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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벤투 축구에 맞으려면 다시 태어나야 하지만.. 언제나 최선 다할 뿐
출처:풋볼리스트|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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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의 성공적인 프로 경력 중에서도 2019년은 기억에 남을 해였다. 특히 후반기에 중국의 상하이선화로 이적하며 첫 해외진출을 했고, 이적 직후 5경기 연속골과 FA컵 우승 등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몸값이 수백억 원인 슈퍼스타들보다 김신욱의 존재감이 더 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돼 스리랑카전 4골 등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1월 초, 상하이선화 전지훈련에 참여하기 전날 김신욱과 만났다. 김신욱은 풋볼리스트의 동영상 채널 `뽈리TV`를 통해 라이브 인터뷰를 가졌다. 언제나처럼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김신욱 인터뷰를 정리했다.

- 반갑다. 그런데 유독 힘들어보인다.

"작년 초 체지방이 16%였다. 지금 체지방이 11%인데 여기서 9%까지 내리려고 한다. 작년에도 몸이 좋았는데 더 변화를 주고 싶어서. 이 2% 빼는 게 너무 어렵다. 오늘도 거의 굶다시피 했다."

- 2019년 하반기 중국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먼저 첫 해외진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시아에서 러브콜을 처음 받은 건 2012년이다. 울산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했던 때. 그때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인이 `울산공항으로 전용기를 보내줄 테니까, 우리 쪽에 와서 메디컬 테스트만 하고 바로 울산으로 돌아가라`는 제안을 했다. 당시 금액은 이적료 75억 원에 연봉 50억 원이었다. 그런데 안 간다고 했다. 당시 나는 유럽을 꿈꾸고 있었고, 사실 무엇보다 군대를 안 간 상태였다. 그때 중동에 갔다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뽑히기 쉽지 않았을 거다.

몇 년 뒤 2015년에 허베이화샤에서 한국인 최고 연봉을 제시 받았다. 아시다시피 당시 울산 감독님께서 제가 더 있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그때 선택권이 3개였다. 셀틱, 허베이, 전북이었다. 셀틱에 가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 등 여러모로 안 됐다. 그래서 남은 선택권인 허베이와 전북 중 전북을 택했다."

- 이번 중국행은 최강희 감독의 영향이 컸나

"최강희 감독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올해 전북에서 날 중심으로 하는 공격전술을 쓰는 중이었고, 내 득점기록이 좋았다. K리그 개인상을 받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살려주신 최 감독님과 함께라면 새로운 도전으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중국 중에서도 테베스,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뛰었던 팀의 공격을 맡는다는 건 도전이다."

- 유럽에서 그동안 어떤 이적제의가 왔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빅 리그, 즉 영국이나 독일에서 확실한 오퍼가 온 적은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관심 정도. 그 아래 리그인 포르투갈 등에서는 관심이 있었지만 내 연봉을 거의 포기해야 했다. 또한 이적료가 5억 원 정도였는데 일단 울산이 보낼 수 없는 금액이다. 레인저스에서도 제안은 있었다."

- 상하이선화는 유럽 최고 선수를 데려오는 문화가 있었다. 가레스 베일 영입을 추진하던 중, 최 감독이 김신욱 영입을 밀어붙였다. 베일을 대신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내가 이적했을 때 잔여 경기가 12경기였는데 거기서 5골 넣는 것과 강등 안 당하는 게 목표였다. 너무나 부담이 됐다. 주변에서 날 인정하지 않더라. 구단 프런트도 팬들도 인정을 안 했다. 나와 공항에 함께 내린 게 스테판 엘샤라위였다. (명성이) 비교가 안 되잖나.

그런데 축구선수의 실속을 따지자면, 나는 K리그 선수들이 축구를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여줘야 명성도 의미가 있는 거다. 엘샤라위는 사실 올해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보다 엘샤라위 인기가 더 많았다는 점은 재미있는 동네인 것 같다."

- 중국에 가자마자 5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그중 한 번은 해트트릭이었다. 중국에서 축구하는 게 더 쉬운가?

"사실 작년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전북에서 골도 계속 넣었고. 그런데 나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선수다. 동료가 도와줘야 골을 넣을 수 있는 스타일이니까. 감독님의 도움이 컸고, 차오윤딩이라고 내게 어시스트 많이 해 주는 선수 있는데 그런 도움이 컸다."

- 중국에서 보낸 반년 중 최고의 순간은

"골로 봤을 때는 그 왼발 발리슛. 그런 건 연습 때도 넣어본 적이 없으니까. 기분이 좋다기보다 신기했다. 연습 때도 그런 건 시도도 안 해봤다. 내 입장에서는 거의 오버헤드킥에 가까웠다 (이)동국이 형이 하는 그런 발리와는 좀 달랐다." (김신욱은 7월 베이징런허를 상대로 묘기에 가까운 발리슛을 넣었고, 중국 언론은 김신욱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비유했다.)

- 동료 중 `월드스타` 엘샤라위는 어떤 인상을 주는 선수인가? 최 감독은 전북의 로페즈와 비교할 때 `엘샤라위가 더 뛰어난 선수지만 아시아에서는 로페즈가 더 통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엘샤라위와 둘이 경기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주로 호흡을 맞춘 건 모레노였다. 엘샤라위는 나보다 선발 출장도 늦었고, 아직 정상 컨디션을 보여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근데 로페즈는 내가 모든 걸 봤지 않나. 로페즈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3년 전에는 아무도 못 막았다. 지금도 잘 하지만 컨디션이 떨어진 거다. 내가 느끼기에도 로페즈가 더 위협적이다.

이런 고민을 해 봤다. `엘샤라위가 손흥민 만큼 유명한 선수인가?` 전성기를 비교하면 어떨까? 나는 손흥민을 선수라기보다 어렸을 때 친구로 보니까. 그렇게 본다면, 손흥민은 18살 때부터도 잘하는 것뿐 아니라 생활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놀랐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을 많이 봤다. 엘샤라위는 한 6개월 같이 있었는데 아직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물론 엘샤라위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니까 나만큼 열심히 할 필요는 못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축구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새벽부터 나가서 해야 되는 거고."

-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으면 중국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용병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건 결과를 내는 것이다. 내가 운 좋게 결과를 보여줬으니 중국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나는 같은 피부색 동양인이고 운동능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닌데 계속 골을 넣으니까. 중국 선수들이 볼 때 내가 뭐가 다르냐면, 운동에 대한 자세가 늘 진지했고 포커스가 늘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또 용병 선수들은 다들 나보다 돈을 많이 받는데, 그들도 나보다 잘 해야 되니까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모레노는 나에게 라이벌 의식을 좀 갖는 것 같았다. 그 선수도 날 인정하고, 나도 그 선수를 인정하고."

- 중국에서 상대해 본 선수 중 가장 뛰어났던 건 누군가


"기억나는 건 광저우부리의 뎀벨레. 손흥민의 동료였던 그 뎀벨레. 내 친구 기성용이과 손흥민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유럽에서도 아무도 공을 못 빼았는다고 했다. 정말 잘 한다. 보기만 해도 쟤 공은 못 빼앗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 번 빼앗으려 해 봤는데, 안된다 안돼."

- 2019년 하반기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국가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은 시기로도 기억될 것이다. 특히 스리랑카를 상대한 월드컵 예선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그만큼 몰아치고 오히려 머쓱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어쨌든 대표팀에서 골 넣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땐 손흥민 선수와 오랜만에 뛰어서 좋았다. 사실 대표팀은 동료들과 뛰는 게 좋아서 제일 가고 싶다. 또 이재성 선수는 호흡이 잘 맞는 거 아실 테고. 같이 훈련하는 것도 재밌었고. 원정 가서 못 이긴 것도 결과는 아쉽지만 동료들과 만났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경기에서 상대 골키퍼를 통째로 골대 안에 넣어버린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선수까지 넣으면 2점`이라는 농담도 생겼다.


"그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그 나라가 인터넷이 안 된다. 상해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보는데 그게 영상이 엄청 많더라. 나는 그냥 헤딩하던 식으로 똑같이 한 건데. 평소처럼 헤딩하면서 골키퍼를 넣은 것 뿐인데. 사실 그 장면에서 골키퍼가 경합하느라 공을 떨어뜨릴 줄 알았는데, 잘 잡은 상태에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더라. 파울이지 뭐."

- 대표팀에서 앞으로 더 활약하겠다는 각오가 생겼나

"나는 축구 색깔이 중요한 선수다. 강팀이 약팀을 깰 때, 전북은 크로스를 활용했다. 그런데 벤투호는 공격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2선과 공을 주고받는 식으로 깬다. 그 색깔이 나와는 안 맞는다. 그런데 스리랑카전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이 전술을 바꿔서 내게 맞춰주셨다. 그럴 때는 나도 잘 할 수 있다. 전술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내가 들어가면 답답해진다. 측면으로 빠지고, 역습 때 침투하는 건 다른 공격수들이 더 잘 한다.

만약 내가 벤투 감독님 축구에 잘 녹아들려면 다시 태어나야 되는 거 아닌가? 작고 빠른 선수로? 전술이 바뀌지 않는 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월드컵 참가에 대한 꿈이 있지만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눈 앞의 축구를 충실히 하는 편이다."

- 시청자 질문이다. 대표팀에서 만난 이강인은 어떤 인상을 줬나?

"나도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강인은 공격 면에서 이미 완벽한 것 같다. 그런데 이강인과 친해진 뒤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손흥민의 장점을 흡수할 건지? 손흥민처럼 하루에 슈팅 50개씩 연습해보면 골을 더 많이 넣고 더 돋보일 수 있지 않을까? 이강인도 맞다고 했다.

이강인의 드리블이나 컨트롤이 아시아 선수에게 있을 수 없는 컨트롤이다. 드리블도 상대 몸 다 보면서 하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작고 왜소한 몸으로 큰 선수와 경기하다보니까 상황별 해답이 다 나와 있다. 다만 중앙에서나 사이드에서나 완벽한데 골대 근처에서는 약간 자신 없어 한다. 문전에서의 전문가가 손흥민이잖나. 그래서 손흥민 벤치마킹하라는 조언을 해 준 것이다.

이강인은 내게 해설을 해 달라고 한다. 월드컵 예선 말고 평가전에서,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으면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저 선수는 왜 브라질 대표인지 모르겠다` `방금 상황은 이강인이었다면 골이다` 등등 재미있는 해설을 해 준다."

- 시청자 질문이다. 이승우의 `인성논란`에 자주 등장한다. 이승우가 선배 김신욱을 `대갈사비`라고 불렀고, 김신욱이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대갈사비 그거 전혀 불쾌한 이야기 아니었다. 하지 말라는 건 방송에서 재미있게 말한 것뿐이다. 이승우도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화다.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편하게 하는 건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그 속에 존중이 있다. 이승우의 인성은 오히려 좋다. 축구에 대한 태도가 아주 훌륭하다.

이승우는 신체적 단점이 엄청 큰데 그걸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존경할 만하다. 이승우의 몸으로 유럽에서 그렇게 해내는 게 가능한가? 우리 상하이선화에 카를로스라고 피지컬 코치가 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이승우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말하길 이승우는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신체적 컴플렉스가 엄청 컸는데 그걸 다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경기 뛰려고 벨기에 간 것도 얼마나 대단한 건가. 편하게 있으려면 그냥 빅리그 1부 팀에서 돈 받으면서 있지.

사실 유럽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다 존경할 만하다. 나는 존경하는 선수로 김신욱, 구자철, 이청용처럼 유럽에서 열심히 축구해 온 선수들을 꼽는다."

- 김신욱은 E1 챔피언십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황인범, 나상호 등의 후배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 여론을 다소 반전시켰다.

"그들의 동기부여가 뭔지 궁금하다. 저 같은 경우 신앙 소명이 있어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그 선수들 동기부여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팀을 위해 희생하는 건지. 보면 참 멋있다. 왜냐면 둘 다 축구를 진지하게 대한다. 아까 말한 이승우도. 축구를 참 열심히 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게 욕먹고 희생하는 자리더라도 그들은 감당한다. 때로는 그 희생을 자처한다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어 황인범같은 경우 지금 대표팀에서 수비도 많이 해야 되고 곡 필요한 역할을 하는데, TV로 보면 돋보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도 들 수 있다. 그게 희생이다. 과거 사례로는 구자철이 러시아월드컵 때을 많이 먹었다. 경기 전부터 욕 먹을 줄 알았을 것이다. 구자철은 스루패스도 슛도 할 수 없는 위치에서 수비만 했다. 그걸 자처했다. 황인범도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앞으로 더 발전할 거다.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갈 거다."

- 새 별명이 많이 생겼다. 폭압형 스트라이커, 아시아의 즐라탄 등등. 마음에 드는 건?

"오래된 별명 시누크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와이프도 가끔 시누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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