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불괴' 이정현, 변화가 필요한 베테랑
- 출처:오마이뉴스|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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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노쇠화 기미, 기존과는 다른 역할 필요
슈팅가드는 농구에서 가장 화려한 포지션중 하나다. 1번 포인트가드와 함께 팀내 앞선을 이끌면서 득점까지 책임지는 백코트 핵심 자리로, 팀마다 중요도나 쓰임새는 다르겠지만 빼어난 2번이 존재하는 팀은 대부분 강팀의 면모를 드러낸다. 테크니션이 많은 포지션답게 화려함도 돋보이는지라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높다.
미 프로농구(NBA)와 국내 농구를 대표하는 전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농구천재‘ 허재가 뛰던 포지션이기도 하다. 최고의 에이스하면 2번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2번은 양적으로는 어떤 포지션 못지않게 항상 풍부하다. 기존 2번을 비롯 1번으로서 리딩, 시야가 부족하거나 3번으로 사이즈가 아쉬운 선수들까지 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중한 기량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슈팅가드는 쏟아지는 양에 비해서는 많지 않다. 국가대표급 슈팅가드에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KBL로 눈을 돌려봤을 때 역사에 남을만한 슈팅가드로는 선수 시절 말년의 허재를 필두로, 2대2 마스터 강혁, 살림꾼 스타일 강병현, 조선의 슈터 조성민 등을 꼽을 수 있다. 슈팅가드보다는 포워드의 움직임에 가까웠지만 단순히 2번으로 포지션을 한정하면 KCC 전성기를 이끈 한축인 조성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민구는 대학 때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내며 ‘제2의 허재‘로 기대를 모았으나 불미스런 음주 사건과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인성 논란을 꾸준히 일으키며 아쉽게 꺾여버린 케이스다.
이대성 같은 경우는 호불호가 워낙 많이 갈린다. 포지션상은 장신 가드로 분류되지만 순수한 가드로서의 플레이는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시야가 넓지 않고 ‘BQ(바스켓 아이큐)‘보다는 운동능력과 활동량 등으로 승부하는 유형인데 최근에는 1번 포지션까지 욕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슈팅가드 계보에서 빼놓지 않고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 있으니 다름 아닌 소속팀 전주 KCC와 국가대표팀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는 베테랑 이정현(34·19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재다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BQ 장인
이정현은 오세근, 양희종, 박찬희, 김태술(34·180cm) 등과 함께 KGC 인삼공사 전성기를 이끌던 이른바 ‘인삼신기‘출신이다. 박찬희에 이어 전체 2순위로 깜짝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으나 신인 시절부터 톡톡히 제 몫을 해내며 KGC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KGC에서 이정현이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부분은 자신감 넘치는 공격이었다. 대학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해도 프로에 오게 되면 주눅이 드는 대다수 신인과 달리 이정현은 공격에서 거침이 없었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과감하게 슛을 쏘고 돌파를 하며 단숨에 ‘될성부른 떡잎이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출장 경기가 늘어갈수록 기량도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KGC가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엄청난 빅샷을 성공시키며 홈팬들을 웃게 했다. 현재는 KCC로 둥지를 옮긴 상태임에도 여전히 KGC팬들이 이정현을 프랜차이즈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이유다.
어느 자리에서든 존재감을 뿜어내는 스타답게 KCC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정현의 활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정현은 전천후 공격수다.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과감하게 돌파를 감행해 득점을 올리거나 자유투를 얻어낸다. 골밑으로 들어갈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쏘는 미들슛, 뱅크슛도 일품이다.
거기에 ‘오프 더 볼 무브‘가 워낙 좋아 받아먹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터 혹은 속공수의 역할도 잘해준다. 거기에 2대 2 플레이에도 능한지라 수비 입장에서는 막아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유형의 선수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플레이해야 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BQ 높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플레이 스타일, 역할 바꿔야 될 때
이정현이 어떤 선수인지는 닉네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언론에서는 그를 가리켜 ‘금강불괴‘라고 표현한다. 끊임없이 뛰고 점프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오가는 농구경기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수준만 출중하다고 롱런 할 수는 없다. 일단 다치지 않고 혹은 어느 정도 부상 투혼을 각오하는 의지가 강해야지만 많은 경기를 뛰면서 누적기록도 쌓아가는 게 가능해진다.
이정현은 프로 데뷔 이후 대표팀 차출과 군복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기를 꾸준히 주전급으로 뛰고 있다. 주희정(371경기), 추승균(384경기)의 연속 출장기록은 진작에 넘어선지 오래다. 이는 단순히 오래 뛰었다는 것이 아닌 그만큼 팀내 경쟁력을 꾸준히 가져갔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되는 부분인지라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모범적 행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영원히 전성기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정현 역시 최근들어 기량이 급감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특유의 BQ와 노련미는 여전하지만 운동신경, 순발력 등에서 예전 같지 않다. 이는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은 공격에서 돋보이는 선수지만 수비 역시 약한 편은 아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도 잘해줬고, 상대 패스길을 읽어가면서 빠른 손놀림으로 패스를 쳐내거나 공을 가로채는 능력도 탁월했다. 적어도 본인 분량의 수비는 충분히 해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정현은 ‘수비 구멍‘으로 지적 받는 상황이다. 특유의 센스는 여전하지만 순발력이 떨어져,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가드들의 발놀림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되는 주전 1번 유현준(24·178㎝)과 함께 나란히 백코트 듀오로 나설 경우 KCC 앞선 수비는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이에 일각에서는 KCC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이정현이 식스맨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술적 부분이 아닌 신체능력이 떨어져서 수비가 안되는 만큼 정창영(33·193㎝) 등 수비가 좋은 선수가 주전으로 출격하고 이정현은 상대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이나 노련미가 필요한 타이밍에서 해결사급 선수로 나오는 것이다.
출장시간만 줄어드는 것일 뿐 특유의 다재다능함은 여전한지라 역할 자체는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시카고 불스의 토니 쿠코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의 안드레 이궈달라 등 식스맨이면서도 팀내 우승의 핵심역할을 했던 ‘슈퍼 조커‘로 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정현이 공수에서 에너지를 더욱 끌어올려 다시금 전성기를 되찾는 것이다. 단순히 하락세라고 단정하기에 이정현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다음 시즌 금강불괴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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