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0m 고지대서 곰탕 먹으며 날을 갈았죠"
- 출처:조선일보|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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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8)가 자신을 처음 세계에 알린 건 2004년 ISU(국제빙상연맹) 주니어 그랑프리(GP) 파이널이었다. 그는 당시 한국 선수론 사상 첫 메달(은)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같은 대회 정상에 올랐고, 이후 시니어 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2018년 10월.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주니어 GP 파이널에 오른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터가 등장했다. 도장중 3학년 김예림(15)이다.
김예림은 지난달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3·5차 대회에서 모두 은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5차 대회(체코) 때 기록한 196.34점은 역대 한국 여자 싱글 3위(1위 김연아, 2위 최다빈)에 해당한다. 김예림은 오는 12월 한 시즌 주니어 GP 시리즈를 통틀어 상위 6명만이 출전하는 파이널 무대에 나선다. 그를 제외한 5명은 모두 러시아 선수다.
"아직 꿈만 같아요. 설레기도 하고, 한국 대표로 나서는 무대라서 책임감도 큽니다." 최근 훈련지인 미국 콜로라도에서 잠시 귀국한 김예림을 만났다. 3개월 만에 찾은 한국 땅. 잠시 쉴 법도 했지만 그는 태릉 빙상장에서 스케이트화를 조여 신었다.
김예림은 임은수(15)·유영(14)과 함께 피겨 ‘기대주 트로이카‘로 불린다. 다른 두 선수의 급성장에 최근 1~2년은 경쟁에서 다소 밀린 모습이었다. 김예림은 지난 4월 돌연 미국으로 떠나 톰 자크라섹(55) 코치를 찾았다. 김예림은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더 큰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훈련과 가장 다른 점은 ‘모니터링‘이었다. "빙판 훈련 한 시간을 하면 그중 30분은 제가 했던 동작 영상을 돌려봐요. 한국에선 거의 없었던 시간이죠. 잘못한 점을 직접 보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가 빨랐습니다." 미라이 나가스, 빈센트 저우 등 미국 피겨 국가대표의 영상을 꾸준히 본 것도 효과를 봤다.
김예림이 머무는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평균 해발 1800m가 넘는다. 산소가 적은 고지대에서 하루 평균 5시간 훈련하며 체력도 크게 좋아졌다. 강훈련에 지친 몸은 매일 아침 어머니가 한인 식당에서 공수한 곰탕을 먹으며 달랬다.
"몇 달 전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콜로라도와 같은 강도의 훈련을 했는데 전혀 안 힘들더라고요(웃음).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다가 벗으면 날아갈 듯 몸이 가벼운 것처럼요."
김예림의 키(현재 165㎝)는 최근 2년 새 11㎝ 컸다.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지난 시즌엔 점프 중심축이 흔들리고, 경기 중 실수가 잦았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그는 "이젠 균형이 잡혔고, 오히려 긴 팔다리를 활용해 우아한 동작을 잘 표현하게 됐다"고 했다. 현역 시절 김연아의 장점도 그랬다. 김예림은 "2010년 연아 언니가 밴쿠버올림픽에서 뛰는 장면을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지난달 그랑프리 3차 대회를 마치고 언니가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누구의 응원보다 힘이 났다"고 말했다.
김예림은 나이 제한 때문에 지난 평창올림픽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관중의 환호 소리를 듣는 데 ‘나도 꼭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아직 멀었지만 하나씩 이루다 보면 언젠가 눈앞에 있지 않을까요." 일단 김예림이 잡은 목표는 이번 시즌 ‘200점 돌파‘. 김연아 외엔 누구도 오르지 못한 산이다. "연습보다 실전에 강해서인지 사람들이 제 멘털이 좋다고 해요. 그 정신력으로 꼭 200점을 넘을 겁니다." 김예림은 주니어 GP 파이널을 준비하기 위해 1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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