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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감한 형제'들이 일으킨 빙판 위의 반란
- 출처:연합뉴스|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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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백지선(50·미국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3차전에서 헝가리에 3-1(0-0 1-1 2-0) 역전승을 거뒀다.
세계 랭킹 23위인 한국은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 티켓 2장이 걸린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국 중 랭킹이 가장 낮지만 유일한 무패 팀이다.
한국은 1차전 폴란드(4-2승)에 이어 2차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카자흐스탄에 5-2 역전승을 거두고 메가톤급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의 돌풍은 헝가리마저 집어삼켰다. 한국은 3차전에서 헝가리에 3-1 역전승을 거두고 3전 전승, 승점 9점으로 중간 순위 1위를 굳게 지켰다.
애초 한국의 목표는 디비전 1 그룹 A 잔류였다. 역대 어떤 디비전 1 그룹 A보다 강팀들이 많이 출전했다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강등만 면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을 목전에 뒀다.
카자흐스탄(1승 1연장승·승점 5점)이 앞선 폴란드전에서 연장승으로 승점 2점을 챙기는 데 그쳤기에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2점만 얻어내면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한다.
카자흐스탄이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겨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승점이 11점으로 같아진다고 해도 승자승 원칙에서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28일 오스트리아, 29일 우크라이나와 격돌한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3전 전패라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은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예약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이 이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다가온 것이다.
헝가리전의 영웅은 김기성(32)-김상욱(29), 신상우(30)-신상훈(24·이상 안양 한라) 형제였다.
한국은 0-1로 뒤진 2피리어드 15분 43에 동생 김상욱의 어시스트를 받은 형 김기성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무려 22년 동안 함께 스틱을 잡은 김기성-상욱 형제는 대표팀 1라인을 지키는 최고의 공격 옵션이다. 현재 대표팀 역대 통산 포인트에서도 형이 1위, 동생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신상우-신상훈 형제는 역전골과 쐐기골을 터트렸다.
신상훈의 역전골은 가히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에 길이 남을 골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상훈은 1-1로 맞선 3피리어드 6분 31초에 빠른 역습에 나섰다. 헝가리 수비수 2명이 퍽을 빼앗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자 신상훈은 퍽을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처넣는 것)시킨 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문전으로 쇄도하며 수비수들을 따돌렸다.
그런 뒤 백 보드에 맞고 튕겨져나온 퍽을 달려가는 스피드를 그대로 활용해 오른쪽 서클 근처에서 강력한 슬랩샷으로 연결했다.
헝가리 골리 미클로스 라이나는 골대 오른쪽에 몸을 밀착해 각도를 줄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상훈의 퍽은 라이나의 옆구리와 골대 사이의 그 작은 틈을 뚫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신상훈 자신이 어시스트하고 넣은 골이었다. IIHF는 신상훈의 이 골에 대해 "희대의 골"이라고 격찬했다.
형인 신상우는 경기 종료 4분 47초를 남겨두고 골리와 단독 기회에서 강력한 샷으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형제들은 서로에게 다가가 "정말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한국의 돌풍에는 이번 대회 MVP가 유력한 수문장 맷 달튼의 선방 외에도 이러한 형제 선수들의 선전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김기성은 이번 대회에서 3골 1어시스트로 한국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김상욱도 1골 3어시스트로 형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신상훈(2골)도 형 신상우(2골)와 함께 결정적인 기회에서 골을 넣었다. 이들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12골의 67%인 8골을 넣었다. 그만큼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IIHF 홈페이지도 메인 화면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승전보를 전한 뒤 기사 제목을 "신상훈! 신상우!"라고 뽑았다.
많은 사람이 한국 대표팀에 귀화 선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비판을 가하지만, 대표팀의 중심은 토종 선수들, 그중에서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형제 선수들이다.
신상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3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매일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팬이 우리의 더 밝은 미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