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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기습 번트 논란 : 메이저리그 방식이 아니다?
출처:다음스포츠|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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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완벽한 근무 조건을 자랑한다.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다. 지난 번에는 빨간 날도 없는 데 4일짜리 연휴를 줬다. 선발투수처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체력 관리 잘해서 3할을 유지하라는 특혜일 지도 모른다. 감독, 코칭스태프의 남다른 비호가 의심될 지경이다.

3안타 경기를 했다. 그 중에는 역전 결승타도 있었다. 자칫 넘어갈 뻔한 게임 후반에 나온 극적인 적시타였다. MVP에도 뽑혔다. 그래도 달라진 건 없다. 팀 방침에는 추호도 흔들림 없다. 다음 날부터 또 비번이다. 왼손 투수라 쉬고, 별로 본 적 없는 너클볼 투수라 빠지고….

딱히 할 말은 없다. 대신 들어간 타자들이 워낙 잘한다. 어찌 된 게 나갔다 하면 홈런이다. 누구는 1개도 아니고, 멀티로 친다. 수비, 주루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대역들이 소화하는 포지션도 다양하다. 좌익수에서 출발해서 우익수에, 1루수까지 커버한다.

게다가 파릇파릇한 신예들이다. 장래가 창창한 재목이다. 구단은 미래를 위해 그들에게 투자할 것이다. 어쩌면 출장 기회를 나눠 갖는 게 당연한 지 모른다.

2년째도 마찬가지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나빠졌다. 타석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니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공 하나에, 타석 하나에. 가슴을 졸인다. 안타 1개가 절실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때문에 16일(한국시간)의 1개는 유난히 소중했다. 비록 시원스레 맞아나간 타구는 아니었다. 그래도 궂은 날씨에 한 줄기 햇살 같은 안타였다. 하지만 이걸 두고도 말들이 많다. ‘재치 있다’는 반면 ‘겨우 그걸로…’라는 회의 섞인 반응이 맞선다.

수비 시프트를 번트로 깨는 것은 메이저리그 방식이 아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0-0이던 2회였다. 7번인 그의 첫 타석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치는 척 하더니 3루쪽으로 슬쩍 기습 번트를 댔다. 상대 내야가 시프트를 건 빈틈을 겨냥했다.

마침 3ㆍ유간 쪽으로 자리잡았던 3루수(크리스 코글란)가 화들짝 놀랐다. 황급히 달려들어 맨손으로 잡아 던졌지만, 승부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 빠르지 않은 타자였지만 아주 여유있게 세이프됐다.

이를 두고 (한국의)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수비 시프트를 그렇게 깨는 것은 메이저리그 방식이 아니다. 더 강한 타구를 날려 시프트가 소용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승부에 대한 의식과 특유의 오기 같은 것이다. 특히 경기 초반에는 더 그렇다. 2회부터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것은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니다. 비록 내야 안타에는 성공했지만, 저런 점들이 평가를 떨어뜨리는 플레이다. 그들 사이에서는 외면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다. 때문에 이같은 비판은 꽤 설득력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상당한 공감을 얻는 댓글로도 부각됐다. 일부에서는 논란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다른 선수들은 이상하게 번트들을 별로 안댄다.

많은 (왼손) 타자들이 상대의 변형 수비 속에서도 평소처럼 공격한다. 훨씬 더 극단적인 시프트를 앞에 두는 경우도 많다. 아예 3루수와 유격수 위치를 텅 비워 놓기도 한다. 그쪽으로 살짝 굴리기만 해도 안타가 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별로 시도하지 않는다. 미련하게(?) 잔뜩 수비가 몰려 있는 쪽에다 치다가 결국 횡사하고 만다. 정말 메이저리그 방식이 아니라서일까?

물론 비판론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일리 있는 부분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엄연히 정면 대결을 존중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굳이 번트를 편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의도일 때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커트 실링이 진짜 핏빛 양말을 신고 밤비노의 저주를 깨던 해였다. 그 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올해의 페어 플레이상’에 양키스와 카디널스 타자들을 선정했다. 그들은 커트 실링의 발목 상태를 알고, (챔피언/월드) 시리즈 내내 한번도 번트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 시프트의 경우는 다르다. 엄연히 작전의 일종이다. 그걸 대응하기 위해서 번트라는 전략을 쓰는 게 논리적으로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시프트를 깨트린 유명한 번트들  

시프트를 깬 유명한 번트는 많다.

로빈슨 카누가 양키스에서 뛸 때다. 2013시즌 내내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프트에 시달리던 그는 그 해 9월 경기에서 텅 빈 3루쪽을 향해 번트를 시도했다. 의도적으로 강하게 밀어낸 이 타구는 선상을 타고 나가면서 2루타가 됐다. 승부처였냐고? 천만에. 1회 첫 타석이었다. 그는 2루에서 세이프 된 뒤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LA 다저스의 간판 에이드리안 곤잘레스도 몇 차례나 해냈다. 아래 모습은 2014년 때다. 텅 빈 3루쪽으로 기습에 성공했다. 당시 관중석은 물론, 벤치에서도 열렬한 환호와 폭소가 쏟아졌다. 한창 시즌이 절정이던 9월, 역시 경기 초반인 4회 때 일이었다.



이밖에도 수많은 시프트 깨기 번트가 존재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맷 아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에릭 호스머, 시카고 컵스의 앤서니 리조…. 얼마 전에는 추신수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masn 해설자 마이크 보딕의 의미심장한 코멘트

미국 사람들도 비슷하다. 시프트로 텅 빈 3루쪽을 보며 그들도 비슷한 의문을 갖는다. “저쪽으로 번트 대면 쉬운데….” 그런 궁금증에 대한 Q&A가 흔한 일이다.

답은 간단하다. 확률적인 이유다. 기대 득점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 적절한 방향과 속도로 번트를 성공할 확률 ▶ 안타가 된다해도, 본래 타격으로 (장타를 얻어) 득점할 확률을 따져보면 그냥저냥이기 때문이다. 즉 익숙치 않은 번트보다, 하던대로 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한 결과인 셈이다.



땅볼 요정의 번트 때 현지 중계를 맡은 masn 방송은 다채로운 평가를 내렸다. 특히 해설자인 마이크 보딕은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김현수의 나이스 플레이네요. 그의 야구에 대한 감각과 배트 다루는 솜씨가 잘 나타나는 안타입니다. 완벽한 번트예요. 안타 1개를 자기가 직접 만들어내는군요.”

보딕은 올스타 유격수 출신이다. 또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명예의 전당 멤버이기도 하다. 그의 코멘트는 단순히 번트라는 플레이에 대한 상황 설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한 마디가 이어졌다.

“(저 번트 안타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지금 자신을 죄고 있는 고삐만 풀어준다면, 그는 그라운드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걸 입증하는 장면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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