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나는 김도영 안타의 이면… 김광현 같은 '대인배'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 출처:스포티비뉴스|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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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SSG행복드림구장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슈 두 개가 충돌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인천의 왕‘ 김광현(34·SSG)의 귀환이었다.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에이스‘의 복귀에 SSG 팬들은 잔뜩 신이 나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반대쪽 더그아웃인 KIA의 이슈는 ‘슈퍼루키‘로 불리는 고졸 신인 김도영(19)의 첫 안타 여부였다. 화려한 입단, 시범경기 타격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정규시즌에 돌입한 김도영은 정작 17타수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고전 중이었다. 8일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다만 이날 김광현을 상대로 선발 출전이 예고되며 관심을 모았다. "김광현 선배의 공을 치고 싶다"던 루키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김광현을 만나고 있었다.
3회 처음으로 만난 두 선수의 대결은 김광현이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김도영도 그랬겠지만, 김광현 역시 승부욕이 있었다. 2S 상황에서 결정구로 던진 4구째 회심의 커브가 손에서 빠지며 크게 빗나가자 김광현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이 루키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싶은 본능은 가지고 있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김광현의 정면승부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이번에는 김도영이 노렸던 공을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광현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고, 김도영이 이를 받아쳐 깔끔한 좌전안타를 기록했다.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3루 관중석의 KIA 팬들은 기다렸던 이 신인의 안타에 환호했다. 눈물을 보이는 관중도 카메라에 잡혔다. 김도영도 마음고생을 어느 정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관심이 집중된 매치에서 안타를 맞는다는 건 투수들에게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안타는 김광현의 노히터가 깨지는 안타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곧바로 털어냈다. 오히려 첫 안타 공을 공손하게 3루 더그아웃에 전해줬다. 승부는 승부였고, 예의는 예의였다.
김도영이라는, 어쩌면 추후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클 수 있는 선수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 줬을 수도 있다. "김도영의 프로 첫 안타는 김광현을 상대로 뽑아냈다"는 기억은 생각보다 더 오래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김광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런 주목을 즐기고 반겼다.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론이었다. 그런 매치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광현은 "나도 신인 때 ‘누구랑 붙어보고 싶어요‘, ‘삼진 잡을 거에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안티 아닌 안티 팬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 관심이다"고 웃은 뒤 "김도영 선수가 부담 안 가지고, 또 기가 안 죽었으면 좋겠다. 혜성같이 등장해야 우리 야구 인기도 더 많아지는 거니까. 다음에는 안타 안 맞으려고 잘 던져야 한다"고 미소 지었다. 김광현은 "비디오를 봤는데 신인이 예쁜 야구를 잘하는 선수인 것 같다"고 덕담도 잊지 않았다.
어느덧 리그 전체를 살필 수 있는 시야와 눈을 갖춘 김광현은 이 승부가 단순한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으며, 자기 세대들의 뒤를 이어 앞으로 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후배에게 진심의 축하를 전했다.
김광현은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는 거 아닌가. 중요한 매치업이나 선발 맞대결에서는 어떻게든 정면승부하고 재밌게 해야 관중들이나 야구 팬분들이 즐거워하신다. 이슈화를 많이 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오히려 김도영의 첫 안타를 챙기고 더 많은 이야기가 꺼내지길 바랐다. 김광현 같은 ‘대인배‘들이 프로야구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리그의 풍부한 스토리와 콘텐츠는 그런 선수들로부터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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