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LPBA 개근생' 전애린의 소망 "4년 간 쓴 편지, 꼭 읽을래요"
- 출처:MHN스포츠|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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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잠들었던 ‘우승 편지‘를 이제 꺼내읽고 싶다. LPBA에 발을 담갔을 때부터 꾸준히 꿈꿔온 소망이다.
PBA 출범 시즌에 데뷔해 미모로 일약 화제가 되었고 이후 창단된 팀리그에서 NH농협카드 막내둥이로 눈도장을 찍었다.
타 선수들에 비해 구력은 길지 않다. 아버지의 권유로 고교 3학년 때부터 큐를 잡았다. 2017년에 코리아 당구왕3쿠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구는 양아치 놀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던 할아버지는 손녀가 성적을 내오자 누구보다 든든한 팬으로 변신했다. 사실상 당구를 시작하자마자 LPBA에 몸을 담았다. 모든 시즌에 거의 빠짐없이 경기를 치른 ‘개근생‘이다.
지난 9일, 일산의 한 연습장에서 전애린(24)과 마주앉았다. 훤칠한 키, 차분한 표정과 조용조용한 말투를 지닌 전애린은 한층 더 뚜렷해진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있다"는 근황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떤 시즌을 치른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표면적으로 확실한 성적은 없어도 개인 능력치는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연륜이 채워지며 늘어나는 구력과 경험치가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성적표가 ‘퐁당퐁당(19-20시즌 36위, 20-21시즌 12위, 21-22시즌 43위, 22-23시즌 24위)‘이다. 그래도 올 시즌 제법 순위 상승을 이뤘다. 해마다 기복이 찾아드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계속 다른 분들에게서 공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존 강민구(블루원리조트), 조재호(NH농협카드) 등 여러 프로들에게 스트로크같은 부분을 배웠는데 선수마다 공을 선택하는 방향이 다 다르다, 그래서 (어느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 기존에 갖고있던 기술을 버려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기 가장 편했던 선수는 강민구였고, 배웠을 때 직접 실력 향상이 체감됐다는 선수는 조재호였다고. 그러나 정도(正道)는 없다. 그는 "사실 부딪혀서 체감하는 경험보다 우리가 괜찮다고 느껴서 따라하는 내용에서 혼선이 많이 찾아온다, 누구에게 배울때는 무조건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생각해야 이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어른스러운 대답을 전한 그 역시 크게 흔들리고 방황하던 나날이 있었다. 21-22시즌 팀리그 NH농협카드 소속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후 성적이 나지 않자 방출이 결정됐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한 시기를 보냈다.
"그 때 (김)민아 언니랑 조재호 프로님이 되게 다급하게 연락하시더라고요, 전화를 받고나서야 방출 사실을 알았어요, 한참 위로를 받고 겉으로는 괜찮을거 같았는데 집에 가니까 부정적이고 ‘난 두 번 다시 못할거야‘라는 두려운 생각이 엄청 들었어요, 당구를 그 때 그만 두고싶을 정도였거든요. 힘들어서 흔들릴 때마다 동호회 삼촌들이 따끔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기존 NH농협카드 소속 프로님들이 번갈아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마음을 굳게 잡는 법을 빨리 깨우쳤어요"
그가 나간 자리에는 김보미가 공백을 메웠다. 동생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 미안해하는 김보미에게 전애린은 먼저 "언니가 들어가 다행이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최근 성적이 부쩍 오르며 그의 팀리그 재합류설이 짙어진다. 올 시즌부터 팀이 9개로 늘어나며 선수 수급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특히 LPBA는 풀이 좁아 좋은 선수들을 초반 데려가지 않으면 순위 싸움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는 "내가 있을 때는 무승부제였지만 최근에 7세트가 생기며 팀의 무게감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보는 것조차 조마조마한 경기가 됐고 선수분들은 손까지 파들파들 떨더라"며 "만약 팀에 다시 합류해서, 7세트에 나서게 된다면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나서겠다, 대진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많이 감사할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LPBA는 시스템에 변화가 찾아왔다. 23-24시즌부터 서바이벌이 사라지며 개인투어 경기 일수가 기존에 비해 하루 늘어난다. 그간 LPBA 선수들은 전혀 데이터가 없는 상대와의 대진, 생소한 경기방식, 서로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룰 등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애린은 "나는 생각보다 서바이벌을 무디게 치른 것 같다"면서도 "네 명이서 치는 게임인지라 텀이 늦게 돌아 그 점은 힘들었다, 오래 앉아있으면 팔이 계속 굳는다, 또 초반은 적응하는데도 혼란스러워서 하루 한 게임씩은 계속 서바이벌을 연습했었다, 어떻게 보면 힘들고 어떻게 보면 편한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평소에 사탕, 과자 등 단 것을 싫어하지만 술국이나 안주는 즐겨먹는다"고 쑥스러워하며 개인사를 전한 그의 목표는 단 하나다. 언제나 우승이다. 우승 이전에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우승하면 아버지한테 시합장에서 읽어드리려고 편지를 썼던게 있는데 벌써 4년이나 써왔더라고요, 아버지가 그것만 기다리고 계세요, 꼭 우승해서 이제 제발 편지 좀 읽어드리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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