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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윔블던을 지배하는 노장들의 아름다운 투혼
- 출처:노컷뉴스|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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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윔블던(총상금 3160만 파운드·약 463억 원)에서 노장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30살 중후반의 나이에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주인공은 ‘황제‘ 로저 페더러(36 · 스위스)와 ‘여제‘ 비너스 윌리엄스(37 · 미국)다.
세계 11위인 비너스는 1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4강전에서 마그달레나 리바리코바(87위 · 슬로바키아)를 2-0(6-1 6-1)으로 완파했다. 가르비녜 무구루사(15위 · 스페인)과 결승에서 격돌하게 됐다.
비너스는 1살 터울의 친동생 세레나 윌리엄스(4위)와 함께 20년 가까이 여자 테니스 정상으로 군림해왔다. 20년 전인 1997년 첫 윔블던에 나선 비너스는 이후 2년 연속 8강에 오르더니 2000년에는 정상까지 등극했다. 2003년까지 4년 연속 결승 진출에 5회 우승의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비너스는 2011년부터 선수 생활에 위기가 왔다. 만성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쇠그렌 증후군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던 비너스는 은퇴 얘기까지 나왔다. 2012년 복귀했지만 동생과 달리 왕년의 정상급 기량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랬던 비너스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정상권에 다시 근접했다. 이번 윔블던을 앞두고 지난달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내는 아픔까지 겪었다. 70대 노부부가 탄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고, 남편이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법규 위반 사실이 없다는 경찰 조사가 나왔지만 비너스는 윔블던 1회전을 마치고 관련 질문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너스는 심적 부담을 딛고 윔블던 결승까지 올랐다. 만약 정상에 오른다면 동생이 올해 호주오픈에서 세운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35세 4개월)을 경신한다. 37세 1개월의 비너스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조금만 더 바라고 싶다"면서 "한 경기만 더 이긴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무구루사와 상대 전적은 3승1패로 앞서 있다.
페더러도 노장의 아름다운 도전을 꿈꾼다. 통산 8번째 윔블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세계 5위 페더러는 12일 8강전에서 밀로시 라오니치(7위 · 캐나다)를 3-0(6-4 6-2 7-6<4>)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대회 4강전 패배를 설욕한 페더러는 올해 대회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잇고 있다.
페더러가 우승해도 비너스 못지 않은 역사를 이룬다. 역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2003년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2007년까지 5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2009년과 2012년에도 우승컵을 추가했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였던 앤디 머레이(1위 · 영국), 라파엘 나달(2위 · 스페인), 노박 조코비치(4위 · 세르비아) 등이 탈락한 상황이다. 페더러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사실 운동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테니스에서 30살 중반이면 거의 환갑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비너스, 페더러가 윔블던 정상을 노릴 수 있던 데는 그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을 잇는 차세대들의 등장이 뜸했다는 현실도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쨌든 노장들의 투혼이 윔블던을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