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뛰고 있는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6)가 연이틀 맹활약을 펼쳤다. 간절함이 무기였다.

박경수는 지난 9일과 1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1,2차전에 모두 출전해 6할대 타율을 자랑했다.

박경수는 1차전 3타수 1안타, 2차전 때는 2타수 2안타 4출루를 기록했다. 두 경기 합계 타율은 0.600이다. 출루율은 0.750에 달한다.

비록 KT가 1,2차전 모두 패해 탈락위기에 놓였으나 박경수는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차전 마지막 타석에서는 유격수 쪽 땅볼 타구를 때린 뒤 1루에 과감한 슬라이딩을 시도, 투혼의 내야안타를 만들기도 했다.

박경수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2003년 데뷔한 박경수는 프로 18년차지만 이번이 첫 가을야구 무대다. 군 복무 제외 16시즌을 뛰었으나 포스트시즌은 매번 그를 비켜갔다. LG 시절에는 군 복무, 엔트리 탈락으로 가을야구 경험에 실패했고 KT 이적 후에는 팀이 5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KT의 가을야구 진출이 가시화됐지만 10월초 햄스트링 파열 부상을 입으며 다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박경수는 시즌이 종료되기 전 복귀, 가을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박경수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특별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10일 경기 출전으로 만 36세7개월9일이라는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 신기록도 작성했다.

그만큼 그에게 간절했던 가을야구,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KT 대부분 선수들이 경험부족 탓에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으나 박경수는 공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다.

박경수는 1차전에서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날린 또 다른 베테랑 유한준과 함께 팀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만 그토록 바라던 가을야구는 조기에 마감될 위기에 놓였다. 시리즈 2패에 몰린 KT는 12일 3차전에서 패하면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한다. 박경수의 베테랑 투혼도 단 세 경기 만에 마무리 될 수 있는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