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신 기자의 NBA 이야기]③카이리 어빙과‘로열티’
출처:문화일보|20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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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케빈듀란트·카이리 어빙과 ‘로열티’

바야흐로 NBA 오프시즌이다. 오프시즌은 경기가 없어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경기 못지않게 선수들의 트레이드 시장, FA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 보는 맛이 스포츠 경기 못지않다는 의미에서 ‘에어컨리그’(여름 FA 시장)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번 에어컨리그 역시 역대급이다.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 덕분이다. 브루클린 네츠에 모여 대권에 도전했던 그들은 불과 3년 만에 팀을 해체하고 떠날 모양새다. 이번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29개 팀 중 21개 팀 단장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은 팀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한 여름밤의 꿈’ 같은 결말이다.

◆브루클린 네츠의 ‘팀 해체쇼’

문제의 시발점은 어빙의 계약이었다. 다음 시즌 선수 옵션을 보유한 어빙은 이번 시즌 옵트아웃을 통해 자유계약 신분으로 브루클린으로 대형 장기 계약을 맺으려 했다. 하지만 팀은 입장이 달랐다. 어빙이 원체 농구 외적인 문제로 속을 썩였기 때문이다. 백신 음모론자였던 어빙은 백신 접종을 거부했고, 방역 패스를 거부했다. 또 어떤 사회적 사건(ex.텍사스 총기 난동 사건)이라도 일어나는 날이면 “농구보다 중요한 게 있다”며 갑자기 경기에 불참하고는 했다. 브루클린은 이런저런 문제로 경기에 뛸 수 없는 어빙을 아예 전력에서 제외한 채 시즌을 맞이했다. 그가 없는 동안 팀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팀 입장에서는 그런 그에게 장기계약을 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어빙은 3600만달러(약 468억원)의 올 시즌 연봉을 보전 받는 조건으로 ‘일단’ 브루클린에 남기로 했지만, 어빙 측근 발로 LA 레이커스와 트레이드가 거론되는 등 트레이드 불씨가 살아있는 상황이다.



희한한 건 어빙의 장기계약 불발 불똥이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케빈 듀란트한테 튀었다는 것이다. 듀란트는 그의 절친 카이리 어빙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는 구단 수뇌부에 “트레이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ESPN은 “브루클린과 어빙 사이의 마찰이 표면화 된 후 듀란트는 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갖게 됐고 이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게 됐다”고 트레이드설의 배경을 전했다. 팀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어빙과 듀란트가 모두 팀에서 나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둘의 이야기는 아마 선수들의 요청대로 ‘트레이드’되면서 끝날 공산이 크다. 언제부터인가 선수와 구단의 갈등은 늘 선수(슈퍼스타)가 이기는 게임이 됐다. 브루클린은 듀란트의 트레이드 요청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어빙 역시 어떻게든 팀을 떠날 것이다.

◆트렌드가 된 슈퍼스타들의 ‘트레이드 요청’

이쯤에서 생각해 볼만 한 것이 있다. 이제는 ‘트렌드’가 된 선수들의 ‘트레이드 요청’ 문화다. 듀란트나 어빙이 이번 여름 유독 대두 됐을 뿐, NBA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이제 팀이 부진하면 딱히 팀에 남아서 이끌려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미 강한 팀에 자신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영달을 이루고자 한다. 과정도 스스럼이 없다. 기존 팀과의 계약 기간이 1년이 남았건 4년이 남았건 상관하지 않는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르브론 제임스의 2011년 마이애미 슈퍼팀 구성 이후 스타들의 이적 요청이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화를 두고 팬들은 설왕설래한다. 선수들의 자율권이 보장됐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오는 반면, 팀에 대한 최소한의 ‘로열티’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직이라는 행위만 두고 바람직하냐 아니냐 등의 가치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스포츠가 아니라 일반 직장 생활에 대입해 보면 특히 그렇다. 예컨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언론분야도 이직이 잦은 편이다. 업계에 암묵적인 선호 근무지가 있고 개인의 직업 선택이 보장되는 한 이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은 스포츠는 팬덤을 먹고 사는 분야고, 팀(구단)의 자본 투입이 없으면 굴러갈 수 없는 분야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직장과 달리 계약 기간이 아주 명확하게 적시돼있다는 점도 다르다. 예컨대 듀란트는 지난해 여름에는 4년 총액 1억98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맺었다. 아직 계약 기간이 한참이나 남아있는데도 트레이드를 요청한 셈이다.



◆어빙·듀란트와 가넷의 차이점

결국 중요한 건 ‘상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2007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케빈가넷·레이알렌·폴 피어스 3인방이 뭉쳤을때는 가넷이나 알렌을 비난하는 여론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가넷이 기존팀(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십 수년 넘게 충성을 다했음에도 우승권 근처에 가지 못하자,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미네소타 팬들도 가넷의 선택을 응원했을 정도였다.

반면 듀란트와 어빙은 어떤가. 듀란트는 ‘오클라호마 썬더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 브루클린 네츠 → ? ’등의 팀을 오갔고 어빙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 보스턴 셀틱스 → 브루클린 네츠→ ?’ 등의 팀을 오갔다. 그때마다 팀을 옮긴 명분이 있었느냐 하면 딱히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도 어렵다. 특히 듀란트는 자신의 팀을 역스윕했던 골스로 가더니, 이번에도 브루클린보다 상위 성적을 기록했던 팀에 이적하려 한다. 어빙은 “르브론의 그늘이 싫다”면서 클리블랜드를 떠나더니 수년 만에 다시 르브론이 있는 LA레이커스로 이직하려 하는 참이다. 이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한때 스포츠에서 ‘원클럽 맨’이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레지 밀러 등 한 팀에 평생 충성한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해당 지역에서 출마하면 주지사도 될 수 있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 선수들에게 토티나 밀러는 ‘한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팬들에겐 그들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를 되새겨볼 만하다. 정 안되겠으면, 가넷처럼 ‘해볼 만큼 해봤다’는 업계·팬들의 컨센서스(합의)라도 얻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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