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50㎏ 자메이카 킹콩 “난 농구 게임체인저”
출처:중앙일보|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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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성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온 이상 우리 팀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새 외국인 센터 코피 코번(24·자메이카)은 자신감에 넘쳤다. 그럴 만도 했다. 키 2m10㎝, 체중 150㎏의 압도적 체격을 가진 코번은 마주 선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줬다.

한국 무대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8일 컵대회 첫 경기에서 강팀 서울 SK를 만나 골밑 장악 능력을 입증했다.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SK 자밀 워니(29·미국)와 맞대결을 펼치면서 33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코번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최하위(10위)에 그친 삼성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릴 해결사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경기도 용인 기흥구 삼성농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코번은 “지난달 초 처음 한국에 와서 좋은 동료들과 열심히 훈련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내 별명이 왜 ‘자메이카산 킹콩’인지 보여줄 일만 남았다”며 빙긋이 웃었다.

코번은 자메이카 태생이다. 16세 때까지는 육상 단거리 선수와 축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때까지 농구는 해본 적도 없다. 특히 7세 때 시작한 육상에선 ‘황제’ 우사인 볼트를 배출한 자메이카에서도 100m 특급 유망주로 꼽혔다.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14년 키가 무려 12㎝나 자랐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키가 2m에 가까웠던 코번은 미국 고교농구 스카우트의 영입 1순위가 됐다. 코번은 수많은 고교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2015년 뉴욕 퀸즈의 농구 명문 오크힐 아카데미 농구부에 입단했다.

코번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처럼 고등학교에서 뒤늦게 농구를 시작하고도 단시일 만에 정상급 센터로 성장했다. 그의 팀도 우승을 휩쓸었다. 코번은 “나는 덩치가 크지만, 육상을 한 덕분에 주력이 빠르다. 축구를 하면서 팀 스포츠에도 익숙하다. 농구도 빨리 배웠다”고 밝혔다.

코번은 고교 마지막 해엔 무려 26개의 농구 명문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전력이 강한 팀 대신 만년 하위 팀이었던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를 택했다. 일리노이대 코치진은 전국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은 못 냈지만, 센터를 키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곳에서 코번은 성장을 거듭했다. 2021년엔 팀을 전미 랭킹 1위로 이끌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3학년 때까지 해마다 우승 트로피를 든 코번은 2022년 전미 대학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는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대학 4학년 때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했다. 하지만 유타 재즈 입단이 불발됐다. 그는 프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가타 알비렉스에서 반 시즌 동안 뛰었다. 프로 무대에서 풀시즌을 소화하는 건 올 시즌 삼성이 처음이다.

코번은 “삼성이 꼴찌 팀이라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입학하기 직전 일리노이대 성적은 15승40패였는데, 내가 합류한 뒤 40승15패를 기록했다. 나는 한마디로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삼성은 지난 시즌 14승40패였으니, 올 시즌엔 40승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입생 코번은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는 코트에서 우리말로 “힘내” “조금만 더”를 외친다. 한국 선수들과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낸다. 그는 “자메이카인은 3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자메이카 특유의 ‘흥겨움’이 한국의 ‘정’이라는 정서와 비슷하다”며 “내 농구 아이큐와 실력이라면 삼성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우승은 물론 MVP·득점왕·리바운드왕을 모두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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