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예정인 김하성(29·샌디에이고)의 앞길에는 장밋빛 예상이 넘쳤다. 총액 1억 달러 이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호평이 적지 않았다. 실력도 뛰어났고, 상황도 좋았다. FA 시장에 나올 유격수가 별로 없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은 4년간 뛰며 구단에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두둑하게 쳐 갚았다. 김하성은 4년간 540경기에 나가 타율 0.242, 출루율 0.326, 47홈런, 200타점, 78도루, 229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06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중앙 내야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공격 생산력도 리그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수비력과 활용성이 빼어났다.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한창 전성기에 있을 나이에 유격수·2루수·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평균 이상의 공격력과 주력까지 갖췄으니 돈방석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2024-2025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유격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호재였다. 윌리 아다메스(밀워키)와 김하성이 일찌감치 ‘TOP 2’로 뽑혔고 다른 변수도 없다. 김하성은 상대적으로 수비에서, 아다메스는 공격에서 장점을 가져 두 선수의 매력도 갈리는 편이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기자 데니스 린 또한 시즌 전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잡으려면 총액 1억5000만 달러 수준의 연장 계약을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1억5000만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연 평균 2000만 달러 기준 5년 계약이면 꿈의 1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기반 가치에서 김하성의 2022년 가치는 2920만 달러, 2023년은 3390만 달러, 그리고 올해도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212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FA 시장을 앞둔 초기의 예상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1억 달러는커녕 예상치가 그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지난 14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스포팅뉴스’는 FA 시장을 전망하면서 김하성의 가치로 5년 총액 6300만 달러를 예상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김하성의 기존 전망치, 그리고 최근 활약을 기반으로 할 때 생각보다 적은 감은 있었다. 나이를 고려해도 5년 기준으로는 1억 달러 근처에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시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블리처리포트’ 또한 22일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예상하면서 김하성에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블리처리포트’는 FA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 10명을 선정했고, 김하성은 6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후안 소토, 알렉스 브레그먼, 윌리 아다메스, 피트 알론소, 앤서니 산탄데르 다음이었다. 순위 자체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스포트랙가 집계한 시장 가치에서는 4년 4900만 달러에 그쳤다. 2021년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당시 총액에 두 배가 조금 안 되는 수치인데, 그 사이 인플레이션과 김하성의 높아진 가치를 고려하면 김하성 측에서 생각하는 수치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블리처리포트‘는 “김하성은 어깨 부상으로 산성이 떨어졌고 마지막 6주를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옵션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샌디에이고와 김하성은 2025년 800만 달러 수준의 상호 옵션이 있다. 샌디에이고는 이를 원할 전망이지만, 김하성 측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다. 시장에 나가면 이보다 훨씬 더 좋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매체들이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건 동일하다.

‘블리처리포트‘는 “김하성은 오타니 쇼헤이, 후안 소토, 무키 베츠, 호세 라미레스, 프란시스코 린도어, 프레디 프리먼, 훌리오 로드리게스, 마커스 시미언, 오스틴 라일리, 안드레스 히메네스, 카일 터커와 함께 2022년과 2023년 2년 모두 각각 4.9 WAR 이상을 기록한 12명의 선수 중 하나”라면서 “41경기에 결장한 올해에도 2024년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10명의 선수 중 하나였다. 따라서 그는 1년 700만 달러 규모보다 훨씬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리처리포트‘는 “김하성이 계약 기간 4년 이상, 8자리 숫자의 연 평균 연봉 계약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8자리 숫자라고 하면 천만 달러 단위다. 옵션 800만 달러보다 높기에 김하성이 옵션 실행에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애틀랜타는 그에게 적합한 환상적인 로스터가 될 것이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중앙 내야수를 노리는 최소 10개 팀이 김하성과 같은 능력의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치가 낮기는 하지만 스포트랙의 가치 책정이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당장 5억 달러 이상 계약이 유력한 후안 소토의 경우 14년 총액 5억1400만 달러를 예상했다. 이는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가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LA 다저스) 또한 3년 총액 7100만 달러 계약에 그칠 것으로 봤다.

원 소속팀 샌디에이고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A.J 프렐러 단장은 22일(한국시간) 취재진과 2024년 시즌을 결산하는 화상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김하성을 다시 데려올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디 애슬레틱’,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을 다시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렐러 단장은 옵션 실행을 통보하는 것이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은 재능이 있는 선수다. 시즌 마지막에 그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큰 타격이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영리하며 여러 위치에서 좋은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볼넷을 얻을 수 있고 홈런을 치고 도루까지 할 수 있는 선수다. 우리는 그를 가치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고 김하성의 다재다능함을 강조했다.

프렐러 단장은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의 복귀 시점은 확답하지 않았다. 프렐러 단장은 “예상 회복 기간과 관련된 몇 가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5월이 될 수도 있고 6월이나 7월이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관절와순 수술은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스프링캠프 시작에 맞춰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김하성은 열심히 하는 선수고, 운동 능력도 뛰어나다”면서 정상적인 복귀를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