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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축구중계 마친 송재익 "분수 어긋나는 일 안했기에 장수할 수 있었다"
출처:스포츠경향|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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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캐스터 송재익이었습니다.”

프로축구 서울 이랜드FC와 전남 드래곤즈가 맞붙은 21일 잠실종합운동장. 마이크를 잡은 송재익 캐스터(78)의 마지막 인삿말이 흘러 나왔다. 평소처럼 경기 2시간 전 현장을 찾은 그는 꼼꼼히 자료를 챙긴 뒤 팬들에게 그라운드에서 누비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날 경기는 51년간 중계석을 지킨 송 캐스터의 마지막 스포츠 현장이었다.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의 제안으로 2년간 K리그2 중계를 맡았던 그는 건강을 이유로 두 번째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 중계를 마친 송 캐스터는 기자와 만나 “마지막 소감을 묻는다면 그저 행복했다고 답할 뿐”이라면서 “아내가 내 건강을 걱정했다. 남들은 방송사고로 떠나는데 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이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활짝 웃었다.

송 캐스터는 1970년 MBC에서 복싱으로 스포츠 중계를 시작해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SBS로 이적하며 억대 연봉을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국 축구가 32년만에 본선을 밟았던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마이크를 잡은 것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단짝’이었던 해설자 신문선씨(명지대 교수)와 함께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시청률 을 57%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송 캐스터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역시 중계석의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의 입담에 있다. 1997년 ‘도쿄대첩’ 당시 이민성(현 올림픽축구대표팀 코치)이 역전골을 넣는 순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고 묘사한 것은 여전히 팬들의 입에서 회자된다. 송 캐스터는 “도쿄대첩에선 일본이 무너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일본에서 건드릴 대상은 일왕 아니면 후지산이었다. 그래도 일왕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 후지산을 언급했다”고 떠올렸다.

“아나운서는 노래 가사만 바꿔 부르는 것처럼 이기고 지는 것만 말해도 됩니다. 그런데 난 스포츠 중계에 세상사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원래 토크쇼를 맡고 싶었는데 기회를 얻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 아마 이런 스타일의 중계는 제가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송 캐스터가 쏟아낸 숱한 어록에서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것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달성된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은 광주에서 열린 스페인과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넘어 승부차기에서 홍명보(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의 킥만 남겨놓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빕시다. 없으신 분들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 직접 당시 멘트를 눈앞에서 재연한 송 캐스터는 “그 때는 정말 간절했다. 마지막 무등산 산신령은 눈앞에 무등산이 보여서 즉석에서 나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MBC 소속이라 대통령 금배를 중계했던 기억도 많이 난다. 1986년 아시안게임도 개막식부터 내가 맡았던 터라 잊을 수 없는 현장인데, 오늘 마지막 축구 중계도 공교롭게 같은 잠실종합운동장”이라고 강조했다.

송 캐스터의 말솜씨가 놀라운 것은 늘 즉흥적인 멘트인데 큰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비결은 평생의 좌우명인 ‘절제’와 ‘겸손’에 있다. 젊은 시절부터 술과 담배는 거리를 뒀고, 높은 이들과의 만남도 손사래를 쳤다. 송 캐스터는 “지금도 중계를 다닐 때 꼭 들고 다니는 파일에는 절제와 겸손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면서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안했기에 아나운서로 50년을 넘게 했다. 그게 내 건강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색있는 중계로 사랑받던 그가 현장을 떠나는 것은 그래서 더 아쉽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고 했던가.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켰던 송 캐스터도 이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송 캐스터의 목소리를 TV를 통해 접할 기회가 한 번 더 남았다는 사실이다. 오는 29일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1)과 4체급을 제패한 전설 로이 존스 주니어(51)의 복귀전 중계를 맡았다. 송 캐스터는 “원래 축구와 함께 복싱이 내 전공이었다.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귀를 깨물 때 중계를 했고, 존스 주니어는 1988 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패배의 순간을 전했다. 세월이 흘러 50살이 넘은 선수들의 복귀전을 여든살을 앞둔 내가 중계한다. 영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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