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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논란 핵심 '왕따 주행' 진실은 어디 있나
출처:CBS노컷뉴스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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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들었던 평창동계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의 핵심 인물 노선영(29·콜핑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피했던 노선영은 녹화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노선영은 8일 SBS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올림픽 기간 불거진 논란에 대해 발언했다. 지난 5일 오후 녹화된 것이다.

방송에서 노선영은 "당시 상황이 다른 선수였어도 일어났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노선영, 김보름이 아닌 개개인의 선수의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일어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제의 지난달 19일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 경기 장면이다.

당시 노선영은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체대)와 함께 출전했지만 막판 4초 정도 크게 뒤처져 들어왔다. 경기 후 노선영은 혼자 눈물을 흘리는데 동료들이 돌보지 않았고, 준결승 탈락 이후 인터뷰도 노선영에게 탓을 돌리는 듯한 태도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그 경기는 버리는 경기였다고 생각하거든요"라면서 "아무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더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별로 집중하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원인을 짚었다. 이어 "나는 메달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힘들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연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선영은 "지원이 적은 것보다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유력 후보 선수들에게는 조금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 것 같아요"라면서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고교생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2010년) 밴쿠버올림픽 정도(차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그때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냥 코치, 감독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운동만 했고 그렇게 따랐기 때문에 (차별이) 있었다고 해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다"면서 "점점 대표팀 안에서 생활을 오래 하면서 점점 성숙해지고 (차별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달권이 아닌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노선영은 "사회가 무조건 메달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엄청난 노력을 해서 그 자리에 간 거고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그 노력이 절대 누가 더 작거나 크거나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식이 바뀐다면 연맹에서도 메달 딸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드러냈다. 노선영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남아있을 (대표팀) 후배들이 더 이상 차별이나 누군가가 특혜를 받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노선영은 진행자인 김어준 씨의 "아주 좋았어요"라는 칭찬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이다. 방송에 나온 인터뷰 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날은 당시 상황에 대한 노선영의 설명이 있어야 했다.

당시 ‘왕따 주행‘ 논란은 전국민적 공분과 외신의 부끄러운 평가를 샀다. 동료애를 잃은 듯한 모습 때문이었다. 때문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는 글에 대한 참여가 줄을 이었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20일 기자회견에서 왕따 주행에 대해 해명하고 김보름이 눈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청원에 9일 현재 61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보름은 24일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빙판에 태극기를 깔고 눈물의 큰절로 다시금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후 인터뷰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왕따 주행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면이 고의였는지 백 감독의 말대로 노선영이 자청한 작전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노선영이 그동안 제대로 입을 열지 않은 탓도 있었다. 노선영은 당초 20일 오후 5시30분 예정인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회견장 출발 17분 전에 백 감독에게 ‘감기 때문에 몸이 안 좋아서 못 나갈 거 같다‘는 문자를 보내 불참했다. 그러나 "몸이 좋지 않다"던 노선영은 이날 오후 박지우와 함께 올림픽 선수촌 밖으로 외출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기자회견 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방송사인 SBS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백 감독의 해명을 반박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노선영은 21일 팀 추월 순위 결정전 뒤에도 2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모인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말없이 지나쳤다. 한 기자가 "왜 특정 매체에만 얘기를 하고 공식 인터뷰를 피하느냐"고 따졌지만 노선영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23일 오후 매스스타트 훈련을 마치고 일부 취재진에게 "올림픽이 아직 안 끝나서 다른 선수들 경기가 아직 남아있기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올림픽이 끝나면 말하게 될 것 같다"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24일 종목 최종전 뒤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올림픽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노선영은 유명 시사토크쇼 녹화에서 입을 연 것이다. 5일 오전 CBS노컷뉴스는 노선영과 통화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지금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면서 "다시 얘기를 하게 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노선영은 당일 오후 방송 녹화를 한 것이다.

‘왕따 주행‘ 논란은 청와대가 지난 6일 진상 조사 계획을 밝힐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핵심 인물인 노선영은 올림픽이 끝난 지 10일 넘도록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의 의도적인 왕따였는지, 자신이 자청한 작전이었으나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는지를 밝힐 책임이 있는 ‘국가대표‘ 노선영이다. 자칫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김보름과 박지우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 당할 수도 있다.



물론 노선영이 이날 녹화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대해 해명했을 수도 있다. 제작진이 편집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들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거대 권력의 치부까지 용기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면 ‘왕따 주행‘ 사태의 핵심을 간과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5일 녹화 이후 공식 트위터에 "노 선수의 똑똑함에 제작진 입덕 완료"라는 해시태크를 달았다. 김어준 씨는 인터뷰 말미에 "다른 선수들에게 (특혜와 불공정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그 말이 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나왔죠?"라고 묻자 노선영은 "네"라고 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했던 ‘제작진을 입덕시킨 똑똑한‘ 노선영이었지만 정작 6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했던 핵심에 대한 답변은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노선영은 수많은 취재진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피하는 대신 편집이 가능한 방송 프로그램 녹화에는 참여했다. 결국 국민들은 ‘노선영 왕따 주행‘ 논란의 진실을 청와대 진상 조사에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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