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빠른' 송교창, 대표팀 살림꾼으로 우뚝
출처:점프볼|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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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평균신장 196cm의 장신 국가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에 참여중인 대표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높이다. 귀화선수 라건아(33·199.2cm)외에는 믿을만한 빅맨 자원이 없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과거 서장훈, 김주성, 이승준급의 골밑지킴이는 아쉽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서 평균 신장이 대폭상승하며 외려 높이는 그 어떤 시절보다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이우석, 이대성 등 장신가드는 물론 예전같으면 빅맨으로 뛰어야할 2m안팎의 자원들이 포워드로 활약하며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크기만한 것이 아니다. 스피드, 외곽슛, 볼 핸들링, 패싱능력 등 역할에 맞는 능력치를 제대로 갖추고 완벽하게 자신의 포지션을 소화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주포 이현중(22·202cm)과 여준석(20·203cm)이 해외 진출 문제로 빠져있음에도 송교창(26·201.3cm), 최준용(28·200.2cm), 양홍석(25·195cm) 등으로 구성된 장신 포워드진의 경쟁력은 여전히 높다. 이들이 내외곽을 오가며 활약해주자 공간을 넓게 쓰는 농구가 가능해졌고 그러한 상황에서 정통적인 빅맨과는 거리가 다소 있지만 슈팅능력이 좋은 강상재(28·200㎝)의 장점까지 발휘되고 있다. 국내리그에서 하락세에 시달렸던 김종규(31‧206.3cm) 역시 부담을 덜고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다.

장신 포워드진이 중심을 잡아주니 우려됐던 빅맨진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를 입증하듯 대표팀은 본선 조별(B조) 예선에서 난적 중국을 93-81로 완파했다. 비록 중국이 자랑하는 ‘트윈타워‘ 저우치(216cm)와 왕저린(213cm)이 나서지 못한 가운데 거둔 승리였지만 높이와 힘에서 중국을 누르던 모습은 그간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임은 분명했다. 중국이 전력누수가 컸다고는 하지만 우리 또한 이현중, 여준석, 문성곤, 이승현 등이 빠졌다. 이후 풀전력으로 충돌하게 될 순간이 기대되는 이유다.

강호를 꺾은 상승세는 대만전에서도 이어졌다.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장신 포워드진이 돌아가면서 맹활약을 했고 단신 빅맨 이대헌(30·197cm)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87-73으로 낙승을 거뒀다. 예선 전적 2승째를 기록하며 남은 바레인전에 상관없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1위를 확정한 상태다. 양홍석의 부진 정도를 빼고는 아쉬움 없는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냈다.

익히 잘 알려진데로 추감독은 프로 시절부터 포워드 농구를 선호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고양 오리온 시절 자신이 구축한 포워드진을 중심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물며 현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포워드 라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질과 양적으로 선수층이 두텁다. 이현중, 여준석, 이승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반가운 것은 송교창이 확실한 역할을 찾았다는 부분이다. KBL 정규시즌 MVP 출신인 그는 이전까지 국가대표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기회도 많이 없었을 뿐더러 활약이 필요할 때마다 컨디션, 몸 상태 등이 좋지 않았던 것이 이유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주요 선수로 거론되지 않는 굴욕을 겪기도 했으나 이번 아시안컵에서 핵심 전력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어느 팀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제대로 코트 밸런스가 갖춰지려면 궂은일에 능한 이른바 살림꾼 유형의 선수가 꼭 필요하다. 대표팀같이 각팀 에이스급 선수가 모여 있는 라인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너도 나도 공격에만 집중한다면 가지고 있는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다. 예전 대표팀에서는 양희종이 그랬다. 양희종은 개인 수비, 팀 수비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디펜스에 엄청난 활동량과 허슬플레이를 통해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였다.



평균 이하의 슈팅력 등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오랜 시간 핵심 멤버로 활약해온 이유다. 양희종의 노쇠화와 함께 그의 대체자로 자주 거론되어온 선수는 문성곤과 안영준이다. 안영준은 안정된 공수밸런스에 팀플레이에 능하다는 점에서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유형이었고 문성곤은 한창때 양희종 이상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며 그의 후계자로 불리는 선수였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각각 부상과 그에 따른 컨디션 난조 그리고 군입대(상근예비역)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추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성곤, 안영준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 아닌 송교창이다. 송교창같은 경우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해온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서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임은 어느 정도 검증받았지만 익숙치않은 살림꾼 스타일로 공헌하고 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더 크고 높아진데다 공격력까지 업그레이드된 양희종이다’는 극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대표팀에서의 송교창 존재감은 대체불가급아 되어가고 있다. 양희종의 최대 장점은 좋은 사이즈(194cm)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1~4번까지 모두 무난하게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상대 에이스를 전담마크 하는 스토퍼는 물론 도움수비에도 능했다.

어디 그뿐인가. 슈팅력만 떨어진다 뿐이지 팀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까지 워낙 좋아 패싱게임, 컷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에 기여했다. 큰 경기에 강한 성향까지 가지고 있어 중요한 순간 적지 않은 클러치 슛을 성공시키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양희종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비록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송교창은 양희종이 그랬듯 대표팀 전체의 에너지레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2m가 넘는 장신임에도 기동성까지 갖추고 있어 양희종이 그랬듯 앞선부터 뒷선까지 전방위로 수비가 가능하다. 가드진을 따라갈 수 있는 스피드, 상대 4번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사이즈로 인해 어지간해서는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거기에 넓은 시야, 준수한 볼 핸들링과 슈팅력까지 갖추고 있어 공격시 내외곽을 오가며 컨트롤타워, 득점원을 모두 무난하게 소화해준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평균 이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자가 매우 좋아할 스타일이다. 실제로 추감독은 대만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송교창은 ‘농구 지능지수‘(IQ)가 좋다"고 극찬 한 바 있다.

현재와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이현중, 여준석 등이 돌아와도 송교창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궂은일까지 가능한 전천후 마당쇠 송교창이 추일승호의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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