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부진' 박병호 4번 고정, 이승엽 때랑은 달랐다
- 출처:경향신문|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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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극적으로 역전하는 ‘약속의 8회’는 없었다. 한국 야구대표팀 박병호(키움)가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도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박병호를 4번 타순에 고정했던 코칭스태프의 판단 역시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5 역전패를 당했다. 1회초 김하성의 2점 홈런과 김현수의 솔로포로 3점을 올리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 3점이 이번 대회 마지막 득점이 됐다.
3번 타자 김재환(두산), 4번 박병호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한국 타선은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5번 타자 김현수가 결승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치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터라 김현수 앞에 주자로 나가줘야 할 김재환, 박병호의 침묵이 더 아쉬웠다. 특히 대회 조별리그부터 부진했던 박병호의 타순을 조정하지 않고 4번에 고정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전략이 됐다.
이번 대회 박병호와 비슷한 선례가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거둔 9승 중 7승을 거둘 때까지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승엽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승엽은 이에 보답하듯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서던 8회초 벼락 같은 결승 2점포를 쏘아올렸다. 이 이닝에서 4점을 뽑은 한국은 6-2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칭스태프가 박병호를 4번에 고정했던 배경에도 이승엽처럼 ‘언젠가는 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대표팀 4번 타자로 쓰기에 박병호만한 커리어를 지닌 타자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국가대표 4번 타자를 맡을 선수가 박병호 외에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승전을 마친 후 “중심타선이 끝날 때까지 터지지 않았다. 야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느꼈다”며 “준비 잘해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대표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퇴장했다. 중심타선을 믿고 맡길 새로운 거포들을 찾는 일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해야 할 대표팀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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