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야구단 매각, 최태원 정용진 노림수는 달랐다
- 출처:스포츠한국|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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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빅딜’이 성사됐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을 인수하며 야구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번 인수에는 ‘야구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그는 무슨 이유로 프로야구에 진출한 것일까.
반대로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21년간 품어온 와이번스를 왜 매각하기로 했을까.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와이번스의 매각 발표가 나오기까지 도대체 최태원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세계 이마트는 1월 26일 SK텔레콤 ‘주식 및 자산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SK와이번스 주식 100%와 토지 및 건물을 1352억 8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는 SK와이번스의 보통주식 100만주 전량(1000억원)과 SK텔레콤이 소유한 야구연습장 등 부동산을 모두 인수한다. 두 기업 간 정식 양수·양도 계약일은 2월 23일이다.
그야말로 핵폭탄급 소식이었다. 신세계그룹이 갑자기 프로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점, 그리고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히어로즈나 두산이 아닌 비교적 탄탄하게 흘러가던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이미 프로야구의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희석된 지 오래인 가운데, 큰 수익 없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는 점도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구단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두산그룹이 재정난에 빠져 두산 베어스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렸을 때도 정 부회장은 인수 의사를 피력한 것을 전해졌고, 히어로즈에도 매입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움직임은 있어왔다.
다만 크게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야구단을 인수했다는 점은 모두들 쉽사리 납득시키지 못한다. 심지어 지난해 SK와이번스는 영업적자만 6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 차입금도 2018년 9억5000만원에서 2019년 35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면 올 시즌 SK와이번스의 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그 위험을 부담쓰고 인수 절차를 밟은 신세계다.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파격 승부수’에는 이유가 있었다.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야구단 운영이 제격이라는 정 부회장의 판단이었다.
프로야구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가장 잘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다. 타 프로스포츠보다 20~30대 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 연령대는 신세계그룹 양대 산맥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층 연령대와 겹치기도 한다.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는 오프라인 야구팬을 온라인 이마트 고객으로 유입시키겠단 큰 그림을 신세계 이마트가 그리기 충분한 이유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SK와이번스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프로야구의 질적·양적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는 목표를 전했다.
반면, 돈 수급이 시급하지 않았던 SK텔레콤이 갑자기 야구단을 넘긴 것에 대해 의아한 시선이 뒤따랐다.
2000년 창단한 SK와이번스는 4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명문팀이다. 지난해 창단 이래 최저 승률(0.357)을 기록하며 9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할지라도 구단 명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충분히 소유 가치가 있는 SK와이번스다.
그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구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고, 물심양면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 인수에 ‘파격’이라는 말이 따를 만한다. 최 회장은 SK와이번스가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할 당시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그런 야구단을 SK텔레콤이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에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를 매각하는 이유를 "사회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스포츠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을 더 쏟고자하는 경영 방향이 매각 결단으로 연결됐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즉 이제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에 비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비인기 종목에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지원 불균형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사회적으로 보다 가치 있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자 특단의 조치 내린 SK텔레콤이다.
최태원 회장의 생각도 같았다. 최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비인기종목 지원에 더 힘쓸 것을 강조했다. 이달 초 신년사에서 “사회 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사회 전체에 행복을 더할 기업의 모습이 무엇일지 앞으로 계속 고민해 가겠다”고 말한 최 회장은 ESG 경영 기조에 따라 이번 인수 건을 재가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인수를 강하게 원하고 운영여력도 충분하다는 점 등까지 맞아떨어지면서 SK와이번스의 주인은 21년 만에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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