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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큐에 2000점..공무원 이기범 '세리쇼'
- 출처:매일경제|20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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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대 위에 ‘사랑의 열매’가 이렇게나 많이 열린 적이 있던가. 지난 18일 ‘벤투스컵 2017 코리아 당구왕’ 3차 대회 4구 결승에서 빨간 공 두 개가 자석처럼 붙어 다녔고 하얀 공이 그 뒤를 끝없이 추격했다.
몰아치는 ‘세리(4구 경기의 몰아치기)쇼’에 대회 관계자들은 “마치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가 테이블 위에 주렁주렁 열리는 듯했다”고 전했다.
신들린 스트로크는 498점이 되자 비로소 끝났다. 이날 사랑의 열매를 잔뜩 심은 주인공은 프로 선수가 아니라 경남 밀양시청 소속 이기범(33) 주무관이었다. 이 주무관은 대회 최고 스코어 498점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식 표현을 빌리자면 40분만에 거의 5000점을 친 것이다. 그의 신들린 ‘폭풍 세리쇼’에 상대 김영환(인천)은 전의를 상실, 단 9득점에 그쳤다.
이 주무관의 하이런은 무려 211점. 테이블을 따라 세리로 몰아치며 한 큐에 2000점 넘게 친 것이다. 이 대회 4구 경기는 대체로 100점(아마추어 기준 1000점) 이내로 끝나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대회 관계자들은 “퇴근 못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주무관은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면서 “사실 작년에도 출전했는데 이번에야말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 근무 중인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당구를 시작했다. 당구가 좋아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 50만원으로 중고 당구대를 샀는데, 마땅히 놓을 곳이 없어 외가의 빈 외양간에 두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스스로 택한 외로운 싸움이 힘겨웠다며 “연습하다 운적도 있다”고 말했다.
스승도 따로 없었다. 세리는 고 양귀문 명인의 책을 보고 연습했다. 그렇게 2년 만에 4구 기준 2000점을 달성했지만 당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5살 무렵 당구를 접고 공무원이 됐다. 그러다 아버지의 권유로 8년 만에 큐를 잡았는데 코리아 당구왕 3차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것.
이 주무관은 “내 꿈의 절반은 이룬 셈”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 공친다고 부모님 속 썩였는데 당구로 부모님을 웃게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내가 연습하는 시간동안 독박육아 했던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단 말 전하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