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人사이드] 김기동 포항 감독 "연어들 덕분에 올해도 해볼 만 해요"
- 출처:풋볼리스트|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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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말은 해상도가 높다.
감독들의 말은 추상적이기 쉽지만 김 감독의 메시지는 유독 선명하다. 그의 지시는 선수들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된다. 미디어에 생각을 밝힐 때도 잘 정돈된 언어를 쓴다. 감독이 다뤄야 하는 수많은 질문을 빠르게 처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 사고체계를 가진 듯 보인다.
김 감독은 16일 주전팀 대 비주전팀으로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사실 주전팀에 누구나 알 만한 스타급 K리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 주전급 멤버 중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오닐, 최영준, 김광석, 하창래(김천상무 최종 합격시)가 빠진다. 그 자리를 새 외국인 선수들과 신진호, 신광훈, 임상협, 그리고 유망주들이 메워야 한다. 그런데 그날 오후 숙소 근처 야외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김 감독은 "3위에 오른 작년보다 나을 수 있다"고 경쾌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는 김 감독의 ‘관심법‘을 향해 흘러갔다. 이날 만난 포항 선수들이 앞다퉈 ‘김 감독이 선수 마음을 꿰뚫어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세심한 관찰에서 나오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감독 인터뷰가 먼저 예정돼 있었지만, 김 감독은 순서를 바꿔도 되겠냐고 물어 왔다. 선수들이 먼저 인터뷰를 마치고 푹 쉬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 현재까지 이적시장의 점수를 매긴다면?
뭐, 저는 솔직히 만족해요. 진짜로. (최)영준이가 빠진 자리가 고민이었거든요. (신)진호보다 앞서서 영입하려던 선수가 있었는데 팀간 협상이 안 됐어요. 그런데 진호에게서 1월 2일에 카톡이 왔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더니, 제주 이적 제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우리는 돈 없어서 너 못 데려온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네가 연봉 조건을 좀 낮춘다면 내가 구단에 말해볼게‘라고 했죠. 그랬더니 진호가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포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진호가 정말 많은 걸 양보했어요. 양보하고 오는 거예요. 영준이 빠진 자리는 진호가 왔으니 이제 됐어요.
진호와 영준이의 스타일은 다르죠. 그런데 활동량은 오히려 진호가 더 많을걸요? 장단점을 비교해보자면, 영준이는 수비 커버범위가 넓어요. 예측하고, 짱보고, 갈고리처럼 공을 긁어내는 걸 잘 하죠. 대신 진호는 킥과 마지막 패스가 정확하죠. 특징이 다를 뿐이죠. 잘 해줄 거라고 봐요.
사실 작년엔 사이드백도 약했어요. 잘 뛰어 준 선수들은 훌륭했는데, (김)용환이와 (심)상민이가 군대 갔으니까 숫자가 적었다는 거죠. 올해는 신광훈, 강상우가 버티고 있고. 그래서 권완규는 중앙수비로 이동할 수 있게 됐죠. 교체된 외국인 선수들만 공격진에서 잘 해 주면 작년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합류가 늦어지는 게 약간의 문제점이에요. 2월 중순에야 합류할 텐데.
- 팔라시오스는 남는 건가요?
그렇죠. 좋은 조건에 팔라시오스가 갈 팀이 있다면 보내줄 용의는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우리 팀에서 활용할 거에요. 지금 자가격리 하고 있고요.
- 영입할 외국인 공격자원(보리스 타쉬, 마리오 크베시치)의 최근 골, 어시스트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던데요. 그런데 축구계에선 포항의 외국인 스카우트 역량이 좋으니 또 성공할 거라는 낙관론이 있더라고요.
일류첸코도 우리 팀 오기 전 득점기록은 별로 안 좋았어요(2018-2019 독일 2부 4골). 팔로세비치도 포르투갈에서는 활약을 못 했어요. 그런데 우리 팀에서는 많은 골을 결정지어줬죠. 이번에 오는 선수도 마찬가지예요. 일류첸코가 자기 입으로 ‘나보다 나은 선수, 내가 존경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할 정도니까(일류첸코와 타쉬는 뒤스부르크 동료였다). 사실 일류첸코보다 먼저 이 선수를 택하려고 했었거든요.
이번에 수많은 외국인 공격수를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그리스에서 뛰는 한 선수와 이 선수를 계속 비교했어요. 그런데 스카우트가 현장에서 이 선수를 4개월 동안 봤어요. 스카우트를 믿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죠. 미드필더 크베시치는, 우리 팀은 혼자 플레이하는 팀이 아니고 팀으로서 뛰기 때문에 컬러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독단적으로 정한 게 아니고 스카우트 팀장, 실장 등과 의견이 일치했어요.
- 센터백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전 말씀하셨는데, 김광석이 이탈했고 하창래까지 군입대가 최종 결정되면 어쨌든 주전 두 명이 빠지고 영입은 외국인 1명 뿐인데요
나쁘지 않아요. 완규가 센터백을 해 봤고 그만의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전민광과 새로 합류할 외국인 선수가 있죠.
- 연어메타라는 게임 유행어로 포항 이적시장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들은 말이지만 의미는 충분히 알죠.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거죠?
- 네. 요즘 포항 이야기인데요. 감독님 스스로 포항 레전드로서 돌아오는 연어들에게 기대하시는 게 있을 것 같아요. 가장 나이 많은 오범석이 좋은 선례인 것 같고요.
오범석이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잘 해줬기 때문에 주장도 시킨 거죠. 그런데 프로 선수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죠. 범석이, (신)진호, (신)광훈이 모두 멘토 역할을 하겠지만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먼저죠. 그래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 오늘 본 건 연습경기이긴 한데 신광훈이 갑자기 빨라진 것 같은데요?
강원에서는 느렸다?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어요. 그건 축구 스타일의 문제에요. 강원은 뒤쪽부터 상대의 빈 공간을 찾아가며 소유를 길게 하는 팀이죠. 저희는 빌드업을 하지만 공간이 생기면 과감하게 들어가는 스타일이고요. 속도가 빠른 플레이를 요구하니까 오늘 광훈이가 그래 보였을 거예요. 광훈이가 작년까지 느려 보였다면, 그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팀 전술이 요구하는 대로 차분한 플레이를 해낸 거예요. 스피드는 살아 있어요.
- 포항을 떠날 때 마찰이 있었던 오범석, 다른 팀 있을 때 포항을 꺾겠다고 했던 신진호 등이 집에 오듯이 자연스럽게 돌아오네요.
선수가 나갈 때 마찰을 겪더라도 그건 보통 행정적인 문제, 감정적인 문제로 부대끼는 거예요. 저도 선수를 해 봤으니 기분을 알죠. 다른 팀이 연봉을 더 많이 주면 그게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느껴요. 선수 생활은 짧으니 연봉을 많이 받아야죠. 포항을 떠나는 선택은 존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팀에 가면 그 팀 팬들과 소통해야 해요. 포항을 못 잊고 짝사랑하면 안 되죠. 그러니까 진호도 포항 상대로 골 세리머니를 한 거예요. 옳다고 봐요. 그리고 우리 팀이 돌아올 만하니까 오는 거예요. 우리 팀이 억압된 분위기라거나 침체된 팀이라면 아무리 고향이라도 안 돌아오겠죠. 이제 돌아왔으니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 신광훈의 에이전트는 김원일이고, 오늘 훈련장에는 스카우트인 배슬기가 있었어요. 다들 포항 출신이죠. 감독님이 이 팀의 역사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장 선수들이 그동안 많은 경기를 하고 돈도 많이 축적했다면 다음은 뭐죠? 후배들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해주고 비전을 보여줘야죠. 그리고 이 팀에서 경력을 마무리하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죠. 그래서 구단에 요청했어요. 레전드로서 은퇴한 선수들은, 비록 자리가 한정돼 있더라도 지도자로 육성해줘야 한다고요. 그래야 우리 구단에서 은퇴하려 한다고. 그런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 예년과 다른 전술이나 운영을 가미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실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거예요. 이것저것 해봐도, 선수들이 잘 이해하는 게 제일 좋은 축구 같아요. 틀은 그대로 갈 거고, 상황에 따른 선수 구성은 조금씩 변화가 있을 수 있어요.
- 세부전술은 선수들의 개성에 맞춰주시는 편이니까요.
제 축구는 그런 스타일인 거예요. 제 전술을 정해놓고 맞추면, 구단과 자주 부딪치게 돼요.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내 축구에 맞는 비싼 선수들을 끌어들여야 하니까. 저는 저비용 선수들에 맞춰서 제 전술에 약간의 변화를 주죠.
- 실리적이고,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 축구가 원래 성향인가요?
맞아요. 예전 부천SK 니폼니시 감독님 시절 멤버들이 감독으로 많이 변신했죠.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니포 감독님은 그 시절부터 2020년의 축구를 했어요. 나도 모르게 몸에 축구관이 배어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 각자의 개성을 추가한 거죠.
- 훈련 중 이승모, 고영준에게 유독 지시가 잦던데
영준이는 U22 룰이 적용되는 선수 중 한 명이죠. 승모는 그건 아니지만 작년에 한 번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에 올해 더 치고 나갈 수 있게 관리해줘야 해요.
- 이승모가 정신적 기복을 줄이고 작년부터 부쩍 성장했어요.
부담을 가지면 실수가 많아지는 법이죠. 그래서 앞선에 배치하는 경기가 많았어요. 거기선 실수해도 리스크가 적은데, 원래 자리인 후방에서는 패스 미스 한 번이면 실점이잖아요. 그래서 앞선에서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요. (이승모의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가 전술적 승부수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사기 관리의 일환이었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 오범석이 그러더군요. 감독님이 ‘너 지금 심리가 이렇지? 그거 신경쓰지 마‘라고 툭 말씀하실 때가 많은데, 잘 적중한다고. 마치 관심법 같네요.
제가 공을 오래 찼잖아요. 그래서 어린 선수부터 노장까지 마음을 다 알죠. 관찰을 많이 해요. 경기 못 했을 때의 마음과 쉴 때의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 보죠.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늦잠 자든 알아서 하고, 저녁만 같이 먹자고 했어요. 저는 아침에 모이면 한 명씩 얼굴을 다 봐요. ‘쟤는 잠을 못 잔 것처럼 보이는데?‘ 그리고 훈련할 때 한 번 더 봐요. 패스 미스할 때의 얼굴은 어떤지. 그런 데이터를 쌓아두면 그때부터는 대충 맞힐 수 있어요. 운동하면서 유독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러면 끝나고 나서 ‘근육이 안 좋냐?‘라고 물어봐 주죠. 불편하긴 한데 저한테 찾아와서 아프다고 하긴 애매한 상태 있잖아요. 그럴 때 감독이 먼저 물어봐 줘야죠. 제가 그런 느낌을 받으면 거의 맞아요.
- 최근 게임 예능에 출연하셨는데, 강상우가 "감독님, 빨리 와!"라고 반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건 게임 중이니까 그랬겠죠. 경기장에서 형에게 존댓말 안 하는 것과 똑같은 거겠죠. 느끼지도 못했고, 아무 문제도 없어요.
- 그 프로그램 안에서 감독님이 부각된 유일한 대목은 ‘김기동이 조종하는 선수는 공을 잡지도 못하고 오르락내리락만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사실이에요. 저는 게임에서 내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다는 걸 몰랐어요. 거기서 일단 당황. 그래서 슛할 때 패스하고, 패스할 때 슛하고. 그런데 우리 캐릭터가 실제 선수를 반영해서 제작됐거든요. 그래서 능력치는 제가 제일 좋고, 게임 잘 하는 고영준이 제일 낮아요. 그리고 우리 팀에는 공격수가 없이 수비수 캐릭터 둘, 미드필더 둘이더라고요. 그래서 고영준이 아무리 잘 해도 슛이 다 빗나가더라고. 난 능력치 좋아도 못 써먹고. 우승은 전략의 힘으로 한 거예요. 결승전에서 득점 패턴 전술을 딱 짜서 그대로 득점했어요. 상대팀이 실력은 더 좋았죠.
- 상금은 어떻게 됐죠?
상금이요? 잠깐. 받았을 텐데. 월급통장으로 들어갔나? 그러면 안…, 농담입니다.
-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고, 최근에도 사진 올리셨죠.
아니예요. 거의 안 해요. 축구 영상이나 축구 사진이 많길래 눈팅은 많이 해요. 네? 태용이 형이 인스타를 만들었어요? 그 형 심심하구만. 그럴 사람이 아닌데.
-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인가요, 그런 척 하시는 건가요?
별로 안 받아요. 안 받는 척하는 것도 아니고. 감독 첫해에는 압박감이 정말 심하긴 했어요. 몇 경기 연속으로 못 이기니까, 7월인데도 오한이 왔어요. 샤워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몸이 이상해서 이불 속에 들어갔다니까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어요.
- 신진호는, 작년에 3위 했으니 올해는 우승에 도전한다고 하던데요.
정정용 감독(서울이랜드)이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목표를 우승으로 잡아야 그 근처라도 간다고. 저는 선수들에게 물어봤어요. ‘현실적인 목표가 좋다‘는 대답이 있었어요. 저도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야 진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작년에 아깝게 놓친 FA컵 정도는 노려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리그에서는 우승 경쟁에서 너무 일찍 뒤떨어진 게 아쉬웠으니, ‘3위 이상을 하되 우승 경쟁에서 일찍 떨어져 나가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ACL은 최소한 조별리그 통과. 그리고 즐겁게 공을 차자. 이렇게 목표를 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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