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참 잘해.”

김성근 한화 감독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대견한 손자를 보는 시선이다. 외야수 김원석(28·한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다.

한화는 지난달 31∼2일 두산과 잠실 개막 3연전을 치렀다. 아쉬움이 컸다. 내내 수비불안에 시달리며 1승2패로 마감했다. 세 시즌 연속 개막시리즈 연장의 악몽이 또 이어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김원석은 야구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31일 톱타자로 나서 1회초 초구 우전안타를 생산했고, 1일 경기에선 연장 11회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2일에도 3루타 포함 멀티히트에 7회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이었다. 개막 3연전 동안 김원석은 타율 0.538(13타수 7안타) 3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7개의 안타 중 2루타가 2개, 3루타가 1개였다. 팀의 연장패배 등 좋지 않은 성적에 빛이 바랬지만, 김원석은 남달라보였다.

김원석은 사연이 많다. 동의대 시절 에이스로 활약한 김원석은 2012년 2차 드래프트 7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여의치않았고, 타자로 전향한 뒤에도 어려움을 겪어 팀에서 발출됐다. 이후 경남중학교에서 지도자로 생활했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다 2015년 여름 한화 2군 사령탑인 이정훈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그해 12월 한화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는 1군 1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는 행운이 찾아왔다. 주전 중견수 이용규가 왼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선발기회가 찾아왔고, 잠실벌에서 김원석은 미친듯이 치고 달리면서 ‘한화판 신데렐라 스토리’의 시작을 알렸다.

실제 김성근 감독은 올해 김원석이 큰 성장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김 감독은 “작년에는 잘 안됐어, 투수의 타이밍을 아예 맞추지를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절박함을 무기로 어느새 달라졌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애가 (다른 선수와 다르게) 질문을 한다”며 “‘지금 전 어떻게 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본다니까, 참 많이 물어보는 선수”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김원석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