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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죽음의 조? 나는 좋다"
- 출처:한국일보|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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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화살 맞을 땐 힘들었지만
안 좋은 기억 잊고 월드컵만 생각
손흥민 이젠 완전히 익은 열매
경기력에 마인드까지 좋아져
스웨덴 잡으면 판 뒤집힌다
멕시코 꺾고 독일과 맞설 것
어떻게 하면 이기나 하는 고민만”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여름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를 맡아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고했다’는 말 대신 비판만 쏟아졌다.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고 난데없이 ‘히딩크 영입론’까지 터지며 ‘명장’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낙인이 비수처럼 그에게 날아들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한국 축구는 월드컵을 준비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신 감독은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자택 앞 탄천을 찾아 머리를 식혔다고 한다. 히딩크 파문 이후 공식 기자회견 외에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던 그를 13일 탄천에서 만났다.
-월드컵 진출 성공한 다음 날 ‘히딩크 논란’이 터졌다.
“월드컵 나가면 본선까지 내가 맡고 못 나가면 그만 두는 걸로 대한축구협회와 이미 합의를 했다. 난 축구 인생을 송두리째 건 모험을 했고 소방수 역할에 충실했는데 비난의 화살이 오니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기가 생겼을 것 같은데.
“월드컵이 다가오니 긴장도 되지만 선수로 가지 못한 월드컵을 수장으로 간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하다. 지금은 안 좋은 일은 다 잊었다. 월드컵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 한다.”
-선수 시절 가장 힘들었던 때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뽑히지 못했을 때다. 컨디션이 정말 좋아서 선발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충격 받아 잠수를 타고 아예 축구와 담을 쌓으려고도 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못 뛴 게 가장 속상했을 줄 알았는데.
“내가 2001년 K리그 MVP긴 했지만 나이도 있고 후배들 틈에서 경쟁하기엔 체력적으로 버거울 때였다.
-손흥민(26ㆍ토트넘)이 펄펄 날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신 감독은 리우올림픽 사령탑, 손흥민은 선수로 함께 출전) 흥민이는 덜 여물었지만 이젠 완전히 익은 열매 아닌가 싶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6ㆍ현 토트넘 사령탑) 감독과 미팅했는데 그도 ‘미스터 손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내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한국 속담을 알려주자 포체티노 감독이 100% 공감했다. 경기력도 좋아졌지만 마인드가 더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경기가 안 될 때 짜증을 내고 동료에게 신경질적이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팀을 위해 희생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많다며 인성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
-큰 대회 때마다 ‘손흥민의 눈물’(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탈락 등)이 화제인데.
“이제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웃음) 이번 월드컵 때는 흥민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인 코치 외에 스페인 출신의 토니 그란데(71) 수석코치, 하비에르 미냐노(51) 피지컬 코치와 함께 월드컵을 준비 중이다. 그란데, 미냐노 코치는 스페인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을 석권하며 세계 축구를 호령할 때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였다. 그란데 코치가 추천한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전력분석 코치도 곧 합류한다.
-외국인 코치들과 일해 보니 어떤가.
“최고다. 톱 수준의 커리어를 지녔지만 스스로를 낮추는 게 인상적이다. 그들은 감독인 나를 존중하고 나도 그들을 존중한다. 한국인 코치들과 ‘우리가 유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코칭스태프와 언제 생활해보겠느냐. 나 또한 배운다는 자세로 할 테니 너희도 모든 걸 같이 공유하자’고 약속했다. 코칭스태프 팀워크는 환상적이다. 다 내 인복이라 생각한다.(웃음)”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 스웨덴(1차전), 멕시코(2차전), 독일(3차전)과 차례로 맞붙는다. 미국 통계 분석 사이트는 F조 16강 진출 확률을 독일 82.5%, 멕시코 51.0%, 스웨덴 48.2%, 한국 18.3%로 내다봤다. 팬들은 4년 전 브라질 때처럼 망신만 당하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만 신 감독은 특유의 긍정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전임 감독의 중도하차로 지휘봉을 이어받아 팀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며 리우올림픽 8강, U-20 월드컵 16강의 성적을 내 ‘소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죽음의 조에 속했는데 목표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3승을 할 수도 있는 거고 3패도 할 수 있다. 죽음의 조? 난 좋다. U-20 월드컵과 리우올림픽을 해보니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스웨덴만 잡으면 우리 조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스웨덴, 멕시코 잡고 독일과 ‘맞장’ 뜨고 싶다.
-초반 2연승하겠다는 말을 팬들이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 같다.
“이해한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때 내가 조 1위를 하고 싶다고 하자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됐나. U-20 월드컵 때도 초반 2연승이 목표라고 하자 신 감독이 입만 살았다고 했다(실제 리우올림픽 조 1위, U-20 월드컵 초반 2연승 달성). 스웨덴을 이기고 멕시코도 누르고 내친 김에 독일마저 꺾고 3승을 한다면 ‘대박’ 아닌가. 물론 상상이다.(웃음)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 상상인가. 나는 진다는 생각 안 한다. 지면 어쩌나 고민도 안 한다. 어떻게 하면 이길까 그러려면 우리가 지금 뭘 해야 할까 그 생각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