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도 모를 V리그 우승 기회를 잡겠다는 김연경(33·흥국생명)의 간절함이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100% 확률을 잡았다.

김연경은 지난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포스트시즌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9득점을 기록하고 세트 스코어 3-1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흥국생명은 포스트시즌 진출 3개 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첫 판을 따내며 챔프전에 한 발 다가섰다. 프로 원년인 2005 시즌부터 2018~2019 시즌까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은 모두 챔프전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상대의 집중견제에도 공격성공률 60%, 공격효율 53.33%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김연경이 60%대 공격성공률을 달성한 것은 지난해 11월27일 IBK기업은행전(60%) 이후 올 시즌 두 번째다.

왼손으로 점수를 뽑는 ‘진기명기’도 연출했다. 김연경은 1-1로 맞서던 3세트 19-16에서 토스가 길어 오른손으로 처리하기 어려워지자 왼손으로 스파이크를 때려 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이 공을 가볍게 밀어넣을 것이라 예상했던 IBK기업은행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연경은 “상대가 잡을 것 같아서 강하게 때렸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이런 기세는 지난 6라운드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사태 여파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후 전력이 크게 약화돼 힘든 싸움을 해왔다. 외인 브루나 모라이스는 기량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고 김연경과 세터 김다솔의 호흡은 완전하지 않았다. 리시브 라인이 무너졌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였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느라 체력 부담이 컸던 김연경은 부쩍 지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KGC인삼공사전에서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은 28.57%였다.

주장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앞두고 동료들과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다졌고, 코트에서 한 단계 나아진 조직력을 선보였다.

이주아와 김채연은 7블로킹을 합작하면서 IBK기업은행의 국가대표 센터진 김수지·김희진(총 2블로킹)을 눌렀다. 김미연(리시브효율 35%)은 수비에서 IBK기업은행 표승주(18.18%)를 앞섰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김다솔이 본인 역할을 다했다. 고비가 올 때마다 멘털을 잘 잡았다”며 세터를 칭찬했다.

흥국생명은 22일 IBK기업은행의 홈 화성으로 이동해 플레이오프 2차전을 벌인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브루나의 경기력이다. 브루나는 19득점을 보태긴 했지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범실(13점)을 저질러 공격 효율이 7.14%에 그쳤다. 김연경은 “브루나가 2차전에서는 더 잘할 것이라 믿는다. 브루나와 이야기하면서 손발을 맞춰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