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나달은 잊어라, 조코비치 윔블던 우승
출처:중앙일보|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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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세계 랭킹 1위)가 마침내 ‘테니스 빅3’에 올랐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0·스위스·8위), ‘흙신’ 라파엘 나달(35·스페인·3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코비치는 1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25·이탈리아·9위)를 세트 스코어 3-1(6-7, 6-4, 6-4, 6-3)로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70만 파운드(26억9000만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20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페더러, 나달과 최다 우승 타이기록자가 됐다.

결승전을 앞두고 조코비치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올랐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2007년 US오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전을 치렀다. 당시 난 스무 살이었고, 상대는 페더러였다. 너무 긴장했고, 떨었다”고 했다. 당시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11승을 올린 슈퍼스타였다. 예상대로 페더러가 우승했다.

2008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조코비치는 한동안 메이저 우승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반짝 선수가 되는가 싶었는데, 2010년 US오픈에서 모처럼 결승에 올랐다. 그는 메이저 8승을 기록하고 있던 나달에게 졌다. 조코비치는 2013년 펴낸 책 『이기는 식단(원제 Serve to win)』에서 이렇게 밝혔다.




“세상에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두 명 있었다. 페더러와 나달. 그들은 일류였고 나는 이류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페더러와 나달에게 막혔다고 해서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코트에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식단을 바꿨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지방이 많은 피자, 파스타, 유제품, 설탕 등을 끊었다. 매일 명상하면서 멘털을 단련했다. 체력과 집중력이 좋아지자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 어떤 날카로운 샷도 받아내는 코트 장악력은 조코비치가 단연 세계 최고다.

슬럼프와 손목 부상 등을 이겨낸 조코비치는 이류를 넘어 페더러·나달과 같은 일류가 됐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을 알게 됐다. 정신적·신체적으로, 또 전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조코비치의 진짜 꿈은 일류가 아니라 일등이 되는 거였다. 그는 “세계 제1의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것이 내 목표”라고 했다.

세 선수 중 가장 젊은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을 뛰어넘기 직전이다. 조코비치는 오는 8월 30일 시작하는 US오픈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21회로 늘리면서 페더러와 나달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가 된다.

조코비치는 앞서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서 이어 윔블던까지 올해 열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모두 휩쓸었다. US오픈에서도 챔피언에 오르면 한 해 4개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남자 테니스에서 한 해에 4대 메이저 단식을 모두 우승한 선수가 나온 것은 총 세 차례였다. 1938년 돈 버지(미국), 62년과 69년 로드 레이버(호주)가 이 업적을 이뤘다.

이와 함께 도쿄 올림픽까지 석권하면 남자 테니스 역대 최초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는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여자 테니스에서는 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4대 메이저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골든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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