 4명의 고교 졸업반 선수들은 구단 선수강화위를 통과한 뒤 연봉 협상과 메디컬테스트까지 마쳤고, 2∼3주 전부터 팀 훈련도 하고 있었다.

안산 서포터스 연대 소모임인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성명을 내고 "김정택 단장의 영입 리스트가 아닌 기존 이관우 감독과 송경섭 감독이 작성한 영입 리스트를 토대로 신속히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 이민근 안산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단장이 구단 단장으로 임명된 건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모든 상황은 구단이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적 욕심으로 사유화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안산시축구협회 회장을 지낸 적은 있지만, 프로팀 행정 경험은 전무한 정치인 출신의 인사다.

2010년부터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안산시의원 3선을 지냈으며, 이 시장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입김에 따라 행정이 오락가락하는 건, 이제 당연하다시피 받아들여지는 시·도민구단의 고질적 병폐다.

그러나 이번 안산 사례처럼 구단 고위층이 바뀌자마자 큰 폭으로 선수단이 물갈이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축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계약이 불발된 임지민 등 선수들은 이 시장과 구단에 계약 불발의 부당함을 따지는 항의 공문을 보내는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 클린센터에 신고하는 등 연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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