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우승했지만 난 부족… 살 빼고 실력 찌우겠다”
- 출처:동아일보|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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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딱 이틀 지나니까 다음 시즌이 걱정되더라고요.”
프로야구 LG 중심타자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김현수(36)가 ‘반성 모드’로 돌아온 건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LG는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상에 섰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뛰던 2015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챔피언 반지에 입을 맞췄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현수는 “팀은 우승했지만 내가 너무 못했다. 잔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못해 살이 많이 쪘다. 홈런도 줄었고, 타구의 질도 좋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김현수의 지난해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93, 6홈런, 88타점이었다.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격 기계’로 통하는 김현수의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현수는 프로야구에서 총 세 시즌(2008, 2009, 2018년)에 걸쳐 타율 0.350을 넘겼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이런 기록을 남긴 건 김현수를 포함해 네 명밖에 없다. 그는 “타격은 무조건 지난해보다 잘해야 한다. 외야수나 1루 수비에도 자주 나가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권토중래를 다짐한 김현수는 몸무게부터 7kg을 줄였다. 많이 뛰면서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로 식생활도 관리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초콜릿도 단번에 끊었다. 그는 “작년까진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요즘은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며 웃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베테랑답게 겨우내 몸을 정말 잘 만들어 왔다”며 흡족해했다.
희소식도 있다. 그동안 김현수를 비롯해 힘 있는 왼손 타자들을 괴롭혔던 수비 시프트가 올 시즌부터 금지된다. 그는 “잘 맞은 타구가 시프트에 걸리다 보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2020년까지 통산 타율 0.3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가 ‘대세’가 된 최근 세 시즌 동안에는 0.285, 0.286, 0.293에 그쳤다. 한 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김현수나 김재환(두산) 같은 왼손 강타자들은 시프트 금지로 타율이 최소 2푼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수가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 투수 최원태는 “어디선가 방망이 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면 (김)현수 형이 항상 그곳에 있다. 그런 선배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2018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모래알 같던 LG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다.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후배들에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팀이 강해지려면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나도 편하지만 팀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모두가 다 같이 잘해야 이긴다. 야구는 이겨야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지난해와 비교해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에 입단했고, 이정용은 군에 입대했다. 왼손 투수 함덕주는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에도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강했던 타선이 빈자리를 메워 줘야 한다. 김현수는 “올해도 우승하려면 기존 선수들이 더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부터 더 열심히 잘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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