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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틀리프 특별귀화, 발목 잡는 '첼시 리 사건'
- 출처:OSEN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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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다큐가 됐다. 농담으로 시작했던 일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KBL 장수 외국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8, 삼성)가 한국국적 취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틀리프는 지난 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한국으로 국적을 바꿔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라틀리프는 새해 첫 날 군산에서 가진 KCC전 승리 후 “한국여권을 원한다”고 말해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됐다.
평소 진중한 성격인 그를 고려할 때 빈말이 아닐 것이란 판단이다. 구단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상민 감독은 라틀리프와 면담을 가졌다. 구단에서도 현재 KBL 및 국가대표팀의 상황과 귀화에 필요한 절차 등을 라틀리프에게 설명해줬다. 삼성 구단은 라틀리프가 원하는 한 그의 귀화를 최대한 돕는다는 입장이다.
▲ 특별귀화 발목 잡는 ‘첼시 리 사건’
지난 2010년 5월 법무부는 각 분야별(문화, 예술, 체육 등)우수 외국인재를 국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수국적을 허용하도록 국적법을 개정했다. 소위 ‘특별귀화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문태종, 문태영 형제, 김한별 등이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라틀리프가 원하는 것도 특별귀화다. 심사를 마치면 당장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미국국적까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등 두 국가의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화․예술, 체육 분야에서 특별귀화 대상자가 되려면 7가지 항목 중 최소 3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라틀리프의 경우 조건을 충족시킨다.
1)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는 상을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수상한 경력
3) 전문출판물 또는 주요 대중매체에 자신의 우수한 재능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었거나 전문출판물에 자신의 학술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는 자
6)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매우 높은 연봉이나 보수를 받고 있다는 증거(연간 소득이 한국은행고시 전년도 일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배 이상
2012년부터 KBL에서 뛰고 있는 라틀리프는 높은 연봉을 받고 있고, 2015년 외국선수상을 수상했다. 그가 뛰어난 활약을 했다는 언론기사도 많다. 따라서 위 요건을 충족시킨다.
대한민국농구협회서 추천서를 발급하면 대한체육회가 심의를 한다. 이후 법무부 심의와 국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복수국적자가 될 수 있다. 법무부는 ‘무분별한 추천 남발 방지 및 체육계 우수인재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엄격한 심사 실시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문제는 ‘첼시 리’ 사건이다. 지난해 농구협회와 WKBL이 첼시 리의 특별귀화를 추진했다. 법무부 심의과정에서 첼시 리 측이 제출한 서류가 조작된 것이 드러났다. 첼시 리의 귀화심의를 통과시킨 대한체육회와 그를 추천한 농구협회는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게 됐다. 첼시 리 사건은 제대로 마무리 되지도 않았고, 당사자들은 아직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해당사건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라틀리프가 특별귀화를 원하고 있다. 설령 귀화를 추진해도 법무부가 심의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란 중론이다. 그간 농구종목 특별귀화를 시킨 문태영, 김한별은 성과가 없었다. 문태종이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지만 근거가 약하다. 라틀리프의 귀화추진에 걸림돌이 많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첼시 리는 서류를 위조한 범법자로 밝혀졌다. 라틀리프는 현재 미국인이지만 귀화절차를 진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둘을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체육분야 특별귀화를 심사할 때 선수가 은퇴 후 한국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도 본다. 은퇴 후에도 지도자 등을 하면서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한국을 위해 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라틀리프의 목적이 한국국적 취득으로 KBL에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면 플러스 점수를 받기 어렵다. 그가 귀화를 하려면 국가대표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과 은퇴 후에도 한국에 남아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가능하다.
▲ 일반귀화? 까다로운 충족조건
특별귀화가 안된다면 일반귀화를 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교포였던 이승준, 이동준 형제가 이 방법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일반귀화는 상대적으로 절차가 더 까다롭다. 한국에 만 5년 이상 거주한 뒤 귀화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한다. 라틀리프는 2012년 처음 한국에 왔다. 한 시즌 국내에 8~9개월 정도 머물렀다고 가정하면 총 37~41개월 정도 산 셈이다. 아직 20개월 정도를 더 채워야 한다. 라틀리프가 2017-18시즌까지 삼성에서 뛴 후에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후 KBL이 자유계약제도를 실시하면 라틀리프가 한국에서 계속 뛴다는 보장이 안 된다.
일반귀화를 하면 종전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라틀리프는 특별귀화를 원한다. 한국국적 취득에는 관심이 있지만, 미국국적 포기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평생 미국에서 산 선수가 결정하기 간단치 않은 문제다.
거주기간을 채워도 귀화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초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라틀리프가 이런 어려움을 모두 감수할 정도로 귀화에 강한 의지가 있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 귀화를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산적
국가대표팀 전력강화를 위해서라면 라틀리프의 귀화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농구협회는 지난 2014년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귀화선수 영입을 추진했다. 이상범 전 코치와 전력분석원이 미국을 방문했다. 하산 화이트사이드 등의 선수와 접촉해 의사를 타진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많은 돈을 요구했다. 애런 헤인즈로 방향을 틀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KBL에서 오래 뛴 라틀리프는 기존 대표선수들과 융화에 큰 문제가 없다. 라틀리프가 골밑을 지켜준다면 대표팀 전력은 분명 올라간다.
라틀리프가 귀화를 한다면 2019 중국 농구월드컵 등 FIBA 주관대회에서는 당장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뛸 수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 상 귀화 후 만 3년이 지난 선수만 해당 대표팀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 이 규정 때문에 2014년 헤인즈의 귀화추진이 전면 백지화된 바 있다.
KBL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라틀리프를 한국선수로 본다면 해당구단은 라틀리프 외 외국선수를 2명 더 보유할 수 있다. 이승준을 보유한 구단이 외국선수 2명을 더 쓴 것과 같다. 그럴 경우 리그의 전력균형이 깨지는 사태가 올 수 있다. KBL 최고센터 라틀리프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다.
라틀리프가 한국국적을 취득해도, KBL에서 외국선수로 취급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라틀리프 입장에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KBL이 온전히 자신을 국내선수로 보지 않으면 귀화한 의미가 퇴색된다. KBL은 첼시 리 사건 후 혼혈선수제도를 폐지했다. 라틀리프가 한국국적을 취득한다면 KBL에서 뛰기 위해 국내선수 드래프트에 나와야 한다.
라틀리프의 귀화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선수가 긍정적 의사를 표현한 이상 관계자들이 충분히 검토하고 타당성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대표팀의 귀화선수 영입문제에서 당장 라틀리프만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농구협회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재 대표팀 감독은 라틀리프 귀화 건에 대해 삼성 구단에 문의를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