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명예 역스윕' 우리은행, 앞으로가 더 문제
- 출처:오마이뉴스|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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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4위에게 1승 뒤 연패로 탈락, 20년 만의 불명예 기록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여자프로농구 2001년 겨울리그에서 우리은행 위비의 전신 한빛은행 한새는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신세계 쿨캣(현 하나원큐)을 만났다.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정선민과 장선형, 양선애, 이언주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신세계의 완승을 전망했다.
하지만 1차전을 60-63으로 패한 한빛은행은 2,3차전을 각각 80-74,75-72로 승리하며 ‘거함‘ 신세계를 잡는 데 성공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김계령이 버틴 삼성생명 비추미(현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1승3패로 패하며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한빛은행이 보여준 돌풍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후 19년 동안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가 1위를 잡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001년 이변의 주인공이 됐던 우리은행은 2021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1차전 승리 후 2,3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부터 우리은행답지 않은 불안한 경기력으로 많은 농구팬들의 우려를 샀다. 그리고 2차전 접전 끝 패배에 이어 3차전에서는 17점 차이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통합 6연패 후 3시즌 연속 챔프전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4시즌 연속 꼴찌 감수하면서 착실히 다진 전력
여전히 우리은행이 2012년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갑자기 전력이 상승해 꼴찌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고 아는 농구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08-2009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을 때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착실히 전력을 다지면서 강 팀이 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위성우 감독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건 분명하지만 위성우 감독이 세상에 없는 마법을 부려 우리은행을 탈바꿈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삼천포여고의 특급 유망주 박혜진을 지명했다. 흔히 재능 있는 유망주들은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해 경험치를 쌓게 해줘야 하는데 당시 순위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우리은행은 루키 시즌부터 박혜진을 주전 가드로 기용하며 코트와 친해질 충분한 시간을 줬다. 그 결과 박혜진은 오늘날 정규리그 MVP 5회 수상에 빛나는 현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팀 색깔에 맞춘 적절한 트레이드와 FA 영입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국가대표 출신 빅맨 김계령과 강지우를 신세계에 내주고 신인 지명권과 함께 젊은 센터 양지희를 데려왔다. 영입 당시만 해도 우리은행의 손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양지희는 우리은행 이적 후 꾸준히 성장하며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2009년 더 많은 출전시간을 위해 우리은행 이적을 선택한 임영희(우리은행 코치)는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였다. 신세계 시절 평균 5득점 내외를 기록하던 평범한 선수였던 임영희는 우리은행 이적 첫 시즌에 11.53득점을 기록했다.그리고 임영희는 우리은행이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2-2013 시즌 15.37득점5.17리바운드3.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득점왕 2회를 차지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았던 포워드 김정은 역시 우리은행으로 이적하자마자 첫 시즌에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완성했다. 한마디로 2010년대를 지배했던 우리은행의 왕조는 꾸준히 팀의 토대를 닦아온 구단의 인내와 투자,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팀을 맡은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지며 완성된 위업이었다.
노장이 되는 선수들과 핵심선수의 FA, 우리은행 위기?
하지만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에도 우리은행의 대항마들은 꾸준히 ‘우리은행 파훼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박지수라는 보물을 얻으면서 우리은행과 정면으로 맞붙을 힘이 생긴 KB스타즈가 2018-2019 시즌 가장 먼저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를 저지하면서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KB를 1.5경기 차이로 제치고 한 시즌 만에 자존심을 회복하는 듯 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14승1패(.933)라는 황당한 원정승률을 앞세워 정규리그 2연패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고 KB와의 상대전적에서 두 시즌 연속 우위를 보이며 3년 만의 챔프전 우승 확률을 높였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우리은행의 저력은 단기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우리은행에게 69-74로 패한 삼성생명은 2차전부터 정통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의 약점을 적극 공략했다. 180cm의 장신가드 윤예빈은 김진희와의 미스매치를 적극 활용했고 김한별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전혀 떨어지지 않은 파워를 앞세워 우리은행의 골밑을 마음껏 유린했다. 우리은행은 시즌 막판 절정에 달했던 박혜진의 득점력이 한풀 꺾이면서 삼성생명에게 2,3차전을 내주고 역스윕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김정은과 박혜진, 홍보람 같은 주전급 선수들이 이미 30대에 접어든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득점(17.17점)과 리바운드(9.90개) 부문에서 각각 4위에 올랐던 김소니아가 FA자격을 얻는다. 현재 여자프로농구는 많은 구단이 빅맨부재에 시달리고 있어 크지 않은 신장(176cm)에도 내외곽을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는 김소니아는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하나원큐)과 함께 FA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자고로 역사는 돌고 도는 법이다. WKBL 출범 후 6번의 시즌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생명이 최근 15년 동안 우승을 해보지 못한 것처럼 우리은행 역시 현재의 위치에 안주한다면 통합 6연패의 위업도 추억 너머로 사라질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4위 팀에게 패해 탈락하는 불명예를 20년 만에 뒤집어 쓰게 된 우리은행에게 다가올 1~2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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