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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2억 스폰서+1000억 중계권, 신의 전사들 발에 달렸다
- 출처:중앙일보|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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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5·토트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쏟았다.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진 것이다. 서울 1차전에서 일본과 0-0으로 비긴 한국은 1무 1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최종예선 A조에 속했던 한국은 이란·우즈베키스탄에 밀려 조 2위까지 받는 본선직행권을 손에 넣지 못했다. A, B조 3위 끼리 맞붙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져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 상황은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발생 가능성 0%인 것도 아니다. 한국 축구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승점 20)은 조 1위 자리를 확보해 본선행을 확정했다. 2위 한국(승점 13)과 3위 우즈베크(승점 12)가 남은 한장을 놓고 다툰다. 한국이 31일 홈 9차전에서 이란에 이기고, 같은 시각 중국이 우즈베크를 잡으면 한국도 본선행을 확정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을 보면, 이란에 최근 4연패 중이고 우즈베크 원정은 1997년 승리 이후 10년간 2무다.
한국이 이란에 지거나 비길 경우, 다음 달 5일 밤 12시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한국과 우즈베크의 10차전이 두 팀의 운명을 가른다. 자칫 한국이 조 3위로 밀릴 경우,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B조에서는 일본(승점 17)·사우디아라비아·호주(이상 승점 16) 세 나라가 경합 중이다.
한국은 1986 멕시코 대회부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한국은 4년에 한 번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고 30년 이상 전 국민이 당연시해왔다. 내년까지면 9회 연속인데,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 회원국 중 9회 연속 출전국은 브라질·독일·이탈리아·아르헨티나·스페인 등 5개뿐이다.
만에 하나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한다면. 축구인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냥 한국 축구에는 대재앙이다. 축구 빙하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곳은 대한축구협회다. 국민적 비판은 놔두고라도, 경제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준헌 협회 미디어 팀장은 “2016년 기준으로 나이키·KEB하나은행·kt 등과 스폰서십 규모가 292억원”이라고 전했다. 규모가 커진 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프리미엄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기존 스폰서십은 줄고 신규 스폰서는 잡지 못할 것”이라며 “유소년·인프라 등 투자에 악영향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드컵 본선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 3사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판매한 최종예선 중계권은 JTBC가 가지고 있다. 본선 중계권은 SBS가 FIFA로부터 9500만 달러(1077억원)에 구매했고, SBS·KBS·MBC가 비용을 분담한다.
한국과 러시아는 6시간 시차라서 경기는 TV를 시청하기 좋은 오후 9시, 밤 12시, 새벽 3시에 열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지상파 3사는 700억 원대 광고수입을 올렸다. 조별리그 한국-벨기에전 3사 시청률 합계는 33.6%였다.
백정현 KBS 스포츠 중계부 부장은 “한국이 못 나간 월드컵은 국민적 이벤트가 아니라, 해외축구 팬만을 위한 대회다. 광고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방송사마다 400억원 대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향후 전체 스포츠 중계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축구선수권(유로)의 국내 평균 시청률은 1%대고, 월드컵 본선의 다른 나라 경기 평균 시청률은 6~12%다.
프로축구 K리그도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관중이 급감하면서 흥행 악화가 불가피하다. 축구선수를 지망하는 청소년도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용품업체·분석업체·에이전시·미디어 등 관련 산업도 줄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려 있다보니 전 축구계가 총력전에 나섰다. 이란전 킥오프 시각을 밤 9시로 바꾼 건, 우즈베크-중국전과 같은 시각에 시작해 심리적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다. 평일인 목요일 밤 더 많은 홈 관중을 동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일정을 미루면서 대표팀 조기소집에 협조했다. 한웅수 연맹 사무총장은 “K리그 클래식 12팀 모두 ‘한국 축구가 위기’라는데 공감하고 합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