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손’ 앞세워 WBC 공인구 극복한 곽빈 “박찬호 선배님 절반은 하고싶어”
- 출처:동아일보|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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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전지훈련 중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대회 공인구다.
미국 롤링스사가 만드는 WBC 공인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인구와 같은 제품이다. 실밥이 도드라진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에 비해 솔기가 낮은데다 표면도 미끄럽다. 투수들이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WBC 공인구의 크기다.
베테랑 투수 이용찬(34·NC)은 “KBO리그 공인구에 비해 크기가 약간 크다. 그래서 한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손에 잘 들어오지 않다보니 변화구를 구사할 때 자칫하면 미끄러져 나가곤 한다는 것.
그런데 한국 야구 대표팀에는 WBC 공인구에 이미 100% 적응을 완료한 선수가 있다. 오른손 영건 곽빈(24·두산)이다.
곽빈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공인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 그가 타고 난 ‘왕손’이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손가락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마디 하나쯤은 크다. 곽빈은 “어릴 때부터 유독 손이 커 ‘왕손’이라고 불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농구공을 한 손으로 잡았다”라고 말했다.
워낙 손이 크다 보니 KBO 공인구에 비해 큰 편인 WBC 공인구를 잡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투구의 목표 지점을 약간 달리하면 제구를 잡는데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곽빈의 남다른 신체 능력은 20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 내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경기는 17일 NC와의 첫 연습경기 때처럼 양 팀 투수들이 아웃카운트와 관계없이 정해진 투구 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회말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곽빈은 4번 타자 황대인을 시작으로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투수 수가 남아 두 타자를 더 상대한 곽빈은 변우혁과 한승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이닝 5타수 무안타 2삼진의 퍼펙트한 투구였다.
총 18개의 투구 중 패스트볼을 10개, 슬라이더 1개, 체인지업 3개, 커브를 3개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주 무기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졌다.
명투수 출신인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단연 곽빈이다. 두산의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어 온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곽빈과 마주친 이 감독은 “이런 모습 보려고 널 대표팀에 뽑았다”라며 사기를 북돋워졌다.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곽빈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랑 함께 야구를 하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 대표팀 선수 모두와 더 친해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등번호 47번을 다는 그는 대표팀에선 61번으로 번호를 바꿨다. 나성범(34·KIA)과 등번호가 겹치자 선배에게 양보한 것. 곽빈은 “2006년 제1회 WBC 때 박찬호 선배님(은퇴·50)이 던지는 걸 본 적 기억이 있다. 61번은 박찬호 선배님의 상징 같은 번호다. 선배님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이번 대회에서 그 절반은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찬호는 2006 WBC에서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 10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날 장단 19개의 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힘을 앞세워 12-6으로 승리했다. 17일 NC전 8-2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김혜성(키움)이 3루타 포함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강백호(KT)와 박건우(NC), 최지훈(SSG) 등이 2안타씩을 때리며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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