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원·김원중 5일 내내 호출... 투수 15명으로 이게 최선이었을까
- 출처:오마이뉴스|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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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이강철 감독의 마운드 운영은 ‘낙제점‘... 준비 과정서 꼬인 것도 문제
3경기 24실점, ‘무실점 경기‘는 없었다. 그 어떤 대회보다도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수들의 고전이 두드러진다.
야구대표팀은 9일 호주전 8실점, 10일 일본전 13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하루 휴식을 취한 이후 12일 체코전에서는 3실점을 기록했다. 1라운드서 탈락한 직전 2개 대회와 비교해봐도 실점이 많은 편이다.
6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평가전 도중 담 증세를 호소한 고우석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의 투수는 대회 개막 이후 적어도 한 차례씩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투수들마다 짊어진 부담이 조금씩 달랐다.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 정철원과 김원중
공식 평가전 2경기를 포함해 12일 체코전까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등판한 투수는 두 명, 정철원과 김원중이다. 이들은 6일 오릭스전과 7일 한신 타이거즈전서 각각 ⅔이닝), 1이닝을 소화했다. 정철원의 경우 이틀간 총 30구를 던졌으며 김원중은 11구를 뿌렸다.
연이틀 호출받았던 정철원과 김원중은 본선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3경기 동안 각각 1⅓이닝 33구, 1⅔이닝 30구를 기록했다. 11일 휴식일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던 점은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이들이 나온 상황이 같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점수 차가 적은 접전에서도, 비교적 여유로울 때도 마운드로 향했다. 필승조 혹은 추격조처럼 명확하게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단순 근육통 진단 이후에도 회복이 더뎠던 고우석뿐만 아니라 컨디션 난조를 보인 선수가 적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졌다. 여전히 공인구와 맞지 않은 투수도 있었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단기전의 특성을 고려해도 마운드 구상이 확실하게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12일 체코전서 투구를 마치고 덕아웃에 앉아있던 정철원이 오른팔을 흔들어 보다가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되는가 하면, 경기가 끝난 이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오른팔을 들지 않았다. 정확한 몸 상태가 알려지진 않았으나 걱정스러운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 대표팀은 준비 과정부터 꼬였다
정철원, 김원중만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10일 일본전에서 11구(1⅓이닝)를 던진 박세웅은 12일 체코전 선발로 나와 4⅔이닝 동안 59구를 던졌다. 9일 호주전(1⅓이닝 26구), 10일 일본전(2이닝 29구) 연투를 펼친 원태인은 13일 중국전 선발로 출격한다.
9일 호주전(4⅓이닝 45구) 선발투수로 출격했던 고영표는 불과 3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체코전(⅔이닝 18구)서 구원투수로 등판, 1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00%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반대로 이번 대회서 선발 등판을 제외한 선수들 중에서 1경기만 등판한 투수가 적지 않다. 고우석을 포함해 이의리, 김윤식, 소형준, 구창모, 양현종, 정우영까지 총 7명이다. 엔트리에 있는 투수(15명)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13일 중국을 상대로 이들 중에서 누군가는 이닝을 맡아야 한다. 대표팀이 바라는 ‘기적‘이 일어나서 2라운드에 진출하더라도 원활한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선수들과 사령탑의 책임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가 과연 현장에서의 경기력 또는 선수 교체만의 문제일까. 결국 대표팀 마운드가 지금의 위기를 맞이한 것은 준비 과정부터 꼬인 게 문제였다.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이후 추운 날씨에 좀처럼 투수들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국내 팀들과의 평가전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시차 적응을 위해 국내로 들어오고, 또 일본으로 향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감독은 대회 직전까지도 마운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지만, 끝내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대회 규정상 WBC 최종 명단 제출 기한인 2월 7일이 지난 이후에는 ‘부상‘ 이외의 사유로 선수 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 사령탑 경험이 없는 이 감독으로선 당장 좋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수 교체 가능성을 열어두고 좀 더 일찍 모여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거나 훈련 환경을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회가 끝난 이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대회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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