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담(熊膽)'도 서늘할 가을 사나이 박정권의 부활
- 출처:SPOTV NEWS|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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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꼭 올라오더라. 그만 좀 올라왔으면 좋겠어."
정규 시즌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올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던 박정권(37, SK 와이번스)이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상대 팀 더그아웃 쪽에 있던 박정권을 발견한 뒤 진한 농담을 던졌다. 김 감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SK에서 배터리 코치로 생활해 SK 선수들을 보면 한 번씩 추억을 꺼내놓곤 한다.
박정권의 별명은 ‘가을 사나이‘다. 가을만 되면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줬다. 포스트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가을에 얼마나 꾸준했는지 알 수 있다. 통산 50경기에 출전해 162타수 52안타(타율 0.321) 10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가을 사나이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박정권은 지난 2일 1군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1군 등록 일수 12일에 그쳤다. 1군 14경기에서 타율 0.172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를 꿈꾸기 힘든 성적이었는데,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가을 사나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박정권은 "올해 2군에서 힘든 적도 많았다. 참고 참다 보니까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어갔다. 엔트리에 들면 좋은 거고, 못 들어도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으니까 나 자신을 쓰담쓰담 해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한 방이 절실했던 순간 진가를 발휘했다. 박정권은 27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8로 맞선 9회 1사 1루에서 중월 끝내기 2점 홈런을 날렸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통산 7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6개를 기록한 이승엽(삼성), 홍성흔(두산)을 따돌렸다. 아울러 플레이오프 통산 3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7번째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그만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박정권은 자신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넥센은 물론 한국시리즈에 먼저 올라 있는 두산의 간담도 서늘하게 할 존재감이었다. 두산은 SK가 이 흐름을 타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다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정규 시즌 두 팀의 상대 전적은 8승 8패로 팽팽했다.
박정권은 단기전에서 베테랑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1차전에서 다 보여줬다. 팀에 승리를 안기는 홈런을 터트리면서 경기 내내 넥센에 쫓기며 흔들리던 SK 선수단을 단단하게 잡아줬다. 팀 사기를 끌어올린 건 말할 것도 없다. 그의 활약 이 한 경기에 그치더라도 SK는 그를 엔트리에 포함한 효과를 충분히 봤다. 박정권은 박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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