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심혜진 대표가 채워가는 빈 칸
출처:아이즈|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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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라는 브랜드를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드 엔터테인먼트(이하 그리드) 심혜진 대표의 목표다. 인스타그램의 그리드 레이아웃에서 사명을 따온 그리드는 네모난 게시물을 통해 하나의 그리드를 구성하듯 아티스트라는 브랜드를 모아 커뮤니티를 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5월 설립됐다.

산하 레이블 131, 소속 아티스트 POW를 시작으로 하나씩 빈칸을 채워가고 있는 그리드 심혜진 대표를 만나 회사의 설립 과정과 현재, 그리고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FNC·YG→웨이비·131..다양한 기획사 거치며 키운 제작의 꿈

심 대표는 FNC, YG, WAVY, 131레이블 등 크고 작은 회사에서 콘셉트 기획, A&R, 비주얼 기획 등을 경험했다. 한류 초창기 FNC의 가능성에 주목해 막무가내로 기획안을 써서 제출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고 FNC에서 엔플라잉, AOA 등의 기획을 담당했다. 특히 AOA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심 대표는 "그 전까지 섹슈얼한 콘셉트를 지향하던 AOA를 건강한 여성미로 체인지업 하는 과정에서 방향성, 전략 제안을 하며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근무한 곳은 YG다. 심 대표는 "FNC가 밴드 베이스의 음악을 하다 보니 힙합, R&B처럼 메이저한 터치의 음악을 해보고 싶었는데 YG가 적합했던 것 같았다"고 YG행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YG에서도 걸그룹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공백기가 생겨 아이콘의 신규 앨범 프로젝트 TF를 담당하게 됐고, 처음으로 합을 맞춰 발매한 앨범이 정규 2집 ‘Return‘이다.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2018년 전국을 강타했고, 제8회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음반제작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FNC와 YG라는 큰 규모의 회사를 경험한 심 대표는 이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WAVY로 적을 옮겼다. 심 대표는 "커리어적으로 고민의 기로에 있었다"며 "다른 컬러와 시스템의 두 회사를 섞어 적용해 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생겼다"며 새롭게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1년간 WAVY에 몸담았던 심 대표는 이후 131의 대표직을 맡았다. 영광을 함께했던 비아이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비아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리스크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런 심 대표를 확신하게 만들어준 건 비아이의 음악이었다. 심 대표는 "아티스트가 가진 이슈, 전 회사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비아이가 본인의 앨범 작업을 끝냈다며 노래를 들려줬다. 음악으로 설득당했다"고 돌아봤다.

131에 합류해 회사의 몸집을 불려 나간 심 대표는 아이돌 제작에 대한 꿈도 본격적으로 실현해 가기 시작했다. 심 대표는 "131이 레디, 리오 등의 아티스트를 영입하며 성장할 수 있는 레이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며 "131을 운영하며 저만의 길을 설립행겠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었다. 131측에서도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데뷔조를 세팅하고 별도의 투자유치를 받는 등 준비를 마친 심 대표는 여호수아 CFO, 오수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라이언 COO 등과 함께 그리드를 설립했다. 심 대표는 "131을 운영할 때부터 일을 같이하자고 말했을 때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따라와 주신 분들"이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꿈꾸는 그리드

이렇게 설립된 그리드는 기존의 모체 기업이던 131을 산하에 두고 있다. 심 대표는 두 회사 모두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131이 아닌 그리드가 상위에 있는 이유에 대해 심 대표는 "지향점이 다르다. 그리드는 폭 넓은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사를 지향하고 131은 아티스트 중심의 레이블이다. 더 메이저한 엔터테인먼트사가 상위에 있는 개념이다. 회사 경영적인 부분이나 투자적인 부분에서도 그리드가 131을 지원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별도의 운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략적인 협업 회사, 형제 회사 같은 관계다. 많은 부분들이 이제는 갈라져 있다. 자회사라는 단어보다는 협력관계의 역할이 될 것 같다. 각자 매력 있고 잘하는 걸 하는 각자의 회사로 갈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엔터사도 겪어봤던 심 대표는 작은 레이블의 장점으로 ‘유연함‘과 ‘도전‘을 꼽았다. 심 대표는 "제 경험상 큰 회사는 일이 프로세스화 되어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작은 레이블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컨펌 속도를 가졌다. 또 큰 회사는 안정성을 추구한다. 작은 레이블은 유연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 신인 감독, 입봉 하기 전의 포토그래퍼 등과 작업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비즈니스 대 비즈니스가 아닌 서로 연대 의식을 가지는 모습들이 달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표로서 자신이 가지는 장점에 대해서는 ‘소프트한 터치‘를 꼽았다. 심 대표는 "소프트하고 디테일한 터치를 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며 "아티스트는 감성이 예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는 아티스트가 제작자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워딩과 사람의 온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언어를 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것 같다. 또 함께 일하시는 분들, 아티스트의 부모님을 뵐 때도 소프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게 강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밴드 사운드 내세운 POW, 핵심은 ‘노스텔지어‘

그리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아티스트는 5인조 보이그룹 파우(POW)다. 정빈, 요치, 홍, 동연, 현빈 다섯 명의 멤버는 심 대표가 직접 뽑은 멤버들이다. 심 대표는 "보이그룹을 만들겠다고 다짐할 때부터 멤버는 다섯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퍼즐을 맞추는 느낌으로 멤버들을 모았다. 파우의 슬로건이 ‘CREATING CULTURE EVERYDAY‘다. 일상의 사소한 것도 자신만의 터치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인데 그 슬로건에 맞는 지를 가장 먼저 봤다"고 전했다.

이어 "옆에서 아티스트들을 지켜봤을 때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되다 보니 극과 극의 감정을 겪을 때 본인을 보호하는 방식에 서툰 게 많았다. 그래서 일상의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친구를 뽑고 싶었다. 그런 사람들이 일상도 잘 보내고 큰 것에도 행복해하더라. 지금 멤버들은 편의점에서 빵을 사 먹어도 ‘신상이다‘, ‘씰이 있다‘, ‘편의점 사장님이 우리를 위해 빼놓은 거다‘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친구들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한 요치에 대해서는 "파우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니A 데뷔가 무산되며 꿈을 포기한 요치를 설득하기 위해 태국으로 날아간 심 대표는 요치의 바닥난 열정에 계속해서 불을 지폈다. 끈질긴 설득에 요치는 파우 멤버들과 일주일간 숙소 생활을 경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다시 태국으로 돌아간 요치가 답이 없어 포기하려던 순간 요치는 팀 합류를 선택했다. 심 대표는 "일단 요치의 음색과 실력, 이미지가 잘 맞았다. 그런데 태국에서 유명한 배우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었다. 운명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스스로도 요치를 설득한 것은 기특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데뷔 앨범 ‘Favorite‘의 가장 큰 특징은 밴드 사운드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심 대표는 "지금처럼 미디(MIDI)가 주류가 되기 전에는 리얼 악기와 밴드가 음악의 중심이었다. 80~90년대 브릿팝, 2000년대의 락들이 가진 특징 중 하나가 노스텔지어라고 생각햇다. 낭만을 건드리는 몽글몽글한 밴드 사운드가 파우 멤버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밴드 사운드가 들어간 음악을 지금의 버전으로 재해석을 했을 때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데뷔 앨범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획사들도 적절한 텀을 두고 계속해서 신인을 보여주고,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한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역시 쏟아지는 시점에서 어떻게 생존 전략을 세우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심 대표 역시 "홍수처럼 쏟아지는 아이돌들의 제작물이 상향 평준화됐다. 예전에는 규모에 따른 퀄리티 차이가 분명 있었는데 이제는 좁혀졌다. 중요한 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치열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스스로를 굉장히 괴롭힌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레고처럼 조립한다면, 저희 같은 소속사는 제 머리 안에서 음악, 비주얼, 비즈니스 전략을 다 뽑아내야 한다. 대형 회사처럼 디테일을 챙기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뿌리에서 나온 생각이기 때문에 충분히 멋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데뷔 100일을 갓 지난 파우의 성과를 판단하는 건 섣부른 일이다. 그럼에도 심 대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연령들에게서 반응이 올 때 뿌듯하다. 데이터 상으로 봤을 때 미국이나 유럽, 일본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라고 나름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심 대표는 "다음에 나올 앨범은 물론 글로벌 마켓에 대한 비즈니스 매핑도 끝났다. 아시아 시장과 서구 시장 각자가 요구하는 매력에 맞게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일단은 파우를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인정받는 친구들로 만들고 싶다. 파우라는 브랜드를 완성한 후에는 그다음의 브랜드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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