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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볼트, 유종의 미?.. 23세 드 그라세, 새 황제?
출처:조선일보|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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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세계 단거리 육상을 제패했던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오는 5일(한국 시각) 개막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영국 런던)에서 은퇴 경기를 펼친다. 2007년 이후 각각 세 차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100m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그의 경기력은 완벽했다. 이제 런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일만 남았다.

새로운 별이 뜬다. 황제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패권을 꿈꾸는 ‘신성‘ 앙드레 드 그라세(23·캐나다) 이야기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1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볼트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볼트의 ‘스완송(swan song·은퇴 전 마지막 무대)‘이 행복한 결말로 끝날지, 이제 드 그라세의 두 다리에 달렸다.

볼트는 이미 전설 반열에 오른 선수다. 지금까지 네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13개의 메달(금 11·은2)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100m, 400m 계주에서 메달을 추가하면 통산 14개를 목에 건 여자 육상 레전드 멀린 오티(은퇴)를 제치고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 획득자가 된다.



볼트의 은퇴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 4월 절친했던 동료이자 2008 베이징올림픽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저메인 메이슨(영국)을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보냈다. 사고 직전, 메이슨과 함께 파티를 즐겼던 볼트는 충격으로 4주 이상 트랙을 밟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월 치른 두 차례 공식 대회(100m)에서 10초대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세계선수권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7월 22일 다이아몬드리그 허큘리스 EBS 미팅 남자)에서 9초95를 찍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등을 호소하다가 정작 본 대회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였던 ‘엄살쟁이‘ 볼트는 최근 "내 걱정은 언론만 하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100m 최고 기록으로만 따지면 드 그라세(9초91)는 볼트(9초58)의 상대가 안 된다. 지난 6월 대회에서 9초69에 결승선을 끊기도 했지만 뒷바람의 도움을 크게 받아 ‘비공인‘ 기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드 그라세의 기세에 육상계가 놀라고 있다.

드 그라세는 고교 3학년인 2012년 뒤늦게 육상에 입문했다. 학교 농구선수로 뛰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100m를 뛰게 됐다. 농구 유니폼을 걸치고, 스파이크를 빌려 신어 달린 기록은 10초90. 놀라운 결과를 현장에서 지켜본 1984 LA올림픽 메달리스트(400m 계주) 토니 샤프는 드 그라세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육상계로 이끌었다. 고교 시절 마약에 손을 대고, 비행(非行)을 일삼았던 소년은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드 그라세는 당시를 회상하며 "트랙이 내 인생을 구원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강훈련을 소화한 그는 스파이크를 신은 지 불과 3년 만에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2개(100m·400m 계주)를 손에 쥐었고, 이듬해 올림픽 메달도 3개(은1·동2) 땄다.

2015년 말 프로로 전향한 드 그라세에겐 부(富)도 따랐다. 오랜 기간 볼트를 후원해 온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드 그라세와 1125만달러(약 125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포츠 음료 업체 ‘게토레이‘ 등 볼트의 후원사가 이젠 드 그라세를 찾는다"고 전했다.

‘황제‘와 ‘신성‘의 장외 신경전도 치열하다. 드 그라세의 코치 스튜어트 맥밀런은 최근 캐나다 매체 인터뷰에서 "드 그라세가 지난 7월 허큘리스 EBS 미팅 남자 100m에 출전하려 했지만, (그를 경계한) 볼트 측의 요구로 400m 계주만 뛰었다. 그가 압박감을 갖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볼트의 매니지먼트는 "해당 발언은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두 육상 스타가 출전하는 세계선수권 100m 예선은 한국 시각으로 5일 새벽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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