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히가시우치 나츠미, '마우스 당구'에서 LPBA 챔피언까지
출처:MHN스포츠|202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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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까 머리가 복잡했어요"

LPBA사상 두 번째로 일본 선수가 정상에 오른 날을 당사자는 이렇게 회고했다.

히가시우치 나츠미는 지난 15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1로 완파하며 생애 첫 PBA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프로당구 원년 시즌인 2019-20시즌부터 꾸준히 출전해온 그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챔피언에 오르기도 하며 일본 LBPA 강호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러나 한국 땅에서는 좀처럼 트로피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며 대회에 출전하기가 더욱 빠듯했다. 그런 가운데 성적 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대략 네 시즌동안 눈에 들어오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우승 직전 최고 성적은 프로 원년 메디힐 챔피언십과, 올 시즌 휴온스 챔피언십의 4강 진출이다.

지난 달 29일, 고양에서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64강전이 모두 종료된 후 히가시우치 나츠미를 만났다.

히가시우치는 "일주일 가량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연습을 계속 못했다, 초반에도 계속 못했고 후반에도 어려운 공이 많았는데 다행히 조2위로 (32강에) 올라왔다"며 미소지었다.

■ ‘물 흐르듯‘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온라인에서 세계 정상까지

히가시우치는 대표적인 ‘친한파‘ 외인 선수다. 통역이 필요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매우 유창했다. 일본어,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합하면 도합 4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고교시절까지 그 곳에서 살았다.

그는 프랑스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당시 한국 친구와 연을 맺어 간단히 배운 ‘고마워‘, ‘미안해‘ 등의 한국어는 그를 도쿄외대 한국어학과로 이끌었다. 그는 "대학은 일본에서 다니려고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외대로 들어가게 됐고 26개 학과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던 한국어학과를 고르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당구를 하기 시작한 이유도 독특하다. 동네 당구장이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됐다.

히가시우치는 "처음은 인터넷에서 3구, 4구 등 여러가지 게임을 접했다, 뒤돌리기나 대회전 등을 모두 인터넷으로 배웠다"며 "그런데 막상 진짜로 큐를 잡으니 두께를 맞추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머리는 알고 있는데 손이 너무 따로 놀더라"며 웃음지었다. 이런 상황에 프로의 길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 그가 프로선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당시 일본 당구장을 방문했던 그는 "내가 한 20~30점 정도 칠 때였다, 당시 거기에 한 선수분이 계셨는데 그 분께서 ‘프로선수를 해보는 건 어떠냐‘며 제의를 하셨었다, 진지하게 생각이 없어 고민했는데 그 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갑자기 상황이 진전(?)됐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과의 연도, 당구와의 연도 그렇게 물 흐르듯 시작했다.



■ 히다 오리에에 이어 탄생한 두 번째 ‘日 LPBA퀸‘

히가시우치는 두 번째 LPBA 일본인 챔피언이다. 지난 9월, TS샴푸 푸라닭 챔피언십에서 LPBA 사상 최초로 일본인 선수로써 정상을 차지한 히다 오리에(SK렌터카)의 뒤를 이었다.

일본 LPBA 선수들은 격리가 풀린 이후 부쩍 강세다. 평소 연습 컨디션을 되찾으며 이번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는 LPBA 사상 최초로 5명이 전원 32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히가시우치는 "우승 당시에는 진짜 기쁜 것도 있었지만, 소감으로 무슨 말을 할까 머리가 엄청 복잡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당시 그는 손수 쓴 한국어 소감문을 꺼내 읽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는 "히다 선수는 정말 일본 내에서는 탑으로 손꼽힌다, 당장은 못 들어도 언젠가는 트로피를 들어올릴거라 생각했다"며 "나는 초반부터 투어에 참가했지만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특히 처음에 서바이벌에 적응하는게 너무나 힘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그렇게 경기를 진행하다가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왕복하면서 경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당시 LPBA 박수향 선수와 함께 방을 얻어 어울리고 하다 친해졌다"고 밝혔다. 박수향과의 돈독한 친분은 경기를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큰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 "‘역전의 명수‘ 니시모토 유코 보고 반했죠"

세계선수권 챔피언, 그리고 LPBA 챔피언까지 제패한 그에게도 롤모델은 있다. 현재 세계랭킹 14위의 특급 강호 니시모토 유코다. 올해 여자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한지은(세계21위)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겨룬 바 있다.

히가시우치는 "당시는 내가 아마추어였다, 어느 여성부 시합에 나갔는데 25점제 시합에서 니시모토와 다른 선수가 치고 있었다, 그때 니시모토가 10점, 상대 선수가 20점 정도 되어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때 니시모토가 완벽한 수비당구를 선보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어 승기를 쥐었다. 히가시우치는 "분위기를 역전해버리면서 경기를 컨트롤하는게 너무나 멋졌다, ‘저게 프로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니시모토의 수비당구를 닮고싶다, 수를 내다보는 신중한 당구가 너무 멋지다"고 전했다.



현재의 그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는 스트로크를 보완하는 것이 목표다. 보다 섬세한 컨트롤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이전에는 백민주와 가까운 파워 스트로크를 구사했다고.

히가시우치는 아쉽게도 이번 6차투어 16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 31일, 32강전에서 경기를 치른 그는 하야시, 김민아(NH농협카드), 임경진과의 서바이벌에서 AVG 0.263으로 미끄러졌다.

그러나 그가 이번 대회에 임했던 목표는 2연속 우승도, 대단한 개인 기록도 아니었다. 

"이번엔 진짜로 거의 연습을 못해서요, 그냥 재밌게 치는 것이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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