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슛 800개 던지니 본고장 선수들도 끄덕”
출처:동아일보|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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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7세 이하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 남자 농구 사상 첫 국제농구연맹(FIBA) 주관 대회 8강 견인. 그해 9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페인 리그에 진출해 유럽 무대 경험…. 한때 세계 농구가 ‘뜨는 별’로 주목했고 한국 남자 농구의 대들보가 될 것으로 평가받던 특급 유망주 양재민(21·200cm)은 지금 ‘꽃길’을 마다하고 농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건너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8년 연세대에 입학한 양재민은 ‘미국 농구를 밑바닥부터 경험하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 학기 만에 팀을 나와 미국으로 향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받아줄 대학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15달러를 내고 참가한 농구 캠프에서 만난 강사의 추천으로 캔자스에 있는 니오쇼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우리로 치면 2년제 전문대.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전미전문대학체육협회(NJCAA) 리그에서 뛰다 보니 어느덧 국내에서는 잊혀진 선수가 됐다. 

○ 훨씬 강한 선수들… 부딪쳐 나를 깼다


“전문대 리그라 만만하게 봤는데 아니더라고요. 우리 팀 20명이 모두 NCAA 1부 대학 편입이 목표라 경쟁이 엄청 심해요. 1학년 때는 가드들이 패스도 안 줬어요. 국내에 있을 때는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에 우쭐했는데….”

결국 실력, 열정, 노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하루 800개의 슛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외곽 득점력을 키워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영어가 서툴러 대화가 어려웠던 감독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에 써서 확실하게 의사를 전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2학년이 되면서 입지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양재민은 “감독님이 잘 봐 준 덕분인지 팀에서 유일하게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가고 있다. 가드들도 패스를 잘해 준다. 가드들이 ‘하프코트를 넘으면 무조건 재민이를 봐라’고 얘기한다”며 만족해했다.

힘든 경쟁을 자극제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배웠다. 그는 “센 선수들한테 많이 깨졌다. 너무 깨지니 내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얻어가는 건 확실히 있었다. 자신보다 더 큰 상대를 등진 채 공격을 시도하는 일대일 포스트업은 ‘자신 있다’고 표현할 정도가 됐다. 

“할수록 머리싸움에 능해지더라고요. 포스트업을 하면 아시아 출신을 낮게 보는 선수들은 막으려고 기를 쓰죠. 그럴 때 ‘페이크’를 몇 번 하면 100% 속아요. 그리고 슛을 넣으면 희열을 느끼죠.”

○ “미국서 농구할 수 있는 새 길 열고 싶어”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NJCAA 리그는 2월이면 끝난다. 5월에 졸업하는 양재민은 NCAA 1부 학교 편입이 당장의 목표다. 아직 정식 제안은 받지 못했지만 관심 있는 몇몇 학교가 팀 감독에게 양재민에 대해 물었다고 들었다. 지난 세 학기 성적도 평균 3.7(4.0만점)로 최상위급이고, 영어도 불편 없이 구사한다.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고생을 겪으며 한국 농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고 할까요. 주위를 보면 중국, 대만, 일본 선수들은 많아요. 이미 미국에서 농구할 수 있는 길을 앞선 세대가 뚫어놓은 덕분이죠. 선진 농구를 배우려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길을 잘 닦아놔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나중이고 일단 아무도 가지 않은 새 길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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