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찬규 vs. 벤자민, 3차전이 'KS 운명' 가른다
- 출처:오마이뉴스|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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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0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다승 2위와 3위의 선발 맞대결 성사
2차전까지 1승1패. LG 트윈스와 kt 위즈는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두 경기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먼저 기선을 잡은 쪽은 kt였다. kt는 7일 1차전에서 선발 고영표와 손동현,박영현으로 이어지는 토종 투수 3인방의 호투와 9회에 터진 문상철의 결승 2루타에 힘입어 3-2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따냈다.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의 기세를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이어간 kt는 시리즈의 분위기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LG도 그냥 물러날 리 없었다. LG는 8일에 열린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0.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본의 아니게 ‘불펜 데이‘로 경기를 치렀지만 7명의 불펜투수가 8.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그리고 오스틴 딘의 적시타와 오지환의 솔로 홈런, 김현수의 2루타로 야금야금 추격하던 LG는 ‘약속의 8회‘ 안방마님 박동원이 kt 필승조 박영현으로부터 역전 결승 투런포를 작렬하며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었다.
이제 양 팀은 장소를 수원으로 옮겨 10일과 11일 3, 4차전을 치른다. 2차전까지 1승 1패가 된 역대 19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 승리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무려 15회에 달한다. LG와 kt는 78.95%의 확률이 걸린 3차전 경기에서 사활을 걸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규리그 다승 3위이자 ‘토종 다승 1위‘(14승) 임찬규와 정규리그 다승 2위(15승)이자 ‘LG 킬러‘ 웨스 벤자민의 맞대결이 성사된 3차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임찬규] 프로 입단 13년 만에 최고 시즌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꽤나 부침이 많았던 투수다.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65경기에 등판해 9승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임찬규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1승에 그치며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2013 시즌이 끝난 후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임찬규는 2017년 선발 투수로 변신해 6승을 올렸고 2018년에는 11승을 따내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하지만 임찬규는 2019년 3승 5패 2홀드로 주춤했고 2020년엔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으로 다시 LG의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2021년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3.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1승 8패에 그쳤고 작년에도 6승 11패 ERA 5.04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임찬규는 작년 12승의 이민호, 후반기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좌완 김윤식 등 후배들에 밀려 LG의 확실한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임찬규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FA 신청을 포기하며 재수를 선택했다. 임찬규는 올해도 김윤식과 이민호는 물론이고 김영준, 이지강, 강효종 등 신예들에게도 밀리며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민호의 부진으로 4월 중순부터 로테이션에 합류한 임찬규는 정규리그 30경기에서 14승 3패 ERA 3.42로 다승 3위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재수를 결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됐다.
하지만 임찬규가 진정한 LG의 토종 에이스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커리어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여야 한다. 임찬규는 올해 SSG랜더스(4승 ERA 2.05)와 키움 히어로즈(3승 ERA 3.26), 한화 이글스(2승 1패 ERA 1.54) 등을 상대로 강세를 보였지만 kt를 상대로는 4경기에 등판해 16.1이닝 14실점 12자책으로 1승 1패 1홀드 ERA 6.61로 부진했다. 만약 임찬규가 3차전에서 초반에 흔들리면 염경엽 감독은 2차전처럼 이른 시간에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가 플레이오프부터 팀의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kt와 달리 LG는 애덤 플럿코의 이탈로 외국인 투수가 케이시 켈리 한 명 뿐이다. 최원태가 조기 강판됐던 2차전에서 불펜투수들의 호투로 역전승을 만든 것은 천만 다행이지만 선발투수의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시리즈는 LG에게 점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3차전에서 ‘토종 에이스‘ 임찬규가 반드시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벤자민] LG전 4승 0.84, 정규시즌 만큼만
작년 6월 부상으로 팀을 떠난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벤자민은 정규시즌 17경기에 등판해 5승 4패를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은 평범했지만 17번의 등판 중 1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투구내용이 좋았고 1.02의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역시 수준급이었다. 벤자민은 작년 가을야구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13이닝 4실점(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하며 kt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선보인 벤자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총액 130만 달러에 kt와 재계약했다. 작년 kt에 입단하면서 받은 연봉이 33만1000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몸값이 4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그리고 벤자민은 올 시즌 기대대로 kt의 1선발 역할을 하며 15승을 따내면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벤자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벤자민은 전반기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하며 한 때 ‘퇴출설‘까지 있었을 정도로 투구내용이 불안했지만 그 와중에도 전반기에만 9승을 올리며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벤자민은 구위를 회복한 후반기 12경기에서 6승 3패 ERA 2.69의 안정된 투구로 쿠에바스-고영표와 함께 kt의 ‘선발 트로이카‘로 맹활약했다. 벤자민의 꾸준한 활약이 없었다면 kt의 정규시즌 2위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kt팬들이 3차전 승리를 더욱 기대하는 이유는 벤자민이 올 시즌 LG전에서 5경기에 등판해 4승 ERA 0.84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당초 플레이오프가 일찍 끝나면 벤자민을 1차전 선발로 올리려 했지만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벤자민의 등판 순서가 3차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2차전까지 양 팀이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벤자민은 다시 한국시리즈의 실질적인 1선발 역할을 맡게 됐다.
올 시즌 LG전 4경기에서 2패 ERA 7.36으로 부진했던 고영표와 올 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 11.45를 비롯해 통산 LG전에서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던 쿠에바스는 1, 2차전에서 나란히 퀄리티스타트 투구를 선보이며 ‘LG 포비아‘를 극복했다. 고영표, 쿠에바스와는 반대로 정규시즌에서 LG를 상대로 매우 강했던 벤자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정규시즌의 기세를 계속 이어갈 지가 3차전의 가장 큰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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