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KBL의 New Wave! 삼성생명 최서연의 Happy New Year!
- 출처:루키|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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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워싱턴의 밸뷰고등학교에서 국경을 건너 온 소녀 카라 최가 W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 이름은 최서연. 지명 당시 만 17세로 어리기도 어렸지만,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라 몹시 긴장했던 그녀의 트라이아웃 현장에서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벌써 1년, 최서연은 이제 미역국에 밥도 말아 먹고 언니들과 통역 없이 마피아 게임도 할 수 있는 진짜 한국인이 다 됐다. WKBL의 미래를 밝힐 뉴 웨이브, 최서연이 전하는 한국에서의 1년과 해피뉴이어를 들어보자. (인터뷰는 최서연 선수의 어머니가 통역으로 참여해 진행됐습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새해부터 잡지 커버가 된 느낌이 어때요?
솔직히 어젯밤까지만 해도 혼자 찍는 줄 몰랐어요. 다른 언니들과 함께 찍는 줄 알았는데 이런! 리아(삼성생명 류해림 통역) 언니한테 다시 물어보니 저 혼자 찍는 거였어요.(웃음) 그때부터 엄청 떨렸고 긴장도 많이 됐는데 끝내고 보니 정말 재밌어요!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찍는 콘셉트는 미리 듣고 알고 있었는데 많이 설렜어요. 듣자마자 재밌는 촬영이 될 줄 알았어요.
경복궁은 처음이죠?
작년 여름에 한번 온 적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한국에서 뛸 줄은 몰랐어요. 그냥 정말 놀러온 거였거든요. 놀러 온 건 6월쯤이었고, 한국에서 뛸 기회가 있다는 걸 안 게 8월이었어요. 사실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소식을 알고도 크게 생각을 안 했어요. WKBL 드래프트는 1월이고, 학교 졸업은 6월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다행히도 중학교 때 고등학교 크레딧(학점)을 쌓아둔 게 있어서 빨리 졸업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한국에서 뛸 수 있게 됐어요.
신년을 맞이해서 커버 모델이 된 건데, 한국의 세배 문화는 알아요?
음... 잘 모르, 아! 떡국은 알아요.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고 아! 또 나이 많은 사람한테 절하면 용돈도 받는 것도 알아요. Get the money 할 수 있잖아요. Get the money.(웃음)
그 정도면 다 아는 거예요. 한국 생활은 어때요? 1월 9일에 드래프트됐으니 곧 있으면 벌써 1년인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어요. 처음에는 생활이나 먹는 거나 어려운 것도 많았는데 이젠 한국 생활이 너무 좋아요.
트라이아웃 기억나요?
잊을 수가 없죠.(웃음) 트라이아웃 이틀 전에 한국에 왔어요. 트라이아웃을 할 땐 시차 적응도 안 돼 엄청 힘들게 뛰었어요. 이틀 동안 농구도 아예 못하고 왔고요. 근처에 코트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공도 아예 못 던지고 트라이아웃 현장에 온 거죠.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였어요?
아... 글쎄요. 솔직히 정신이 없어서 뭘 볼 겨를이 없었어요.(웃음) 제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선수들도 같은 동포 선수인 김애나 선수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아, 그날 처음 본 허예은 선수의 패스는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김애나 선수도 뛰는 건 처음 봤는데 정말 적극적인 선수더라고요. 뛰는 걸 보면서 ‘저렇게 뛰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으니.
WKBL이 어떤 리그인지, 6개 팀이 어떤 팀인지도 잘 몰랐겠네요?
오기 전부터 삼성생명에 오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정말로요. 왜냐면 서울과 가장 가까운 구단에 입단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드래프트 전부터 6개 팀의 연고지들을 찾아봤는데 삼성생명이 가장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있더라고요. 또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가 미국에서도 워낙 유명해서 친숙한 것도 있었고요. 다행히 삼성생명에 올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는 어떻게 농구를 접했어요?
아빠가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선수였어요. 학창 시절에는 한국에 와서 연세대 선수들이랑 스쿨 매치도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도 저처럼 포인트가드예요.
그럼 아빠와 추억이 많겠어요?
최고의 아빠이자 최고의 코치였죠. 제가 한국 나이로 9살이었을 때, 워싱턴주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3x3 농구대회가 있었어요. 아빠가 코치가 되어 팀을 하나 만들어 나갔어요. 대회를 치르다 코에 공이 날아와 맞아 피가 엄청 났어요. 저는 피 흘리면서 울고 있는데, 아빠는 코치잖아요? 걱정도 안하시고 ‘들어갈 수 있으면 얘기하라‘고만 하고 다른 선수를 넣으시더라고요.(웃음) 오기가 생겨서 피 닦고 바로 다시 들어갔어요. 제가 다치고서 팀이 역전당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3점슛 아니 3x3에서는 2점슛이죠. 2점슛을 연달아 넣고 경기를 이겼어요. 주위 사람이 엄청 몰렸는데, 아빠와 가장 재밌는 추억이에요.
그럼 WNBA나 NBA 경기도 직관한 적 있어요?
시애틀 스톰의 경기를 많이 보러 갔어요. 학교 팀에 수 버드 선수가 자주 와서 코칭도 해주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갔어요. 수 버드 선수도 좋은데, 저는 NBA의 트레이 영을 가장 좋아해요. 저처럼 신장이 작은데 빠르고 플로터도 잘 쏴요.
어머니가 한국에 있고 아버지는 미국에 계신 것으로 아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예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같이 오진 못했어요. 또 요새는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오려고 해도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빠가 직책상 2주 이상 자리를 비울 수가 없거든요. 비시즌이었던 지난 4월 이후로 한 번도 못 보고 있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가족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 있어요?
한 번도 없었죠. 그래서 처음에 많이 힘들었어요. 원래 제가 잘 우는 편이 아닌데, 한국에 와서 보니 적응할 것도 많고, 제가 아는 농구와 다른 면도 많아서 한 세 번? 정도 운 것 같아요. 그래도 꾹꾹 참고 안 울고 있었는데 어느 날 써니 코치(이미선 코치)가 ‘괜찮냐‘고 말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울음이 터져버렸죠.
아빠는 어떤 코치였나요?
하나를 물어보면 함부로 가르쳐주지 않는 분이셨어요. 예를 들어 제가 플로터를 어떻게 쏘냐고 물어보면, 혼자서 세 시간, 네 시간 영상을 보고 먼저 공부를 한 뒤 알려주는 신중한 분이세요. 저한테는 최고의 코치였죠.
한국에 오기 전, 한국은 어떤 이미지였어요?
한국에 처음 온 건 작년이었지만, 그 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런닝맨‘이나‘ 엑스맨‘ 등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봤거든요. 예능이나 유튜브에서 본 한국은 건물들이나 놀이공원 등이 굉장히 세련된 곳이었고 맛있는 음식도 많은 곳이었어요. 직접 한국에 와서 생활해보니 제가 상상했던 그대로였고요.
음식은 잘 맞아요?
잘 맞아요. 특히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나오는 식단은 정말 맛있어서 눈이 돌아가요. 짜장면, 미역국, 불고기, 호떡...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요. 특히 짜장면이 나오는 날에는 탕수육이 같이 나오는데 오, 정말 맛있어요. 다만 STC 말고 원정 경기나 전지훈련 때 외부에서 밥을 먹을 땐 좀 어려울 때가 있어요. 너무 맵거나, 너무 기름진 음식은 아직 잘 못 먹어요. 언니들이 좋아해서 자주 시켜먹는 닭발도 그렇고요.(웃음)
STC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여긴 정말... 최고였어요. 시설이 좋다는 얘기는 좀 들었지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STC도 좋았지만, 원정 경기에 갈 때마다 호텔에서 묵는 것도 정말 좋았어요. 이건 STC에서 코치님, 트레이너님들과 처음 훈련을 했을 때 에피소드인데, 미국에서는 트레이너와 훈련을 하고 나면 항상 팁을 줬거든요. 그래서 팀에서도 훈련을 할 때마다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팁을 드려야 하는지 엄청 고민했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이)주연 언니를 보니까 안 주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은 다르구나 눈치껏 배웠죠.(웃음)
연차는 많이 나지만, 영어를 할 수 있는 김한별 선수가 있다는 점이 크게 의지가 됐을 것 같기도 한데요.
오, 맞아요. 잘해주는 언니는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한별 언니는 특별했어요. 미국에서 온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를 쉽게 잘 설명해줬어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게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친절히 잘 설명해줬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죠.
그렇다면 사람 대 사람으로 가장 친근한 선수는 누구예요?
(박)혜미 언니요. 언니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계속 말을 걸어주고 같이 있어줘요. 가끔은 정말 이상한 영어로 말을 붙여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하하하. (윤)예빈 언니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언니고요. 언니처럼 되고 싶어서 언니를 따라다니는데 둘 다 말이 안 통해서 서로 눈으로만 얘기해요.(웃음) 이번에 들어온 (조)수아는 저랑 동갑이에요. 수아는 영어를 좀 잘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명관 언니도 대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와서 영어를 잘해요.
한국어 공부는 틈틈이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쉬는 날 과외를 받았어요. 법대에 다니는 한국인 언니한테 과외를 받고 있었는데, 언니가 최근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이제 할 수 없게 됐어요. 선생님을 새로 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농구 선수의 일정이 워낙 뒤죽박죽이라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런데 이제 언니들과 일상 생활에서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 팀이 ‘어몽어스‘나 ‘마피아‘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영어로 얘기를 해도 언니들이 이제 다 알아 듣거든요.(웃음) 제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언니들이 영어를 더 많이 배우고 있는 느낌이에요.
2020년 1월 입단했지만, 2019-20시즌에는 로스터에 등록이 안 됐어요. 그러다 올 시즌부터 등록돼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잖아요.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만 너무 오랜만에 코트에서 실전을 치르다 보니까 맘처럼 안 되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세 번 울었다고 했잖아요? 그 중 한 번이 퓨처스리그였어요.(웃음) 그래도 확실히 함께 게임을 하니까 뭐랄까요, 팀원들과 거리가 훨씬 빨리 좁혀지는 느낌?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역시 농구선수는 농구를 해야 가까워지더라고요.
지난 10월 23일 열린 신한은행전에서는 짧았지만(29초), 1군 데뷔전도 치렀고요. 그때 느낌은 어땠어요?
아, 너무 짧았어요. 29초!(웃음) 사실 들어갈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부르셔서 몸이 완전히 얼어있었어요. 감독님께서 들여보내시면서 아이솔레이션을 하고 나오라고 지시했는데, 제가 아이솔레이션으로 돌파를 한 다음 코너에 있던 명관 언니에게 패스를 했어요. 근데 명관 언니가 못 넣더라고요! 끝나고 나서 명관 언니가 미안해 했어요.(웃음)
WKBL에서 1년을 보내면서 많은 경기를 지켜봤잖아요?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인 팀은 어디인가요?
우리은행이요. 코트 밸런스가 정말 잘 맞고 조직력이 잘 짜여 있는 팀이에요. 하나원큐도 인상적이에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지고 있더라도 벤치에 흥이 넘쳐서 역전을 노리는 팀이더라고요.
그렇다면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요?
하나원큐의 강이슬 언니요. 드리블을 하다가 갑자기 슛을 쏘는 능력이 정말 좋아요. 다른 선수들은 보통 캐치앤슛이 많은데 강이슬 언니는 혼자 드리블하다가 슛을 올릴 수 있어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 신한은행의 김단비 언니도 멋져요. 리바운드나 어시스트, 득점 등 마음먹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선수예요. 우리 팀에서는 역시 예빈 언니. 예빈 언니 정말 멋있지 않아요?
현재 삼성생명 로스터에 젊은 가드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동료기도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한데, 미국에 있을 때도 경쟁은 즐기는 편이었나요?
네. 저는 경쟁을 좋아해요. 다만 남과 경쟁하는 것보다 음... 이런 거죠. ‘누구보다 더 잘해서 꼭 넘겠어!‘가 아니라 그냥 ‘이 팀에서, 이 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되겠어‘라는 마인드의 경쟁심?
첫 시즌은 막막했겠지만, 이제는 점점 팀의 일원이 되고 리그의 일원이 되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도 조금씩 설 것 같아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맞아요. 저는 제일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지금의 김한별, 강이슬, 김단비 언니들처럼 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트레이 영처럼 플로터도 잘 쏘고, 3점슛도 잘 쏘다 보면 언젠가는 저한테 더블팀이 붙는 날도 오겠죠? 그렇게 최고의 선수가 돼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세배 한 번 해주시겠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복은 한 살 때 이후로 처음 입어봤는데, 정말정말 재밌는 촬영이었어요.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걱정 많이 했는데 벌써 기대돼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때까지 앞으로도 응원해 주시고 저 지금 세배했으니 Get the money!(웃음) 하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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