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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구, 왜 대형투수 씨가 말랐나
- 출처:스포츠경향|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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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사령탑은 특급 선수들과 함께 한다. 대다수 프로야구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한번쯤 저런 선수들과 야구 하고 싶다.”
2017년 출발점에 선 야구 대표팀 감독의 모습은 무척 낯설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 선수 선발에 관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가졌지만, 허점 많은 투수진을 끝내 정리하지 못했다. 으레 하는 ‘많아서 고민’이 아니라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
대표팀의 자원 창고여야 할 KBO리그부터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두산 좌완인 장원준·유희관, 그리고 넥센 신예 사이드암인 신재영만이 15승씩을 거두며 다승 상위권에서 경쟁했을 뿐, 주요 순위표를 외국인 투수들이 잠식했다. 이른바 토종 에이스 고갈 상태다. 그 배경에 대해 한국야구 ‘투수 대가’로 통하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 그리고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답을 구했다.
■“허약한 기초체력이 문제”
모두 같은 곳을 바라봤다. 최근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의 기초 체력이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식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기초 체력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 볼 구질이 어떻고, 그걸 또 어떻게 던지고 하는 식의 기술적인 것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 코치는 “괜찮다는 신인을 뽑아놓고 막상 체력훈련을 시켜보면 기존 선수들을 아예 따라가지 못한다”며 “집을 짓더라도 기초가 건실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요즘 투수들이 수술을 많이 받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상체 웨이트 훈련은 많이 하는데, 하반신은 따라주지 못한다”며 “상체에 의존하는 피칭을 하다 보니 상체(팔) 쪽에 부상이 많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하체훈련, 즉 러닝을 너무 안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안뛴다”고 했다.
■김인식의 프로 2군 지도론
투수 자원 문제를 논할 때면, 보통 아마추어 야구가 도마에 오르곤 한다. 김인식 감독은 그 연장선상에서 프로 2군의 육성법을 거론했다. 그는 “프로에서는 아마추어에서 ‘너무 못가르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아마추어 문제만은 아니다. 프로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열아홉, 스물 먹은 선수들은 2군에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너무 서둘러 기술적인 것부터 접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일본 투수들과 한국투수들의 구위 차이가 바로 기초 체력 차이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와인드업을 하고 넘어가는 동작이 우리 선수들보다 확실히 빠르다. 허리 회전으로 볼 수 있는데, 그에 따라 발산하는 힘이 달라진다”면서 “역시 기초 체력 차이다. 하체 힘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투수 나온지 벌써 십수년은 됐다. 우리 리그에 정말 상대하기 싫은 투수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씁쓸해 했다.
■선동열의 한·일야구 비교론
선 코치는 한·일 야구 유망주들의 훈련법 차이를 얘기했다. 선 코치는 “일본 선수들은 기술 훈련보다, 체력적인 훈련을 많이 한다. 특히 공을 던지기 어려운 겨울이면 거의 체력 보강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프로에 갓 입문한 선수들의 첫 몇 시즌도 다르다고 했다. “신인 투수라면 처음 한 두 해는 2군에서 투구 밸런스를 통해 볼 끝과 제구력을 만드는 데만 집중한다.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던지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이와 달리, 한국 신인 투수들은 입단과 함께 보통 2군에서 경기력을 키우는 데 우선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곧바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 코치는 2004년 삼성 수석코치를 맡은 뒤 2005년부터 감독으로 오승환·윤성환 등 걸출한 투수를 여럿 길러냈다. “그 때는 상대적으로 공은 덜 던진 상태에서 기초 체력 좋은 투수들이 많았다. 프로에 와서 공을 많이 던지면서 잠재력이 피어났다”고 말했다.
■김성근의 조기학습 부작용론
김성근 감독은 첫 마디에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변화구를 던진다. 매우 좋지 않다”고 답했다. 다채로운 변화구가 개발되면서 어려서부터 스피드가 아니라 변화구에 의존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이같은 배경이 대형 투수 탄생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일본야구 역시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야구와 비슷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일본 선수들도 예전 만큼 러닝을 하지 않는다. 변화구 위주 투수가 많아졌고, 타자들은 그런 투수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변화구 적응력은 키우지만 빠른 공에는 약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승환의 빠른 공이 일본에서 잘 통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운동에 소질 있는 자원이 다른 종목을 선택하고 있다고도 했다. “옛날에는 운동 잘한다고 하면, 씨름을 하고 있어도 가서 데려와 가르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발굴 자체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