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 기록적인 대패에도 희망을 얘기한 한국 여자 수구
출처:한국일보|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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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화 ‘국가대표’와 2016년 영화 ‘국가대표2’는 급조된 스키점프팀과,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불가능에 도전했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열악한 연습 환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울고 웃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여자 수구는 영화 속 대표팀을 빼닮았다. 여자 수구는 광주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리면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사상 처음 대표팀을 꾸렸다. 이 대회 전까지 한국 수영에서 남자 수구 대표팀은 있었지만 여자 수구 대표팀은 없었다. 국내엔 여자 수구팀도, 수구를 전문적으로 한 여자 선수 역시 전무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 5월 26일 급히 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수중 럭비’ ‘수중 핸드볼’로 불리는 종목 특성에 맞게 수영 능력 평가와 드리블, 패스, 슈팅 등 수구 기술 평가를 토대로 30명의 지원자 가운데 13명을 뽑았다. 이 중엔 고등학생이 9명, 중학생이 2명이었다.

선수들은 남자 수구 대표팀 지도자였던 진만근, 홍인기 코치의 지휘 아래 6월 1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합숙 훈련을 했다. 대표팀 전원이 경영 선수 출신인데다가 훈련 기간도 고작 40여일에 불과해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 아니라 ‘1골’이었다. 북한 수구 전문팀에서 훈련한 북한 선수들과 남북 단일팀을 꾸려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했지만 북한이 불참하면서 우리 선수만으로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어렵게 발을 뗀 한국 여자 수구는 14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B조 조별리그 헝가리와 1차전에서 데뷔전을 치러 0-64(0-16 0-18 0-16 0-14)로 대패했다. 역대 대회 최다 점수차 패배다. 예견된 결과였다. 헝가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강호다. 같은 조에 속한 러시아와 캐나다 역시 강팀이다.

기록적인 패배에도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고 희망을 얘기했다. 대표팀의 첫 슈팅을 기록한 송예서(18ㆍ서울체고)는 “경기를 본 많은 분들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준비해서 치른 경기라 우리는 만족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대의 무차별적인 슈팅에 가장 바빴던 골키퍼 오희지(23ㆍ전남수영연맹)는 “슛을 막아낼 때 관객들이 큰 환호성을 보내준 덕분에 힘을 내고 한 개라도 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맏언니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오희지는 “팀원들이 애교가 많아 팀 분위기도 좋고, 단합도 잘 된다”며 “비록 첫 경기를 크게 졌지만 아이들을 잘 다독여서 남은 경기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만근 대표팀 코치는 “한 경기에 헤엄치는 거리만 1,600m 가량 되고, 몸싸움도 격해 체력 소모가 엄청난 종목”이라며 “대부분 단거리 선수 출신인데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계속된 실점에도 ‘대~한민국’을 외친 관중의 응원에 진 코치는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줬다”면서 “울컥한 기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16일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인 캐나다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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