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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전자랜드의 눈물, '언더독'의 한계였을까
- 출처:오마이뉴스|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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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자랜드, 6번의 5차전 시리즈에서 ‘전패‘... 언제쯤 우승할 수 있을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결국 다시 한번 전주 KCC와 5차전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와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4-79로 완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 3패를 기록한 인천은 2014-15시즌 이후 3년 만의 4강 진출을 향한 꿈이 아쉽게 무산됐다.
6위로 PO에 오른 인천은 3위 전주를 상대로 1차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역대 6강 PO(5전 3선승제 기준)에서 1차전 승리팀의 4강 진출 확률은 95.2%(40/42)에 이르렀다. 인천은 2차전은 내줬으나 다시 3차전을 잡아내며 승리를 코앞에 뒀다. 2014-15시즌 당시에도 6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서울 SK를 잡아내고 준결승에 올랐던 ‘언더독의 기적‘을 재현하는 듯했다.
하지만 징크스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인천은 시리즈를 끝낼 수도 있었던 4차전에서 종료 약 4분 전까지 8점차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이후 귀신에 홀린 듯 남은 시간 무득점에 그치며 78-79로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황당한 반전은 잘 싸우다가도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곤 하던 인천의 고질병이기도 했다.
최종 5차전을 앞두고 부담이 큰 쪽은 인천이었다. 가뜩이나 어이없는 4차전 역전패로 사기가 꺾인 데다 인천은 역대 플레이오프 5차전 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더구나 전주는 열광적인 홈어드밴티지까지 안고 있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초반부터 높이 싸움에서 밀리며 기선을 제압당한 인천은 믿었던 3점슛도 21개를 던져 고작 3개를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특히 전반까지는 10개의 3점슛을 시도하고도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극심한 난조에 시달리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전반에만 인천은 전주에 26-44로 끌려갔다.
후반 들어서야 3점슛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며 9점차까지 점수차를 좁히기도 했지만 반격은 거기까지였다. 전주는 찰스 로드의 연속 득점과 이정현의 3점포까지 더하며 다시 점수차를 16점까지 벌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인천은 브랜든 브라운이 25점으로 분전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득점지원 부족과 극심한 리바운드 열세가 발목을 잡았다.
인천전자랜드, 6번의 5차전 시리즈에서 ‘전패‘
인천은 신경전에서도 말리며 손해를 봤다. 점수차가 벌어지던 2쿼터 인천 강상재가 골밑에서 자리싸움을 벌이던 상황에서 전주 신명호의 뒤통수를 팔꿈치로 잇달아 밀치는 비매너 플레이를 저질렀다. 고의성이 다분했고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4쿼터에는 에밋의 공격자 파울 상황에서 에밋이 브라운드를 밀쳐내자 다시 박찬희가 에밋의 등을 강하게 밀쳐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당했다. 덩달아 흥분한 김태진 코치까지 코트에 난입했다가 퇴장을 당했다. 양팀 선수들에게 모두 책임이 있었지만 평정심을 잃은 인천의 피해가 컸다.
인천은 이로서 구단 역사상 6번의 5차전 시리즈에서 전패라는 불명예 역사를 이어갔다. 2008-2009시즌 전주와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과 2013-2014시즌 6강에서는 연달아 부산 kt에 무너졌다. 2014-2015시즌 원주 동부(현 원주 DB)와 4강에서, 지난 시즌 6강에서는 서울 삼성에 역시 2승 3패로 무너졌다. 4강에서 1번, 6강에서만 5번이나 최종전 패배를 당했다. 또한 전주를 상대로는 역대 세 번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하는 징크스도 계속됐다.
인천은 유도훈 감독이 부임한 2009년 이후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다크호스로 자리잡았다. 비록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끈끈하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통하여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도훈 감독 역시 현역 시절 단신가드(173cm)의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왕조‘(현 전주 KCC)의 키식스맨으로 프로무대에 살아남은 스토리를 가진 근성의 인물이기도 했다.
창단 이후 몇 차례의 구단 해체 위기를 겪는 우여곡절을 극복하며 어렵게 살아남았고, 플레이오프마다 상대적인 약체로 꼽혔음에도 항상 강팀들을 괴롭하는 인천의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 근성에 매료된 골수팬들도 점차 많아졌다.
하지만 언더독 이미지는 인천의 매력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했다. 인천의 홈구장 삼산월드체육관은 한국농구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한 ‘영광의 장소‘지만, 정작 홈팀인 인천은 창단 이후 무려 21년간 KBL 10개 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진출/우승과 정규리그 우승이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팀이다. 정규리그는 2010/11시즌 2위 한 차례가 최고성적이고 플레이오프는 4강에만 3회 올랐으나 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분루를 흘렸다.
애매한 성적으로 시즌 마감, 언제쯤 우승할 수 있을까
KBL의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인천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따라 성적이 기복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꾸준하고 압도적인 국내 선수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인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 문태종(고양 오리온)이나 서장훈(은퇴)은 당시 이미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이었고 정작 인천에서 머문 시간도 길지 않았다.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유독 불운하여 우수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던 ‘황금세대‘ 때마다 상위권 픽을 놓치는 징크스가 반복됐다.
자연히 인천은 팀 사정상 리카르도 포웰, 브랜든 브라운 등 득점력과 개인기가 뛰어난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강력한 정통빅맨이나 포인트가드와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한편으로 인천은 몇 년간 신인드래프틀 통하여 최고는 아니어도 준수한 장신포워드들을 대거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강상재, 정효근, 차바위 등은 올시즌 기량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작 팀의 근본적인 약점을 메우는 데는 거리가 있었다.
정규시즌은 몰라도 플레이오프 같은 큰 무대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확실한 해결사가 인천의 국내 선수 중에는 없었다. 정영삼은 노쇠했고 박찬희는 공격력에 한계가 명확했다. 전주처럼 빅맨이 강한 팀을 만났을 때 높이의 열세도 여전했다. 결국 올시즌도 외국인 선수 브라운의 감정기복과 컨디션에 따라 팀의 경기력까지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인천은 올해도 6강 진출에 만족하며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성적으로 올시즌을 마감했다. 어느덧 봄농구 단골손님이 된 인천에게 매년 반복되는 플레이오프 진출과 5차전 패배 공식은 더 이상 감동을 주기 어려운 결과다. 인천에게 아직 너무 멀어보이는 ‘우승‘이라는 꿈은 과연 언제쯤이나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