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마치 ‘증명하는 삶’을 사는 듯하다. 간밤에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했다. 시즌 초반 스페인 라 리가서 골을 넣지 못하며 비판을 받았지만, 유럽 무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호날두는 매번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호날두가 속한 레알 마드리드는 27일(이하 한국 시각)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지그날 이두나 파크서 열린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UCL) 32강 H조 2라운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전반 18분 가레스 베일, 후반 4·34분 호날두가 멀티골을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9분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이 한 골을 만회하는 데 머무른 도르트문트를 원정에서 꺾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와 베일의 활약을 묶어 UCL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선발 출격해 킬러다운 몸놀림을 보였던 ‘멀티골’의 주인공 호날두는 경기 후 스페인 매체 <아르테스미디어>와 인터뷰에 응했다. 호날두는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마냥 행복한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호날두는 “매 경기마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보여줘야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 데 놀랐다”라면서 “비판이 악화되고 있다”라고 자신을 향한 날선 반응이 시간이 흐를수록 아프게 와 닿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호날두의 반응은 이해할 만도 하다. 매 시즌 수많은 경기에 출전해 셀 수 없는 골을 터뜨렸고, 리오넬 메시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좇을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머무르는데 대중과 미디어는 이상하리만치 냉정하다. 두세 경기쯤 득점에 실패하면 ‘부진’, ‘노쇠화’라는 단어가 호날두를 향해 쏟아진다. 다른 공격수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만, 호날두에게는 비일비재하다. 그를 향한 기대감이 때로는 악영향으로도 나타나는 셈이다.

그래도 호날두는 자신과 팀을 둘러싼 최근의 분위기가 동기부여가 됐다며,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가 도르트문트 원정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날두는 “전 세계의 사람들은 매일 나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축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산다. 미디어를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가치를 매번 보여줘야 하는 호날두의 삶은 슈퍼스타의 숙명이다. 워낙 놀라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 잠시라도 평범해지는 순간 기대감이 안 좋은 방향으로 변질되어 나타나곤 한다. 그래도 호날두는 언제나처럼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호날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